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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블 세대, 세포분열된 영향력

Influencerable generation: nanosized effect

인플루언서블 세대, 세포분열된 영향력

Writer. Jae Heon Lee / Illustrator. Subin Yang Article / essay




지난 3월 초, 비의 ‘깡’을 이은 역주행 대란이 일어났다. 일명 밀보드 차트(밀리터리와 빌보드 차트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로, 군대에서 인기 있는 음악을 의미함.) 1위에 빛나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이야기다. 시작은 한 유튜브 영상이었다. 유튜브 채널 비디터에 올라온 ‘브레이브걸스 롤린 댓글 모음’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영상을 본 MZ세대는 “군대에서 선임에게 인수인계받았다”라며 밀보드 1위에 공감하거나, “덕분에 군 생활 동안 힘냈다”는 댓글을 달며 응원했다. MZ세대가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훈훈한 스토리를 알고 이번 기회에 〈롤린〉을 역주행시키자며 스밍(스트리밍) 총공을 진행하기도 했다. MZ세대의 마음과 행동이 모인 결과, 4년 전 공개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역주행 끝에 멜론 주간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방송과 광고로도 이어진 비의 ‘깡’ 신드롬이나 디테일한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주목받은 유튜브 ‘피식대학’의 인기 등 최근 이슈가 되는 것들의 중심에는 항상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음원 차트 순위 구조 등 디지털 세계의 문법을 이해하고,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분명하게 안다. 이를 영리하게 이용해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응원하거나 좋아하는 브랜드를 영업 또는 홍보하는 것처럼 말이다.


MZ세대가 생각하는 영향력은 4년 전 노래를 역주행시키거나 눈에 띄는 사회 변화를 만들어낼 정도로 강력한 것에만 미치는 건 아니다. 이들은 가족이나 지인 또는 SNS 팔로어 등 자신의 주변에 영향을 미치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하나의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때로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공론화하고, 서로 느슨하게 연대하며 함께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MZ세대는 내가 SNS에 올리는 글 하나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내가 소비하는 물건에 따라 기업과 브랜드가 반응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목격한다. 따라서 이들은 ‘인플루언서블(Influenceable) 세대’라는 또 다른 말로 불리기도 한다.




인플루언서블 세대인 MZ세대는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자신의 자격증 시험 준비나 대외 활동 합격, 다이어트 도전 등을 응원해달라며 기프티콘 이벤트를 여는가 하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시시각각 촘촘히 공유하고, 가끔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켜서 마치 셀럽처럼 친구들과 일 대 다수로 소통하며 논다.

또 SNS 팔로어가 100명 남짓으로 흔히 이야기하는 인플루언서 수준에 훨씬 못 미쳐도 ‘#협찬환영’ 해시태그를 달고 시시콜콜한 것까지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라며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을 열기도 한다. 요즘 MZ세대는 적어도 10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들을 거리낌 없이 즐기며 놀 거리로 보는 것이다. 이는 특정 집단에서 어필할 수 있는 자신의 영향력을 아는 명확한 이해에서 나온다.


이들에게는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좁고 소소해도 괜찮다. 내가 다이어트하는 모습을 인증한 것을 보고 같은 처지의 누군가는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어제 방문한 여행지 정보를 정리한 게시글로 누군가는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삶의 질을 높인 제품을 공유한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의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있으며, 또 내가 입은 피해를 공론화함으로써 다른 소비자는 나와 같은 피해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공유한 소소한 경험과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정보가 되는 경험을 통해 MZ세대는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소소한 보람을 얻는 것이다. 이들이 SNS에 자신의 경험과 일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나누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취향이나 관심사가 세분화되어 있다. 그리고 온라인과 SNS로 개인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집단과 범위가 매우 다양한 초연결 시대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때 그 분야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우지 못했더라도 보정 앱 하나만 잘 다루면 해당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베이킹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에어프라이어로 쉽게 과자를 만들 수 있는 법을 알면 에어프라이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나와 비슷한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더 잘 알고, 노하우가 있는 무언가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지금, 개인의 ‘영향력’은 더 이상 팔로어 수나 좋아요 수 같은 것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여전히 팔로어가 수100만이 넘는 메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크겠지만, 때로는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알게 된 나와 비슷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지고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뿐 아니라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졌는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보내는지 같은 개인화·세분화된 요소가 영향력을 판별할 수 있는 주요한 척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은 집단에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을 자기만족 같은 좁은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러한 디지털 생태계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시대 속에서 인플루언서블 세대인 MZ세대는 영향력을 확산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을 단단히 다지는 데도 집중한다. 나를 제대로 잘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자신의 영향력 토대가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본인의 취향을  깊이 있게 탐구하기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심사를 나누고 느슨하게 연대하면서 더 다양한 색깔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 MZ세대의 자취는 어떻게 변하고 어디까지 맞닿게 될까? 인플루언서블 시대의 풍부한 면면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 MZ세대 트렌드 리서치, 컨설팅, 강연 등을 진행한다.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2021) 출간 총괄 PM이었으며, 그 외 여덟 권의 트렌드 분석 도서 집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