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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빵 냄새

The bread smell in every corner of the house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빵 냄새

Editor. Kuntae Kim / Photographer. Juyeon Lee Knock, Please

조다영 / 35세

화장품 브랜드 이커머스 MD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구조 아파트 스리룸 리모델링
면적  105㎡(약 32평)
매매 7억3천만 원

 

Room History

27세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아파텔 투룸
(전세 2억3000만 원)


어느 공간에 들어섰을 때 첫인상을 결정하는 건 눈의 몫이다. 반면 끝 인상을 기억하게 하는 건 코의 일이다. 시각 정보는 사라져도 그 공간이 머금었던 향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날 오븐에서 갓 꺼낸 빵 냄새가 공간을 채웠을 때 나는 직감했다. 이제부터 맡게 되는 모든 빵 냄새가 그 집을 떠올리게 할 것 같다고.


부부가 둘 다 요리에 진심이라고 들었어요. 혹시 관련된 일을 하고 있나요?
아니에요. 저는 화장품 회사 닥터볼프코리아에서 이커머스 MD로 일하고, 남편은 광고 회사 CD로 일하고 있어요. 남편은 연희동의 히데코 선생님에게 8년 정도 요리를 배웠고, 저는 주로 베이킹 위주의 요리를 해요.


다영 님이 가장 자신 있는 빵은 뭐예요?
‘사워도우’예요. 르방이라는 스타터를 이용해서 빵을 만들어요. 버터나 설탕 없이 밀가루와 물, 소금으로만 빵을 구워내는 방식이에요.


딱딱하고 아무런 맛이 안 나는 빵을 말하는 거죠? 저는 그걸 ‘무맛빵’이라고 불러요. 
맞아요.(웃음) 아무 맛이 안 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워도우에도 나름의 풍미가 있어요. 그걸 베이스로 해서 토스트를 만들거나 조그맣게 썰어 샐러드와 함께 곁들이기도 해요.


식사는 늘 집에서 만들어 먹는 편인가요?
남편과 제가 맞벌이이다 보니 매 끼니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웬만하면 만들어 먹으려 해요. 초밥이나 태국요리같이 저희가 할 수 없는 요리는 외식으로 해결해요. 반면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남편이 만드는 것보다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그런 자신감이라면 그게 맞는 무기(?)를 갖춰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주방가전이 갖추고 있는지 궁금해요.
우선 기본적인 냉장고나 식기세척기가 있고요. 가스레인지는 화력이 세다고 소문난 제품을 직구했어요. 그 외에도 밥솥 대신 인스턴트팟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거트나 저온으로 오래 숙성시키는 수비드 요리를 할 때 자주 활용해요. 믹서로는 바질 페스토나 토마토소스를 주로 만들 때 활용하고요. 식품 건조기로는 빵에 들어갈 토마토를 말릴 때 사용해요. 그 외에도 소시지 메이커 기능이 있는 반죽기, 음료를 만들 때 사용하는 오렌지 프레스, ‘젠제로’ 사장님에게 선물 받은 젤라또 메이커도 있어요. 뭔가가 많죠?


소시지도 직접 만들어 먹는 거예요?
아직 한 번도 사용해보진 않았어요.(웃음)


저는 집에서 음식을 거의 해먹지 않아서 전자레인지나 냉장고 외에는 주방가전이랄 게 없어요. 선물 받은 에어프라이어 정도?
저희도 에어프라이어는 없어요. 대신 음식용 오븐과 베이킹용 오븐을 따로따로 사용하고 있어요. 


오븐을 두 대나 가지고 있는 집은 처음 봐요.
제가 오븐을 좋아해요. 베이킹용 오븐은 온도가 270도까지 올라가는 제품인데요. 하드 계열의 빵은 열을 한 번에 올려줘야 잘 부풀어 오르거든요. 오븐 내부의 통이 넓은 것도 중요하고요. 중고나라를 통해 구입했는데, 아마 그때가 밤 10시쯤이었을 거예요.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곳까지 온 가족이 차를 몰고 가서 구입하게 됐죠. 


왜 굳이 밤에요···?
모르겠어요.(웃음) 그냥 빨리 가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정도 열정이면 인정이에요.
저 사실 화덕을 가지고 싶어서 집 안에 설치하는 방법도 여기저기 알아봤어요.


화덕까지? 아파트라는 규격화된 공간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한계가 있지는 않나요?
너무 낡은 집이라 처음 입주했을 때 싹 다 고쳐서 사용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공간마다 원하는 스타일로 도면을 만들고, 목수를 섭외하고, 공사하는 데 6개월 정도가 걸렸어요. 신혼여행으로 갔던 프랑스 어느 시골 집 분위기가 났으면 하고 바랐거든요. 베이킹용 오븐 역시 빌트인으로 나온 제품이라 역시 남편이 직접 나무를 덧대어 케이스를 만들었어요. 아직은 여기저기 고쳐야할 부분이 많아요.


애정을 두고 만든 공간이라면 아무 가전이나 함부로 둘 수 없을 것 같아요. 가전을 구입하는 데 어떤 원칙이 있나요?
작은 주방가전을 꺼내어놓고 사용하다 보니 여러 색이 섞이면 복잡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가전을 구입할 때 일관된 톤으로 구입하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맞추려 한 건 아니었지만 모아놓고 보니 실버와 블랙의 조합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믹서만 빨간색이네요. 그게 늘 신경이 쓰여요.(웃음)


색만 맞추면 무조건 오케이예요?
성능도 중요하죠. 제가 주방가전을 금방 교체하는 편이거든요. 원하는 제품이 있으면 당근마켓으로 구입하고, 사용해보고 맞지 않으면 또 다시 내보내기도 하고요. 


주방가전을 고를 때 정보는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베이킹 관련 가전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고, 남편의 경우는 주변에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분이 많다 보니 직접 소개를 받는 편이에요. 잡지를 통해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요.


주로 사용하는 가전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유추하게 되는데요. 그 많은 가전 중에 밥솥이 없다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한식보다는 양식을 선호해요. 파스타나 고기, 샐러드, 토스트 같은 음식을 주로 먹고, 그 중에서도 라자냐나 갈레트(메밀가루 팬케이크)같이 자신 있는 요리는 저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놓기도 했죠. 어떤 식습관을 갖느냐에 따라 주방가전도 달라지겠죠.


가끔 부모님과 통화할 때면 “밥은 먹었느냐”는 질문을 꼭 받아요. 빵 먹었다고 하면 “밥을 먹어야지!” 하는 대답이 돌아오죠. 매 끼니 한식을 먹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어르신 중에는 빵을 먹는다고 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분도 계셨잖아요. 저도 예전에는 밀가루를 먹는 게 신경이 쓰였는데, 역사적으로 쌀보다 먼저 먹기 시작한 게 밀가루니까 괜찮지 않을까? 합리화하고 있어요.(웃음) 그래도 기왕이면 가족이 먹는 음식이니까 건강에 좋은 천연 발효 빵을 만들려고 해요. 


앞서 얘기한 스타터를 활용한 ‘무맛빵’을 말하는 거죠?
맞아요. 저한테도 2년 정도 키운 스타터가 있어요. 사워도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아이인데요. 날씨에 따라 하루에 두 번 정도 밥을 주면서 미생물을 배양하는 거예요. 빵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각자 스타터를 키우는데요. 그 스타터에 따라 빵 맛이 달라져요. 저는 혹시나 제가 키우는 아이가 죽을까봐 직장에 가지고 간 적도 있어요. 


그렇게 정성껏 키운 스타터로 음식을 만들었을 때 가장 좋았던 반응은 뭔가요?
남편이 제 빵을 먹고 “밥 같아”라고 말해줬을 때 듣기 좋았어요. 든든한 한 끼의 집 밥을 먹었다는 의미잖아요. 정서적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죠.


사실 가전이라는 건 도구일 뿐, 본질적으로는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해 물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든다는 건 다영 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일을 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음식을 만들 때만큼은 온전히 가족만을 위해 시간을 쏟을 수 있죠. 그 경험이 저에겐 소중해요. 다른 한편으론 반죽을 만지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요. 반죽기가 있지만 손으로 반죽을 만지면 찰흙놀이를 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반복적인 일을 의무적으로 한다 생각하면 귀찮아지잖아요. 그렇지 않을 방법을 찾는 거죠.


어느 공간에 가나 특유의 공간 향이라는 게 있는데, 다영 님의 집은 빵 굽는 향이 은은한 집이에요. 그게 이 공간의 표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은은히 퍼지는 빵 냄새를 좋아해요. 테이블의 나무 향도 좋고요. 저는 이 집이 시골집 할머니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좋네요. 혹시 더 욕심나는 주방가전이 있나요?
음, 뭐가 있을까요? 아, 고기집에 가면 내려오는 후드 있잖아요? 냄새를 한 번에 없애주는 가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 집안의 빵 냄새도 사라질 텐데요?
어, 그러네요.(웃음)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구조 아파트 스리룸 리모델링
면적  105㎡(약 32평)
매매 7억3천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