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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가장 행복한 사람

The happiest person tonight

이 밤에 가장 행복한 사람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정지혜 / 33세

북 디렉터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구조 다세대빌라 2층 투룸
면적  44.16㎡(13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70만 원

 

Room History

23세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오피스텔 원룸(룸메와 셰어)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
25세 서울시 강북구 번동 다세대빌라  원룸
(전세 6000만 원)
27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다세대빌라 1.5룸
(전세 4500만 원)

 

정지혜하고는 6년 정도 알고 지냈다. 6년 내내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서점을 운영했고, 나는 그 서점을 모두 다녀봤다. 아기자기하고 정갈한 것이 정지혜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의 입에서 방탄소년단 얘기가 나오더니 인스타그램에 콘서트 사진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모르는 모습이었지만 정지혜스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언제나 사랑이 많은 그였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정지혜는 여전히 책방을 운영한다. 다른 게 있다면 책밖에 모르던 사람이 퇴근 후 신속히 귀가해 덕질 모드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침대에 콕 박혀 이 밤을 앓느라 바쁘다. 나는 그게 참 부러웠다. 기분 좋게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인터뷰 때문에 급하게 짐을 정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삿짐을 풀지 않은 채로 살았다고요.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사적인서점’이라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잖아요. 원래는 홍대 인근에서 2년 동안 운영했고, 번아웃이 크게 온 뒤로는 군산에 가서 했죠. 코로나19로 급하게 서울로 오면서 다시 잠실에 서점을 열게 됐는데, 오픈 준비하고 또 적응하느라 짐을 풀 시간이 없었어요. 원래 남편은 서울 집에 계속 있었는데, 제가 다시 오면서 짐이 배가된 거죠. 다행히 이번 촬영 때문에 치우게 됐어요. 아직 저 작은 방에 잡다한 것이 다 몰려 있지만요.(웃음)


군산에서 서점할 때 제가 그 집에 가봤잖아요. 그때에 비해 얌전해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남편이 있으니까 눈치를 많이 보게 돼요. 군산에 있을 땐 마음껏 덕질했거든요. 남편이 만날 하는 말이 그렇게 좋으면 지민이랑 결혼하지 왜 자기랑 사냐고 물어요. 그럼 속으로 ‘결혼할 수 있었으면 했지’ 생각하고, 말로는 “말을 왜 그렇게 해. 지민이랑은 그런 거 아니야”라고 하죠.(웃음) 매번 마음이 바뀌어요. 제 덕질을 지지해주는 것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TV에 방탄이 나오면 게임을 하다가도 툴툴거리면서 비켜주거든요. 그럴 땐 참 고마운데, 사람들이 “남편이 진짜 대단하네”라고 말하면 이해가 안 돼요. ‘그게 왜 대단한 거지? 내가 내 취미 생활을 하는 건데 왜 눈치를 봐야 하지?’ 의문이 드는 거예요. 제가 만약 낚시나 골프에 취미가 있었다면 그런 반응은 없었을 거 아니에요. 물론 그것도 심하면 배우자가 싫어하겠지만···. 저는 항상 그런 마음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군산 집에선 욕실을 열고 나오자마자 지민 청년의 말간 얼굴이 보여서 약간 민망했어요. 그것뿐만 아니라 집 안 전체가 굿즈 박물관이었잖아요. 이사하면 덕질 존도 만들 예정이라고요?
저 혼자 사는 집이면 당연히 온 집 안을 방탄소년단으로 도배했겠지만, 남편이랑 같이 사니까 한정된 공간에 압축해서 밀도 있게 꾸미려고 해요. 지금은 양해를 구해서 여기에 몇 군데 스폿만 꾸며놓은 상태예요. 제가 저기 왼쪽에서 자거든요. 고개를 돌리면 언제든 굿즈를 보기 위함이죠. 만약 이사해서 내 방이 생긴다면 그 공간은 나의 작업실 겸 덕질 존이 될 거예요. 사실 이미 책장에도 작지만 덕질 존이 있어요. 여기 위에는 다 앨범이고, 또 메모리즈라고 1년 활동을 결산해서 내주는 게 있어요. 여름·겨울마다 여행 가서 찍는 화보집도 있고 방탄소년단이 읽은 책과 방탄소년단이 나온 일본 잡지도 있어요. 그런 건 꼭 2개씩 사야 해요. 하나는 보는 용도고 하나는 소장용!


“덕질에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찐 아미 정지혜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전반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일단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트위터를 확인해요. 밤사이에 새로 올라온 사진이나 소식을 보면서 잠을 깨우죠. 그렇게 약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있다가 출근길에 나서요. 출근하고 나서는 오후 10시까지 서점 일을 열심히 하죠. 그 이후부터는 덕질 자아가 나오는 시간인데, 지하철을 타자마자 휴대폰으로 새롭게 올라온 떡밥을 확인해요. 그리고 또 BTS WORLD라는 게임을 하는데, 그게 꼭 하루에 두 번씩 들어가줘야 하거든요. 집에 도착하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마음 편히 덕질을 하죠. 보통 새벽 2~3시에 자는 것 같아요. 늦게 자면 5시? 생각보다 잠이 없어서 괜찮아요.


사실 저는 퇴근 후에 할 게 없어서 삶이 지루하다고 느끼거든요. 일과 관련한 것은 보기도 싫고, 그렇다고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혜 씨는 퇴근 후 자유 시간이 기다려지겠어요? 부러워요.
그럼요. 업무 중에 생방송이라도 하면 얼마나 낙담하는지. 일찍 퇴근하길 바라죠. 그런데 덕질에도 타고난 유전자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번 덕후는 영원한 덕후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걸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덕후가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덕질을 하고 나서 에너지 넘치고 너무 신나 하니까 주변에서 부럽다고들 해요. 근데 덕질이 하고 싶다고 해서 갑자기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유전자라고 표현한 거예요. 저는 연애도 그렇게 해온 타입이거든요.


저녁은 다음 날 아침 컨디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간이잖아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면 다음 날 아침이 어때요?
저는 새벽까지 방탄소년단을 보는 게 소진이 아니라 충전하는 느낌이에요. 보면 볼수록 스트레스가 풀리고 말 그대로 자양강장제 같은 존재예요. 그런데 단점은 있어요. 이렇게 컴백하고 떡밥이 넘칠 땐 신나지만 활동을 안 할 땐 그만큼 무기력해져요. 그거 알죠? 한 번도 맛보지 않을 수는 있지만 한 번 맛본 사람은 그 맛을 끊을 수 없다는 거요.


최근 ‘아,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고 느낀 저녁이 있어요?
신곡 ‘다이너마이트’를 발표한 저녁요. 덕메(덕질 메이트)들이랑 카운트다운하면서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그 짜릿함, 희열! 그걸 앓는 것도 재미있거든요. 뮤직비디오를 나노 단위로 캡처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다가 이 장면은 이래서 좋고, 저 장면은 저래서 좋고 하면서 주접을 떨었죠. 팔로어 2만6000명 계정에서.(웃음) 제가 하도 좋아하니까 ‘뭔데 이렇게 좋아하지’ 궁금해하다가 아미가 된 사람도 있어요.


그럼 아미가 되기 전에 지혜 씨의 저녁 풍경은 어땠어요?
덕질 전에는 일과 사생활을 구분 못 해 서점에서 새벽 2~3시까지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기획을 하면서 일에 대해 생각했어요. 책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취미도 책 읽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책 읽기였죠. 그래서 번아웃이 왔을 때 별다른 돌파구가 없어서 힘들었어요. 지금은 10시에 퇴근하면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거기서 딱 끝내고 내일로 미뤄요. 노트북도 안 들고 오고요. 덕질로 충전해야 하니까요.


지금은요? 덕질 말고 취미가 있어요?
없어요. 덕질이 다 충족시켜주거든요. 이건 좀 말하기 민망스러운 부분이긴 한데, 제가 팬픽에 빠져버려서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고 새로운 세계가 열려버린 거예요.(웃음) 글 잘 쓰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방탄소년단을 파면서 재밌는 것이 참 많아요. 덕메들과 노는 것도 그렇고.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어렵지만 방탄소년단 덕분에 용기 내서 유럽 여행을 간 적도 있거든요. 참 많은 게 변했죠.


방탄소년단으로부터 파생된 에너지가 크네요.
그러니까요. 제가 방탄소년단 좋아한다고 덕밍아웃했을 때 어떤 지인이 “지혜 씨한테 책 말고 새로운 세계가 생긴 걸 처음 본다”라고 했는데, 얼마 전에 다시 만나서 댄스 학원을 다닌다고 했더니 새로운 세계가 너무 다채롭게 열리는 거 아니냐며 웃더라고요.(웃음) 조만간 지민이랑 똑같은 곳에 피어싱도 할 거예요.


밀라논나 할머니 아세요? 패션 유튜버로 활동 중인 할머니인데, 올봄에 나이트 루틴 영상을 올렸더라고요. 그 정연한 삶이 어찌나 부럽던지요. 고귀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렇게 나름의 순서를 정해놓고 꾸준히 이어나가면 어떤 기쁨이 있는 걸까요? 지혜 씨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있어요?
방탄소년단을 좋아한 지 2년 정도 되어가거든요. 제가 이렇게 강렬하게 이렇게 오랫동안 누굴 좋아한 게 처음이에요. 저는 원래 금방 빠지는 만큼 또 금방 식어서 좋아하는 사람이 자주 바뀌거든요. 제가 무슨 생각을 하냐면, 밀라논나 선생님과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이 덕질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궁금하고 기대가 돼요. 최근 댄스 학원에 등록했다고 했잖아요. 책 말고 다른 세계가 없고 항상 앉아서 머리로만 일하다 보니 몸으로 하는 게 너무 어색한 거예요. 그리고 제가 남들한테 어설픈 모습을 절대적으로 보여주기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춤을 추러 갔더니 제가 제일 못하는 거예요. 당연하죠. 제일 늦게 들어왔으니. 그런데 똑같이 창피하긴 한데 그냥 나한테 집중해서 몸을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되게 신선했어요. 그 춤 때문에 새로운 루틴이 추가됐어요. 매일 거울을 보면서 안무 연습을 하거든요. 남편이 꼴깝스럽다고 하긴 하는데, 꿋꿋이 해서 언젠가 꼭 마스터할 거예요. 저는 이렇게 덕질을 통해 저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게 기쁨인 것 같아요. 고귀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남의 시선에 그렇게 신경 쓰던 제가 자유롭게 옷도 입고 춤도 추고···. 얼마나 신기해요.


그러게요. 덕질이 건강한 루틴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혜 씨 책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에 이런 문장이 나오잖아요. “기분이 울적하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을 때는 방탄소년단 영상을 보면서 즉각적으로 기분을 전환합니다. 기분이 나쁜 채로 하루가 끝나게 놔두지 않아요.” 사람의 태도까지 변화시키는 가수라뇨?
애들을 보면 되게 열심히 살고 싶어요. 이미 충분히 대단한 애들이 더 열심히 해서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걸 보여주잖아요. 최근 제1회 청년의 날을 기념해 방탄소년단이 청와대에서 연설을 했거든요. 그걸 보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나도 성공해서 청년의 날에 초대받는 인사가 되겠다고요. 아이들과 당당하게 인사 나누고 싶어요. 대신 눈물이 흐를 순 있겠죠.(웃음)


이때까지 저희가 다룬 리추얼은 공부·독서·요리 등 꾸준히 하면 좋을 수밖에 없는, 어떻게 보면 이미 보장된 행위인데, 덕질은 좀처럼 앞길을 알 수가 없잖아요. ‘내가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불안한 마음은 없는지요?
덕질이 좋은 게 그거예요. 잘할 필요가 없어요.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취미일 수도 있잖아요. 대가 없는 사랑이고 돌아오지 않는 건데 누군가를 위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니까. 그래서 허무하기도 한데, 그게 또 장점인 것 같아요. 잘할 필요도 없고 숙제 검사 맞듯이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죠. 아무리 취미여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 거 아니에요.


구체적으로 어떨 때 덕질이 내 삶의 중심을 잡아준다는 생각이 드나요? 근데 중심이 맞긴 해요?
중심보다는 밸런스인 것 같아요. 사실은 예전에 쉬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닌데, 압도적으로 일이 우선순위에 있으니까 머리로는 알면서도 쉬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덕질은 일보다 우선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일만큼이나 내 인생에 중요한 요소여서 놓치고 싶지 않은 거죠. 만약 방탄소년단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제가 이 집에 와서 개인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잘 모르겠거든요. 제가 자기 착취가 굉장히 심했는데, 그걸 멈추게 한 게 덕질이에요. 저를 쉬게 하는 유일한 버튼!


이런 경험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겪을 사람이 많을 거 아니에요.
제게 사랑은 늘 콤플렉스였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남자 친구가 있었거든요. 주변에서 “남자 없으면 못 사냐고”, “누굴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고 말할 정도였죠. 그러다 보니 “정말 나는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인가? 나는 왜 사랑에 의존하고 기대는 거지?” 하고 자책하기 시작했어요. 항상 사랑이 최우선이었으니까 이별했을 땐 친구도 잃고, 돈도 잃고, 학점도 잃곤 했지요. 엄마 아빠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지혜는 연애를 안 했으면 더 큰 사람이 됐을 거라고.(웃음) 그런데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면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나의 강점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 감정을 정리하고 나누고 싶어서 책까지 쓰게 됐고요. 엄청난 경험의 확장이죠. 내 인생에 두 번은 없을 화양연화를 지금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험을 저는 사랑이라는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덕통사고가 필수인 리추얼이지만 ‘꼭 이런 사람들에게 덕질을 추천하고 싶다’는 게 있을까요?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고 느끼는 사람, 자신의 세계가 너무 좁다고 느끼는 사람, 무기력하고 에너지가 없는 사람요. 저는 사랑이 사람의 등을 밀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용기가 없거나 겁이 날 때 되게 가볍게 등을 떠밀어주는 게 사랑의 역할 같아요. 재밌는 게 제 책이 덕질 관련 내용이잖아요. 표지도 엄청 발랄하고요. 그런데 중년 남성들이 그렇게 사 가세요. 한 분은 열 권씩 사 가시기도 했어요. 너무 공감한다면서요. 제 생각엔 아마 이 문장에 공감했던 것 같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과 품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재고 따지느라 그렇지요. (···) 하찮고 쓸모없는 것이라도 괜찮아요. 사랑은 모든 것이 될 수 있어요. 나에게 반짝이기만 한다면요.” ‘엄마 아빠 나이대에도 이런 사랑이 필요하구나’ 생각했어요. 어쩌면 덕질을 하는 데 나이는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닐까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구조 다세대빌라 2층 투룸
면적  44.16㎡(13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7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