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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 차가 고백하는 재택근무

I Frankly Confess My Telework

N년 차가 고백하는 재택근무

Editor.Jayeon Lee Article / skill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재택근무, 진짜로 문제가 하나도 없는 걸까? 신입부터 중간 관리자까지 연차 별로 그 속내에 귀띔을 들어 보았다.






“노를 잃어버린 배가 된 기분이 들 땐 어떡해요?”



김규빈(1년 차, 27세, 영상 편집자)
재택근무 기간 6개월
How to learn 아직 적응하기도 벅찬 1년 차. 배울 것투성이인 지금, 재택근무는 업무를 살뜰히 익힐 기회를 줄이고 말았다. 작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기획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결과물로 녹여내는 건 살아 있는 요령을 전수받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 어깨너머로 배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데, 나는 누구의 어깨를 빌려야 할까?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망망대해에 표류 중이다.
How to communicate 어디 그뿐일까. 팀장님의 표정과 단계별 분노를 나타내는 제스처를 확인할 수 없어 커뮤니케이션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노를 잃어버린 배는 이렇게 외로운 걸까? 신기하게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제는 목소리 톤으로 팀장님의 기분을 파악하게 됐다. 무엇보다 메모력이 부쩍 늘었다. 통화하면서도 속기사를 능가하는 타자로 모든 피드백을 기록할 수 있게 된 것. 덕분에 잔실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니, 이건 오피스 생활로 돌아가도 계속해서 하는 걸로!
How to relax 이왕 재택근무하는 거, 팀장님 컨펌을 기다리는 동안 틈틈이 쉬는 것도 중요하다. 1년 가까이 마감 생활을 하며 깨달은 건 이런 날이 있어야 일도 잘한다는 사실이다. 누워서 뒹굴거리고 가벼운 낮잠도 몰래 자다가 전화가 오면 “도레미파솔!” 하고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다. 그러면 누워 있는 목소리에서 금세 탈출해 뒹굴거린 티가 안 난다. (아니면 어떡하지?)







“업무 결과를 한창 인정받고 싶을 때라고요!”



박정연(3년 차, 29세, 홈쇼핑 PD)
재택근무 기간 3개월
How to communicate 이제 신입 티를 간신히 벗은 3년 차. 사수로부터 한창 인정 욕구를 불태우며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던 와중에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출근하지만 재택근무는 여전히 장기화되고 있다. 문제는 내가 얼마큼 열심히 업무에 임하는지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 스스로 만족하면 그만이지 누군가에게 입증해서 뭐 하냐는 친구의 말에도 내 인정 욕구는 꿈쩍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노션’에 A부터 Z까지 업무에 관한 걸 모조리 기록하고, 사수가 업무 내용을 물어볼 때마다 전체 공개된 링크를 은근슬쩍 전달한다. 맞다. 내가 한 걸 전부 봐달라는 애절한 마음에서 비롯한 거다.(아련)
How to overcome burnout 원래 밤낮없이 일하는 편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유난히 숙면에 집착하게 됐다. 베개도 10만 원이 훌쩍 넘는 걸 사고, 이불도 유기농 코튼으로 바꿨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불안이 나를 찾아올 땐 잠을 잘 자야 무의식 속에서 부정적 생각과 조급함을 정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잠이 보약이더라.
How to relax 집에서 쉬고 일하는 경계선이 생겼다. 바로 넷플릭스. 넷플릭스를 보지 않더라도 백색소음처럼 늘 켜두는 편이다. 넷플릭스가 켜져 있으면 쉬는 시간, 꺼져 있으면 근무시간이다. 음성적으로 시간을 조절하는 기분도 들고, 영화로 치면 장면 전환의 느낌도 나서 효과적이다.





“끼인 포지션, 어떻게 문제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죠?” 



이소정(5년 차, 30세, 온라인 마케팅)
재택근무 기간 4개월
How to communicate 신입도, 리더도 아닌 딱 중간 연차로 팀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연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엔 텍스트로만 말하니 너무 딱딱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나는 지금 화나지 않았다”고 피력하기 위해 애썼다. ‘ㅋㅋㅋ’를 붙이기도 하고, 쿠션어를 집어넣기도 하고. 하지만 점차 진짜 중요한 건 감정을 둥글게 표현하는 것보다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피드백을 주는 거란 사실을 알았다. 지금은 명확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말하려고 노력한다.
How to encourage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개봉마저 미뤄지면서 우리의 모든 일이 멈춰버렸다. 개봉일이 다시 잡히면 처음으로 돌아가 같은 업무를 반복해야 하기에 다들 지쳐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로 떨어져 짙게 깔린 우울까지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일부러 더 많은 것을 공유하기로 했다. 반려동물 사진, 오늘의 점심 메뉴 등. 귀여운 것과 맛있는 건 늘 기분 좋으니까!
How to overcome burnout 재택근무 중 메신저에 빠르게 답하지 않으면 왠지 일하고 있지 않다는 오해를 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거나 밥을 먹어도 메신저에 신경 썼고, 어디서나 핸드폰을 켜두었다. 내가 일하고 있다는 걸 알리려 애쓰면서 조금씩 지쳐갔다. 이제는 더 이상 빠른 답변에 집착하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할 땐 오히려 쿨하게 말한다. “저 커피 사러 다녀오겠습니다!”





“눈치 주는 사람은 없는데, 눈치받는 사람은 있어요” 



장민영(7년 차, 32세, 출판사 편집자)
재택근무 기간 1개월
How to commute 편집자는 팀원들과 업무 내용을 공유하지만, 보통 1인 1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개별성을 띠는 편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어려움은 크게 없다. 다만 출근 체크와 1시간 단위로 작성해야 하는 일일 근무 일지가 나를 옥죄기 시작했다. 내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아닌지 누구도 대놓고 의심하지 않지만, 은은하고 지속적으로 암묵적 의심을 받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무실이었으면 유동적으로 내 리듬에 맞춰 업무를 마치면 그만인데, 이제는 하루 빼곡히 일만 열심히 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더 찾아내고 증명해야 했다. 확실히 나만 그런 걸 느낀 건 아닌 듯. 예정된 재택근무가 끝나갈 즈음 이걸 얼마나 더 이어갈지 전수조사를 했는데, 대부분의 직원이 출근하는 걸 선택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재택근무를 생각한다면 이런 의심부터 거둬주세요!
How to overcome burnout 처음엔 나도 재택근무가 좋았다. 씻지 않고 바로 책상으로 향해도 되고, 지옥철을 안 타도 되니까. 하지만 딱 3일이었다. 그 뒤론 답답함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출근길이 그리워졌다. 출근이란 게 업무를 준비하는 예열 단계이고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한데, 그 과정이 사라지니 마음가짐 자체가 완성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카페에 가서 모닝커피를 사오는 과정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평소 같은 효율을 낼 수 있었다.





“왠지 외로운 마음이 들 때가 있지”



유민(8년 차, 34세, BX 디자이너)
재택근무 기간 7개월
How to communicate 재택근무로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유독 원격 회의의 의사소통이 곤란할 때가 있다. 사무실에선 화면에 장표를 시원하게 띄워놓고 편히 말할 수 있지만, 원격 회의에서는 의도한 만큼 장표가 잘 보이지도 않고 가끔 통신 장애로 오토튠 보이스가 멋지게 등장하곤 하기 때문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PT 장표를 최대한 간명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문장도 최대한 짧게, 단어도 더 쉽고 명확하게. 동료들의 모니터 화면을 배려해서 글씨도 큼직하게 키웠다. 발표자 입장에선 이 방법이 확실히 편해진 것 같다.
How to overcome burnout 재택근무를 하면서 쉼 없이 일하게 됐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도 굉장히 엄격하게 지킨다. 잠깐 산책하거나 바람 쐬는 것도 괜히 못 하겠고. 게다가 동료들과의 수다 타임이 없으니 일만 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카페에서 디저트를 즐기던 게 그리워 마켓컬리에서 구입한 디저트를 예쁘게 담아서 먹거나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했다. 혼자 보긴 영 아쉬워 사진도 찍고. 그래서 그런가, 예쁜 커피 잔과 커들러리 구입이 퍽 늘었다.






“얼마큼 진행했는지 나도 물어보고 싶은데···”



임덕균(10년 차, 36세, BX 디자이너)
재택근무 기간 2개월
How to communicate 올해 매니저로 진급하고 처음 맞은 재택근무. 팀원들 간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불필요한 감정 표현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팀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게다가 업무 채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만큼 메신저에 히스토리가 그대로 남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체크하고, 팔로업해야 하는 위치에서 나중에 다시 확인하기도 비교적 수월했다. 다만, 굳이 물어보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곁눈질로 파악할 수 있던 업무를 가늠할 수 없어 아쉬웠다. 어디쯤 진행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등 팀원들에게 부담이 되는 질문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 동안의 업무를 가볍게 공유하면서 의사소통의 폭을 넓혀나가려 노력했다.
How to overcome burnout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의 구분이 확실히 필요하다는 걸 점점 알게 됐다. 처음에는 점심시간 확보,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퇴근 시간 엄수 등 나만의 규칙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팀원들의 번아웃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업무 시간 외에는 동료들에게 절대 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확실한 단절 또한 필요하다.
How to relax 기본적인 공식을 세웠다. 책상에 앉으면 업무 모드, 침대에 누우면 퇴근. 아주 간단하지만 의외로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기도 하다. 구획을 확실히 나누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