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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같은 취향, 기록으로 조립하기

Hobbies Like Puzzle, Assembling With Records

퍼즐 같은 취향, 기록으로 조립하기

Editor.Hamin Kim Article / skill

“뭐, 아무거나.” 나조차도 긴가민가한 선택의 기로에서 ‘기록’은 어떤 역할을 할까? 과연 아카이빙으로 취향을 발굴하고 정리할 수 있을까? 리뷰로 먹고사는 디에디트 에디터에게 물었다.






꼭 기록해야 하나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보면 포토그래퍼가 어떤 순간에는 셔터를 누르지 않고 눈에 담아두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때때로 느낌 그 자체로 남겨두는 것도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죠. 하지만 확실한 건 기록을 꼼꼼히 자주 할수록 취향은 구체화된다는 거예요. 어렴풋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거든요. 물론 누군가는 “번거롭게 일일이 따져볼 필요가 있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돌아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가령 영화를 보고 글로 후기를 남겨놓으면 단순히 재미있다는 느낌으로 끝나지 않죠. ‘어떤 장면이 재미있었지? 왜 나는 그 포인트에서 흥미로웠을까?’ 하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거예요. 영화 감상이 취미라면 ‘왓챠’에 감상평을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른바 영화 덕후들은 어떤 식으로 영화를 해석했는지 읽어보면서,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취향이 삶의 필수 요소는 아니라고 봐요. 누군가에게 “어떻게 취향이 없어?”라고 말하는 건 폭력적인 표현일 수 있다는 거죠. 아직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세상에 취향 없는 사람은 없거든요. 하지만 취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찰이 필요해요. 관찰은 결코 남이 해줄 수 없는 부분이고요. 내면의 깊숙한 끌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에요.







기록을 다듬는 법 



제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불문하고 많이 쓰다 보니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의지라는 거예요. 아무리 도구가 편리하더라도 귀찮음을 이겨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거든요.

리뷰를 정리할 수 있는 앱이나 플랫폼은 정말 많아요.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그리고 일기장에도 기록을 남길 수 있죠. 우선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플랫폼은 ‘브런치’예요. 터치 두 번만으로 글 쓰는 데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매거진’이라는 테마로 카테고리 분류가 가능해 한눈에 보기에도 편해요.

저 같은 경우 영화 리뷰, 각종 아이템 리뷰, 에세이 등으로 분류해 정리해두는데, 1차 감상평은 보통 스마트폰으로 브런치에 간단히 적어요. 이때 대체로 표현이 중복되거나 문장이 다듬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초안을 쓸 때는 완벽하게 쓰기보다 당시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에 집중하는 게 중요해요.

반면 보여주는 글이라면 조금 다듬을 필요가 있죠. 보통 이 과정에서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해요. 모든 문장에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게 담겨 있으면 글이 뒤죽박죽돼 정작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되도록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앞에 쓰고, 보충하는 말은 뒤에 붙여 쓰는 게 좋아요.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이 남았다면 1번, 2번 번호를 매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이렇게 브런치에 2차 정리를 한 다음 인스타그램에 공유해 지인들과 감상을 교류하는 거죠. 간단한 아이디어는 ‘구글킵’을 활용하기도 해요.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디자인이라 한눈에 들어오고 보기 편하거든요. 포스트잇마다 태그를 달 수도 있고, 색깔을 다르게 지정할 수 있어 관리하는 데 유용해요. 무엇보다 구글 계정과 연동하면 디바이스 상관없이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어떤 걸 남겨두면 좋은가요?  



감상에 덧붙여 이유를 적어보세요. 제가 ‘디에디트’에서 쓰고 있는 리뷰 역시 이유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나는 이 헤드폰이 좋다. 그 이유는 깊은 저음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긴장감 넘치는 편집 때문이다”로 요약할 수 있죠.

좀 더 구체적 예시를 들어볼게요. 몇 주 전 <매그넘 포토 인 파리>라는 사진전에 다녀왔어요. 개인적으로 전시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봤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세상을 떠난 유명인을 흑백사진으로 찍었기 때문에 좋았더라고요. 한때 유명했지만, 지금 세상에 없는 사람을 흑백으로 처리한 것을 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더불어 흑백사진만의 고유한 매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죠. 이처럼 좋아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내 취향은 이렇구나’라는 걸 점점 알게 될 거예요.

사실 이유를 정리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에요. 배는 고픈데, 뭘 먹고 싶은지 떠오르지 않는 거랑 비슷하다고 봐요. 느낌은 분명하지만 말로 설명하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요. 그런데 기록하게 되면 내면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요. 얼핏 느끼고 있던 부분을 좀 더 확실하게 정리하는 거죠. 더군다나 취향이 뚜렷해지면 엉뚱한 데 돈을 쓰지 않으니 현명한 소비도 가능하고 시간도 절약되고요.





바쁜 일과 중에 틈틈이 기록하는 요령이 있나요?  



아카이빙을 하는 이유가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반드시 날것의 내용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해요. 요즘은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가 워낙 많다 보니 굳이 글로 기록하지 않고 아카이빙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죠.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북마크 기능을 활용해 컬렉션을 만드는 거예요. 카페, 맛집, 스타일, 읽을거리 등 카테고리별로 분류해 나중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모아두는 거죠.

만약 느낌을 기록하는 게 목적이라면 스크린샷 캡처를 이용해 밑줄을 그어놓거나, 간단히 텍스트를 추가할 수도 있어요. 그 밖에 음성으로 상황을 녹음하는 방법도 있고요. 하지만 정보는 나만의 방식으로 가공할 때 의미가 더해지기에 결국 한 번 이상 다듬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이걸 왜 저장해뒀지?” 헷갈리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최소한 어떤 목적으로 기록했는지 정도는 정리해둘 필요가 있는 거죠.

음성 녹음이라면 왜 녹음했는지 제목에 적고, 스크린 캡처라면 폴더를 따로 분류해놓는 게 좋아요. 만약 글로 기록하는 거라면 애매한 표현보다 구체적으로 써서 나중에 봐도 그때의 느낌을 알아차리게 하는 게 좋아요.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기록해놓는 건데, 이도 저도 아니게 애매하게 정리해두면 한 번 더 손이 갈 수밖에 없어요.





공유할수록 예리해집니다



취향 기록은 가능하면 타인과 공유하는 걸 추천해요. 독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좀 더 신경 써 정리할 수밖에 없거든요. 한 발짝 물러나 객관적으로 보는 안목도 생기고요. 저는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데, ‘디에디트’에 리뷰를 적으면서 제가 굉장히 분위기를 따지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맛도 중요하지만 입장, 착석, 퇴장까지 이어지는 시공간의 경험을 방치하면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더라고요.

또 하나 근래에 알게 된 사실은 제가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요즘 듣는 노래에 대한 일기를 브런치에 쓴 적이 있는데, 노래가 마음에 들면 꼭 한번 가사를 찬찬히 읽더라고요. 내가 어떤 식으로 음악을 감상하는지도 기록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셈이죠.

그런데 취향을 공유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어요. 바로 ‘취향 존중’이에요. 다소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나만의 공간에서 내 마음대로 휘갈겨 쓸 수 있지만, 가끔 자기감정에 취하다 보면 표현이 과해질 때가 있어요. 취향과 사실을 혼동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취향에는 옳고 그름이 없어요. 상대가 분명한 상황에 뒷담화나 신랄한 평가를 하고 싶다면 차라리 네이버 블로그 비공개로 쓰는 게 나아요. 취향은 또 찾으면 되지만, 한번 잃은 관계는 회복하기 힘들거든요. 







김석준

‘디에디트’ 에디터. 변덕이 심해 하나를 오래 좋아하지 못하는 고약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성격 덕분에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다. 영화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덕분에 <최혜윤의 굿모닝 FM>, <넷플연가>를 통해 부수입을 얻고 있다. 취향은 돈이 된다고 믿는 편이다. ≪안녕의 안녕≫이라는 문집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