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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팀장의 자아로 일 잘하는 법

How to Work Best As a Leader at Home

집에서도 팀장의 자아로 일 잘하는 법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노윤주 / 39세

AP(광고전략플래너)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구조 다세대빌라 투룸
면적  46.28㎡(14평)
전세 1억 원대

 

Room History

30세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오피스텔 원룸(전세 1억 원대)
32세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다세대주택 원룸(전세 1억 원대)

노윤주는 16년째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며 올해 전략플래너 팀장이 되었다. 나는 16년이라는 시간이 잘 가늠되지 않아 학교에 다닌 햇수로 계산해봤다. 그랬더니 초등학교 때부터 4년제 대학까지 졸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딱 16년이 나왔다. 어마어마한 시간을 보낸 그. 그렇지만 노련한 노윤주도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는 처음이었다. 그는 팀장으로서 재택근무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했다. 팀원들을 이끄는 게 그의 몫이니까. 그리고 그 자신도 재택근무라는 낯선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고, 그러면서도 회사에서처럼 똑같이 일을 잘 해내야 했다.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이 시기에 노윤주는 어떻게 집에서 팀장으로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볕 좋은 날, 그를 만나러 서촌의 한 빌라로 향했다.


광고대행사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었어요? 팀장으로는요?
광고대행사에서 일한 지는 올해 16년 됐어요. 광고대행사 고인 물이죠.(웃음) 카피라이터로 9년 정도 일하다가 이번 회사로 오면서 AP(전략플래너)로 직종을 옮겼어요. 여기서 일한 지는 딱 7년 됐어요. 팀장은 올해 됐으니까,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전략플래너는 어떤 일을 하는 거예요?
‘이것도 내 일이야?’ 하고 싶은 것까지 하고 있어요.(웃음) 가장 기본적으론 광고 PT에 참여해서 수주를 받는 게 가장 큰 일인데요, 그에 앞서 광고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략, 콘셉트를 생각하는 게 저의 일이에요. 자세히 말하면 기획서를 쓰고, 시장˙소비자 분석을 해서 방향을 제시하고, 브랜딩 일과 컨설팅 일도 하죠. 보통 정형화하지 않은 일을 맡고, 클라이언트 특성마다 해야 할 것이 다르니까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편이에요. 저희는 하나를 깊이 한다기보다 프로젝트가 3주 단위로 끊어져서 단시간에 집약적으로 일하고 있어요.


잘은 모르지만 윤주 씨는 도전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사람 같아요. 프리다이빙, 승마, 복싱 수업도 받고··· 그런 태도가 일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새로운 일을 하는 데 겁먹지 않는다는 것? 저는 워낙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해요. 다이빙, 승마, 암벽등반, 복싱, 최근엔 훌라까지 배우고 있죠. 보통 이런 것들을 배우려면 학원에 가잖아요. 그런 델 계속 가는 이유는 칭찬받는 게 좋아서인 것 같아요. 어른이 학원 가서 혼날 일은 없잖아요. 회사에서 저 같은 연차가 되면 칭찬받을 일이 많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긍정적인 기운을 받고 오는 거죠.


재택근무한 지 얼마나 되었죠?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격상할 때마다 했어요. 2월에 4주 하고, 5월에 5주 하고, 지금도 워낙 심각한 상황이니까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요. 회사에선 재택근무를 몇 번 시행하고 나서 정착시키겠다고 했어요. 하다 보니까 된다고요. 일단 주 1회 재택근무를 표준화했고, 그다음부터는 테스트해보고 괜찮으면 점점 기간을 늘려갈 거래요.


갑작스러운 업무 환경으로, 사원이든 팀장이든 대표든 다 같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처음 재택근무를 실행할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들었나요?
처음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좋았죠. 그다음엔 ‘단계별 리뷰가 이렇게 많은데 과연 화상회의로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저희는 회의 종류가 다양해요., 팀 내부 회의가 있고, 타 본부와의 회의가 있고, 임원 리뷰와 대표 리뷰가 있어요. 팀 회의는 화상으로 가능하지만 타 본부와의 회의는 15명이 넘게 모일 때도 많아서 어려운 점이 적지 않거든요. 그래서 초반에는 아예 회사엘 나갔지요. 그렇지만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생겼어요. 첫 번째 스텝이 회의를 위해 회사에 나갔다면, 두 번째 스텝에선 타 본부와의 회의도 화상이나 그룹콜로 시도했고, 세 번째 스텝에선 그게 좀 더 활성화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지금도 임원 리뷰 같은 경우는 출근하지만요.


팀장은 팀원을 이끄는 역할을 하지요. 팀원이 재택근무에 잘 적응하도록 노력한 것이 있다면요?
앞서 말했듯이 회사의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제가 노력한 것은 일단 재택근무 자체를 가능케 하는 거였어요. 안 그러는 팀도 있거든요. 그게 저의 KPI 같은 일이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일의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장으로서 이런 일을 가능케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는 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요. 재택근무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하고, 오히려 더 잘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죠. 그래서 저희는 회의를 진짜 많이 하는 편이에요.


윤주 씨도 재택근무는 처음인 거잖아요. 팀 리더로서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나요? 책이나 기사를 볼 수도 있고, 다른 팀의 방식을 어깨너머 배울 수도 있겠죠.
맞아요. 16년 커리어 인생에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한 거죠. 그렇지만 책을 찾아볼 정신은 없었어요. 좀 찾아볼 걸 이제야 후회가 되네요. 다만 주변 지인들도 재택근무를 하나둘 시작할 때여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많이 물어봤어요. 덕분에 줌이 다른 화상회의 시스템보다 편하고, 카카오톡에 다자간 통화 기능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또 랜선 회식이라는 것도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들었어요. 미래가 사방에서 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호들갑 떨고 있는데,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친구는 원래 회의가 없는 날이나 집에 일이 있는 날에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1차 충격. 또 구글에 다니는 친구는 내년 여름까지 재택근무를 한다더라고요. 그 스케일에 2차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부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재택근무가 당연하고 적응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재택근무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팀 전원이 재택근무를 할 땐 별로 힘든 게 없어요. 간단한 내용은 카카오톡으로 하고, 회의는 화상으로 하니까요. 그런데 팀에서 누구는 재택근무 중이고 누구는 회사에 있을 때 문제가 생겨요. 팀 간 회의는 주로 저 혼자 참석하는데, 회의를 하다 보면 결정되거나 변동되는 것이 참 많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재택근무하는 팀원을 배제하는 것도 문제고, 1시간 넘는 회의에서 일어난 여러 일을 재택근무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어서 힘들었어요. 그리고 출근해서 바쁘게 일하다 보면 눈에 안 보이는 팀원을 잊을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공지 사항을 까먹고 전달 못 한 적도 있어요. 모두에게 다 말해줬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뒤에 ‘A는 재택근무 중이었잖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식이죠. 재택근무를 할 거면 다 같이 하는 게 좋아요. 안 그러면 채널이 엉켜서 소통하는 데 시간이 두 배로 걸려요.


팀장으로서 모닝 인사와 잠깐의 수다 타임 같은 오프라인 리추얼은 유지하려 한다고 했는데요, 팀원들 간의 사소한 잡담이 재택근무할 때 어떤 역할을 하나요?
그냥 인간관계랑 똑같은 것 같아요. 회의 시간에 모이자마자 오늘 안건은 이거고, 준비한 거 다 보여줘, 이런 식으론 안 하잖아요. 오면 바로 엎드리는 것부터 시작한단 말이에요. “너무 어려워요. 못 하겠어요” 하면서.(웃음) 그러면 “아이, 무슨 얘기야~ 잘할 거면서~”라고 저도 멍석을 까는 거죠. 그런 시간을 갖는 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회의는 자주 해도 매번 긴장되는 일이잖아요. 내 아이디어를 누군가한테 보여준다는 것은··· 잘해도 긴장되고 못 하면 사라지고 싶고.(웃음) 그냥 괜찮다고 위로해줄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요.


화상회의 전에 회의 자료를 공유한다고요? 그게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회의에서 어떤 발표를 하면 워드든 PPT든 한 명당 30페이지 정도 되는데, 세 명의 것을 모두 본다고 하면 현장에서 피드백을 주는 게 힘들어요. 이런 얘기도 했다가 생각이 바뀌면 다른 얘기도 하고, 또 발표를 준비하는 사람은 자기 것에 집중하느라 남의 얘길 잘 못 듣기도 하고요. 그래서 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아요. 화상회의 전에 자료를 공유하면 혼자서 쓱 읽어보고 숙지하는 게 가능하잖아요. 회의가 시작되면 포인트 중심으로 말하게 되고, 자연히 회의가 더욱 선명해지더라고요. 팀장으로서 바로바로 피드백을 줘야 하는 부담도 덜해졌고요. 저는 현장에서 헛소리할까 봐 조마조마하거든요. 제가 헛소리하면 다음 단계가 삐끗거리는 거잖아요. 그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되게 효율적인 것 같아요.


또 팀장으로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희는 워낙 일이 동시에 돌아가고 스케줄이 빠듯해서 개인이 생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요. 그 집중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선 다른 팀과의 회의 스케줄도 관리 및 조정해야 하죠. 재택근무를 할 때는 아무래도 개인 공간에 있고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늘겠지만, 여전히 팀장으로서 가장 신경 쓰이고 팀원에게 보장해주고 싶은 게 개인 업무 시간의 확보예요.


재택근무할 때 똑똑하게 일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단순한 것 같아요. 회사의 루틴을 지키는 것? 출퇴근은 물론이고 점심시간도 똑같이 맞추면 관성대로 일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운동하는 것도 추천해요. 몸을 좀 움직이는 것도 일의 능률을 올리는 방법이잖아요.


CNN에서 “창문도 보이지 않는 칸막이 안에 앉아 업무를 보는 시대는 끝났다”는 보도를 봤어요. 재택근무를 해보니 회사의 업무 환경이 달리 느껴지던가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회사에서 왜 못생긴 사무용 책상과 의자를 쓰는지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진짜 거기서 종일 일할 땐 허리가 아프다는 생각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집에서 일하니까 일반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게 진짜 힘들더라고요. 회사 환경이 괜히 못생겨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웃음) 물론 집에서 일할 때도 장단점이 있겠죠. 그런데 그보다 어떤 환경이 더 내게 맞는지 알게 됐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이전까지 저희는 그런 차이를 모른 채 무조건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었잖아요.


집에서 쉴 땐 뭘 하세요?
코로나19 전에는 항상 밖에 있었어요. 요즘엔 한계가 있으니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래서 가구 배치를 계속 바꾸어요. 원래는 TV가 있는 이 방이 침실이고, 지금의 침실이 업무를 보는 곳이었어요. 최근 앞 빌라에서 나무를 다 잘랐는데, 처음엔 화가 났지만 나중엔 좋아졌어요. 볕이 그렇게 잘 들어올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거실을 작업실로 사용하고 베란다에도 책상을 뒀지요. 볕이 좋으니까 베란다도 전혀 춥지 않더라고요.


점심시간엔 오래 산책하는 편이라고요?
오, 맞아요. 확실히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이 동네로 온 이유는 산도 있고 골목골목이 아기자기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회사에 다니니까 낮엔 동네 풍경을 잘 못 보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이 너무 좋아요. 저한텐 그게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이 동네와 내 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쓰고 있는 거니까요.


최근 팬데믹 시대의 ‘함께’에 대한 글을 썼어요.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줄 수 있나요?
회사에서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돈을 번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나요. 사람들이 집에만 있으니까 더 많이 팔리는 품목이 있잖아요. 그런 회사들하고 일하다 보면 ‘위기는 정말 기회가 될 수 있구나’, ‘방역 수칙만 잘 지키면서 일하다 보면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등등 여러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제가 울타리 안 세상에 있기 때문이잖아요. 한 발만 밖으로 나가보면 이 시기에 광고대행사를 못 찾아오는 회사가 더 많고, 퇴근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거리 두기 2.5단계로 수입이 끊긴 지인들이 있죠. 위기를 기회로 바꿀 그 ‘기회’를 차단당한 거죠. 그런 걸 볼링장 운영하는 제 친구, 옷 가게 하는 지인, 식당과 술집 하는 이웃을 직접 보면서 알게 되었죠.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함께’의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2020년 초에 만든 광고에는 ‘함께’라는 카피가 정말 많이 들어갔어요. “함께 견뎌서 함께 이겨내고 함께 축하할 날이 올 거야.” 이런 광고 많이 보셨죠?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함께’ 이겨내고 있는 게 맞나, 생각하면 잘 모르겠거든요. 일부의 희생으로 버티는 것은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들면서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사람까지 함께라는 범위를 계속 넓혀가는 게 중요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단은 동네를 돌면서 돈을 써야겠다 싶었죠. 그리고 너무 우선순위에 있는 것에만 지출하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가장 후순위에 있는 게 문화적인 것일 수밖에 없잖아요. 없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이러니한 게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걸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궁핍해진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삼시 세끼 먹으니까 하는 배부른 소리인가 싶기도 해요. 더 좋은 대안을 생각해내는 게 이 시기에 월급 따박따박 받는 저 같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구조 다세대빌라 투룸
면적  46.28㎡(14평)
전세 1억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