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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The surest way to love it

빈티지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Editor. Kuntae Kim / Photographer. Juyeon Lee Knock, Please

김기진 / 30세

초등학교 교사


Conditions

 

지역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동
구조 단독주택 스리룸
면적  99㎡(약 30평)
매매 2억5000만 원

 

Room History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며, 세 번째 방법은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최고의 단계다.”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의 말이다. 빈티지 가전을 모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죽은 가전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 김기진을 만나러 가며 나는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당신이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것을 동경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가요?” 그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유튜브 채널을 보니 다양한 활동을 하시더라고요. 초등학생을 위한 과학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오래된 가전을 고치기도 했죠. 정체가 궁금했어요.
제 정체는 초등학교 교사예요. 유튜브에 과학연구회 활동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영재교육원 겸임교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보통은 발령을 받고 5년 정도는 지나야 영재교육원에 가는데 1년 만에 발령을 받았으니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혹시 영재인가요?
영재는 아니고요,(웃음) 어릴 때 자동차 이름 맞히는 걸 좋아하긴 했어요. 미니카를 모으면서 그 이름이나 제작 연도를 맞힌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모으는 일에 열심이었어요?
동전을 수집한다든지, 미니카를 모은다든지 하는 것들이 제게는 하나의 루틴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빈티지 가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부터였어요. 당시에 제가 ROTC(학군사관) 과정을 밟고 있어서 훈련비 명목으로 월급을 조금 받았거든요. 그때부터 시작한 빈티지 가전 수집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빈티지 가전을 모으는 것은 동전을 수집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결로 느껴져요.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예전에 《이니셜 D》라는 만화책을 좋아했어요. 두부 배달 청년이 오래된 자동차로 최신형 스포츠카와 운전 대결을 해서 승리하는 내용인데요, 그걸 보면서 옛날 물건을 가지고도 충분히 요즘 시대에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왜 사람들은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함부로 물건을 버릴까,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모으는 것으로 어떤 의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흔히들 빈티지 수집을 과거에 대한 향수와 연관 지어 말하곤 해요.하지만 그 시절의 물건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잖아요?
맞아요. 저는 1992년생입니다.(웃음)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죠. 기억에도 없는 어릴 적 사진첩을 보면 배경 속에 항상 금성(현 LG) 제품이 등장해요. 저희 부모님의 혼수였거든요.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그런 장면이 기억 속에 남아 하나의 접점이 되는 것 같아요. 가족과 둘러앉아 TV를 보던 시절의 기억요.


젊은 세대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빈티지에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지금 그 이야기가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겠네요.
기억만으로도 세대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요. 빈티지는 그 매개체인 거죠.


얼핏 보니 쌓아둔 빈티지 가전이 꽤 많은데, 가짓수가 얼마나 돼요?
TV, 라디오, 세탁기, 건조기, 석유 곤로, 턴테이블, 오디오, 선풍기 등등 현재까지 약 300여 가지 제품을 모았어요.


주변의 반응은 어때요?
가족의 반대가 심했어요. 특히 누나와 다투는 일이 많았어요. 누나는 저와 성격이 정말 달라서 오래된 물건을 보는 것마저 싫어했거든요. 부모님 역시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제가 모은 물건들이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금씩 인정해주기 시작하셨죠.


왜 그런 경우 있지 않아요? 혼을다해 물건을 모았는데, 명절 같은 때에 조카가 놀러 오면 괜히 두려워지는 기분이랄까? 나에겐 소중한 물건을 남들이 함부로 다뤄서 당황스러운 경험 같은 거요.
조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집으로 누군가 놀러 온 적은 없지만, 종종 학교에 오래된 가전을 가져가기도 해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교육과정 중에 ‘전기의 이용’이라는 챕터가 있거든요. 일종의 살아 있는 교육인 셈이죠. 물론 학교에 가져가는 물건은 조금 부서져도 괜찮은 것으로만 선별해요.


다행이네요.(웃음) 빈티지가전을 실제로 사용하기도 해요?
그럼요. 요즘 첨단 제품과 아날로그 제품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걸 즐겨요.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어요?
오디오 같은 경우는 오히려 예전 제품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당시의 오디오는 소리를 낼 수 있는 모든 소자를 아낌없이 담아냈거든요. 오디오가 처음 출시될 때만 해도 그 가격이 회사원 1년 치 월급과 맞먹는 고급 가전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디지털 회로로 단축시켜 소리를 출력하는 식이어서 가격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을지 몰라도 품질은 한참 떨어져요. 블루투스 스피커와 오디오 앰프의 출력을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의외네요. 첨단 기술 제품이 당연히 더 좋을 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기술적으로는 전보다 더 발전했을지 몰라도 생활환경, 특히 거주지에 따라 필요한 가전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요즘엔 아파트나 원룸 생활을 많이 하잖아요. 이웃 간 소음 문제 때문에 출력이 큰 제품은 사용할 수 없어요. 그러면서 오디오 시장은 자연스럽게 저출력 가성비 시대로 접어들게 되는 거죠.


성능 좋은 오디오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 집에서 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네요?
맞아요. 제가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면 블루투스 오디오를 사용했겠죠. 결론적으로 내가 사는 집과 가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오디오처럼 예전 가전이 그리운 경우가 또 있나요?
양문형 TV 같은 경우도 예전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성능 면에선 요즘 제품이 훨씬 나아요. 하지만 디자인적으로 봤을 때 지금 TV에는 더 이상 추가할 요소가 없잖아요. 패널과 메인 보드, 플라스틱 커버, 끝. 심플한 만큼 재미는 없어요. 반면에 옛날 제품을 보면 브라운관만으로 전면을 디자인한다든지 양문형에 디자인 요소를 추가한다든지 하는 많은 시도가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 지금의 디자인이 아쉬워요.


하긴 빈티지 가전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디자인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첨단 제품의 단순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빈티지만큼의 다채로움은 기대하기 힘들죠.


조금 잔인한 질문이긴 한데, 모두 처분하고 하나만 남겨야한다면 무엇을 고를 거예요?
무조건 금성 A-501 라디오를 남길 거예요. 우리나라 최초의 진공관 라디오라는 역사성이 있거든요. 그 물건을 탐내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어디선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겠죠.


가격을 말해줄 수 있어요?
A-501 같은 경우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가격이 어마어마해요. 얼마 전 경매에서 7000만 원에 거래되더라고요. 물론 저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지만요. 구입 경로는 비밀입니다.(웃음)


문단속 잘하셔야겠어요.
안 그래도 창고의 자물쇠를 몇 겹으로 달아놨지요.


유튜브를 보면 오래된 가전을 수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원까지 하더라고요.그런 기술은 어떻게 배운 거예요?
서울에 세운상가가 있다면 광주에는 반도전자상가가 있어요. 처음엔 그곳 사장님들에게 수리를 맡겼는데, 5~6년째 계속 찾아가서 귀찮게 하니까 기술을 조금씩 알려주시더라고요.


하나의 물건을 복원하기까지 보통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일단 매일같이 검색을 해요. 국내에서 파는 제품이 있으면 직접 거래하고, 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수입을 하기도 하고요. 수집한 뒤에는 상태를 점검하고, 작동이 안 된다 싶으면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발동시키죠. 스스로 해결이 안 된다 싶을 때는 반도전자상가로 가서 의논을 해요. 단종된 부품 같은 경우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직접 만들기도 하고요.


직접 만들기도 한다고요?
작은 수집 욕구가 지금의 모습까지 발전한 거죠. 그게 직업으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복원한 제품을 보면 특히 금성 제품이 많아요. 특별한이유가 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 당시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요즘엔 삼성에 밀려서 아쉽긴 해요.


오로지 금성 제품만 허용하는 거예요?
웬만하면 금성 제품을 선호하지만, 간혹 삼성에서 만든 최초의 제품도 모으긴 해요. 최초의 VCR라든지 최초의 전자레인지 같은 물건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들어가면 브랜드는 크게 상관없어요.


왜 그렇게 최초에 집착하는 거예요?
시기를 가늠할 순 없지만 언젠간 아이들을 위한 전자 산업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그때를 위해 최초의 제품을 모으고 있어요. 아무래도 최초의 제품을 전시해야 멋있잖아요.


유튜브 영상 중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요. 복원한 옛날 TV에 스카이라이프와 연결하자 요즘 방송이 흑백으로 나오더라고요.
요즘 것과 과거의 것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걸 즐겨요. 그걸 보고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기억에 없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에요. 왠지 모르게 뭉클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물건을 모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복원까지 하는 것이 본인에겐 어떤 의미예요?
처음 빈티지 가전을 모으기 시작하던 때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암울한 시기였어요. 군 입대, 임용 고시 탈락, 애인과의 결별도 있었고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던 그때 빈티지 가전을 만났고, 작동이 안 되는 가전을 처음 고쳤을 때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어요. 죽은 줄로만 알았던 것도 살아날 수 있네? 그럼 나도 무언가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단순한 취미가 삶의 커다란 의미로 자리 잡은 거네요?
그게 없었다면 오랫동안 우울감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쓸모없어 버려진 것을 다시 고쳐 살리고, 그걸 본 사람들이함께 기뻐해주는 모습에서 감사함을 느꼈죠. 지금도 우울한 감정이 들 때면 아무 생각 없이 납땜질만 해요. 그럼 행복한 마음이 들거든요.


Conditions

 

지역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동
구조 단독주택 스리룸
면적  99㎡(약 30평)
매매 2억50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