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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과 비움 사이에 청소가 있었다

Meet the king of cleaning

채움과 비움 사이에 청소가 있었다

Editor. Kuntae Kim / Photographer. Juyeon Lee Knock, Please

민용준, 이주연 / 40세, 41세

영화 전문 기자, 미식 전문 기자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구조 연립주택 리모델링
면적  62㎡(19평)
매매 5억 원대

 

Room History

33세, 34세 서울시 종로구 누상동 다세대빌라 원룸
(전세 1억9000만 원)


민용준과 이주연은 기자 출신의 부부다. 영화와 음식, 서로 다른 분야에 있지만 세간에 떠도는 소문이 그들을 하나로 묶는다. 청소에 있어서 누구보다 진심이라는 점. 도대체 청소에 진심인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그들에게 좋은 청소 가전이란 무엇일까?


가전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집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눌까 해요. 서촌은 어떤 계기로 살게 됐나요?
용준 ‘옥인연립’은 저희 부부가 결혼해서 함께 살게 된 두 번째 집이에요. 첫 번째 집도 서촌에 있는 빌라였는데, 살다 보니 이 동네가 좋더라고요. 계약을 연장할까 하다가 아내가 평소에 옥인연립에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서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주연 사실 서촌 일대에는 아파트가 없어서 매매해 살 만한 공간이 부족해요. 그런 와중에 옥인연립은 오래된 빌라임에도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었어요. 처음 외관을 봤을 때는 너무 오래된 느낌에 약간 귀곡산장 같기도 했는데, 주변에 공간을 고쳐서 사는 분이 꽤 있더라고요. 저희도 원하는 대로 꾸며서 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곳을 선택했죠.


서촌 중에서도 꽤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요. 흔히 말하는 ‘역세권’이 아닌데, 주거지를 선택할 때 교통 부분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나요?
주연 사실 저희 둘 다 면허가 없어요. 한국에서 가장 무능력하다는 부류죠.(웃음) 하지만 다행히 집 앞에 마을버스 종점이 있어서 마치 저희를 위한 택시가 기다리는 느낌이에요. 또 동네에 아기자기한 숍이 많아 가끔은 역에서 내려 일부러 걸어올 때도 있어요. 윈도 쇼핑하듯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있거든요.


위치도 위치지만 건물 자체의 연식이 오래돼 보여요. 어떤 기준으로 집을 리모델링했나요?
용준 옥인연립은 1979년에 지은 건물이에요. 저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도 2~3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은 낡은 공간이었고요. 나무 창문에 돌려서 잠그는 옛날식 걸쇠가 그대로 있고, 테라스나 방도 애매한 크기로 구획돼 있었죠. 처음에는 방이 3개였는데 저희 둘이 생활하는 방식에 맞춰 방을 하나만 남겨두었어요. 그리고 벽을 허문 자리에 책꽂이를 두어 개방감 있게 공간을 구획했죠.
주연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거실과 주방이 분리되고, 거실만큼 주방이 넓었으면 했어요. 저희 부부가 사람들을 초대하는 걸 좋아해서 커다란 테이블이 들어갈 만큼 큰 공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이사를 하면 매일 사람들 불러서 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더라고요.(웃음)


확실히 사람을 좋아한다고 느낀 것이 주말마다 ‘시네밋터블 Cinemeetable’이라는 모임을 진행했잖아요. 어떤 기획이었나요?
용준 영화와 미식을 결합한 소셜 모임이에요. 저희의 전공 분야를 살려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기획이었어요. 작년 2월에 <기생충>을 시작으로 52회 차까지 진행했죠. 모임을 가능하게 한 전제가 바로 이 공간이었어요. 사람들이 집을 구경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저희가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해진 거죠.
주연 저희가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기자 일을 할 때보다 사람을 만나는 빈도가 줄어들더라고요. 시네밋터블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대화하면서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어요.


저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매주 손님을 맞는 건 지칠 것도 같아요. 힘든 점은 없었어요?
용준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더라고요. 손님을 맞기 전에 청소를 하잖아요. 바닥에 머리카락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이 집이 제 얼굴처럼 보이는 거죠. 낯선 사람에게 더러워 보이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좀 있었어요.


이상한 질문이긴 하지만, 그럼 이 집은 늘 지금 같은 상태로 유지되는 거예요?
주연 저희도 평소에는 있는 그대로 느슨하게 지내요.(웃음)


둘 중 누가 더 청소에 진심인 편이에요?
주연 저는 요리나 설거지 같은 주방 위주로 집안일을 해요.
용준 청소랑 빨래는 거의 제가 전담을 하고요. 빨래 같은 경우 마르자마자 개어서 정리해야 하는 타입이 있고, 한참 뒤에 정리하는 타입이 있잖아요. 저는 전자이다 보니 신경 쓰는 사람이 먼저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신혼 때는 그 부분에서 갈등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보다 하고 정리가 되더라고요. 루틴이 있는 집안일은 제가 주로 맡는 것 같아요.
주연 아침에 일어나면 저는 가만히 멍 때리면서 시간을 갖는 편인데,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청소기를 돌려요. 그럼 저는 소파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요. 청소기 돌리는 데 어떤 노하우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못 믿는 것 같더라고요.


청소기를 돌리는 데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거예요?
용준 이 대목에서 조금 많은 말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청소기를 단순히 밀고 당기는 게 끝이 아니에요. 청소기는 미는 압력으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당기는 과정에서는 잔여물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거든요. 그걸 보면서 다시 밀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죠. 단순히 청소를 했다는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만 청소기를 다루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럼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생각하는 거죠.
주연 ···.


갑자기 말수가 줄었는데, 기분이 나쁜 건 아니죠?
주연 네, 괜찮아요. 조금 지내다 보면 오히려 그런 성격이 편해요. 저는 계속 못 하는 척하면서 놔두면 알아서 할 거니까.(웃음)


청소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어서 질문할게요. 예전 직장에 다닐 때부터 항상 ‘깔끔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들었어요. 청소기를 고르는 데도 나름의 기준이 있나요?
용준 물론 청소기 헤드가 얼마나 빠르게 도는지, 혹은 BPM이 어떻게 되는지 고민하지는 않아요. 다만 가전은 기본적으로 비싼 것이 제값을 한다는 믿음이 있어요. 최신 가전에는 그만한 기술력이 들어가 있을 것이고, 성능 외에도 분명한 메리트가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성능 외의 메리트라면 어떤 점인가요?
용준 부피가 큰 가전의 경우 교체 주기가 느린 편이잖아요. 구입하기까지 어떤 각오가 필요해요. 옮기고 설치하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요. 비싼 물건에는 그런 기회비용이 포함돼 있는 거예요. 중소기업 가전도 기술 면에서는 뒤떨어지지 않겠지만, 배송과 설치 및 AS 부분을 생각하면 대기업 가전에 손이 먼저 가는 것도 사실이에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 다만 브랜드의 네임 밸류는 없어도 합리적 서비스가 동반된다면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있어요. 물론 고려해야 할 점은 그 외에도 많겠지만요.


한 브랜드를 선택하기까지 고려하는 부분이 또 뭐가 있을까요?
용준 가전으로 인해 내 일상이 변화하는 부분이에요. 예전 청소기를 생각하면 커다란 통에 전선이 길게 이어진 형태였잖아요. 끌고 다니기에 무겁고 예쁘지도 않아서 수납마저 힘들었어요. 청소를 하기까지 마음을 먹어야 했죠. 그런데 다이슨 청소기를 구입하고 나서부터는 청소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어요. 사용하기 편하고 벽에 걸어두기에도 디자인 면에서 괜찮거든요.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접근하는 브랜드라면 신뢰할 수 있어요.


청소기를 벽에 걸어둔다고요?
주연 처음에 청소기를 눈에 보이는 곳에 걸어두겠다고 했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당연히 다용도실에 넣어두고 사용할 줄 알았는데, 집 한쪽에 전시를 하겠다니까 기겁했지요. 그런데 언젠가 집에 사진작가 박종우 선생님이 오신 적이 있어요. 그분이 청소기를 보자마자 “이게 그 유명한 다이슨이냐?”면서 한번 써보고 싶다고 하시는 거예요. 유명한 사진작가님이 저희 집을 다 청소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좋은 가전이라는 건 스펙과 기능뿐 아니라 사용자를 행동하게 만드는 물건인 거네요. 열어보고 싶게 만드는 냉장고, 돌리고 싶게 만드는 세탁기, 청소하고 싶게 만드는 청소기처럼요.
용준 그렇죠. 다이슨 청소기를 처음 사용했을 때 만족감이 아직도 생생해요. 우선 형태적으로 간소화되면서 무언가 마음먹고 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어요. 어떤 가전이든 ‘간편하다’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데, 유독 청소기가 그랬던 것 같아요. 특히 러그를 밀었을 때 쾌감이 엄청났어요. ‘이렇게 많은 것이 러그에 있었구나.’ 청소기가 끌어모은 먼지를 보면서 신뢰감을 느꼈죠. 일종의 ‘러그가즘’ 같은 걸 느꼈다고 할까요?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변태 같네요.


저랑 비슷한 성향인 것 같아 좋은데요? 더 많은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용준 대부분 사람들이 청소기만 돌리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먼지는 바닥에 흡착돼요. 아무리 출력 토크가 좋은 모터 헤드여도 그것까지는 해결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청소기를 돌리더라도 물을 묻혀 바닥을 닦아야 해요. 여기가 핵심인데요, 물걸레질의 목적은 바닥에 흡착된 먼지를 밀어서 떨어뜨린 다음 모으는 역할까지예요. 물이 마른 후에 다시 한번 청소기를 돌려서 먼지를 빨아들여야 하는 거죠. 결론적으로 청소기 후에 물걸레가 아니라, 물걸레질 후에 청소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가전제품의 스펙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네요. 
용준 아무리 성능 좋은 도구를 가지고 있어도 그건 결국 행위를 하는 사람을 보완해주는 역할 정도인 거죠.


인스타그램을 보면 평소 모으는 물건이 많은 것 같아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깔끔한 사람과 맥시멀리스트가 공존할 수 있는가? 늘어나는 물건들 때문에 집이 엉망이 되는 경우를 종종 봤거든요.
용준 얼마 전에 턴테이블과 TV, 인덕션을 새로 사긴 했어요.(웃음) 물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건은 당근마켓에 처분했죠. 요즘엔 물건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쉬워진 것 같아요. 순환의 관점에서 물건 모으는 일은 청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청소를 순환의 관점으로 보는 건 새로운 발상인데요? 
용준 보통은 먼지를 제거하는 것을 청소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청소는 먼지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일이거든요. 밖에서 들어온 먼지는 청소 통에 담아서 다시 밖으로 버리는 거죠. 그러니 청소는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행위예요. 물건을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죠.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은 맥시멀리스트가 될 수 없어요. 끊임없이 정리하고 처분해야 새로운 물건이 순환할 수 있는 거거든요. 단순히 물건을 모아놓고 쌓아두기만 하는 사람은 창고의 주인 역할밖에 하지 못해요. 맥시멀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정리와 청소가 가장 중요해요. 청소 가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가 그것들의 핵심이 될 수 있겠죠.


이야기를 듣다 보니 결국 청소와 정리라는 건 나의 취향과 공간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힘든 일 같아요. 나에게 좋은 공간, 좋은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용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커요. 부엌에 가면 창문 너머로 커다란 나무들이 있고, 거실 창문에서는 멀리 산이 보이거든요. 한편으로는 사람이 다니는 길과도 인접해 있어서 세상과 분리돼 있다는 느낌은 덜해요. 사람과 계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아요. 다만 지금 집은 원룸이나 마찬가지여서 가끔은 개인적인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구조 연립주택 리모델링
면적  62㎡(19평)
매매 5억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