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mark wordmark

logo logo

팬데믹 시대의 사내복지

Company Welfare in Pandemic Era

팬데믹 시대의 사내복지

Editor.Jayeo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유리/ 32세

LINE BX 디자이너


Conditions

지역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조 아파트
면적  89.2㎡(27평)
보증금 4억 원대(전세)

 

Room History

30세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평 빌라 투룸(전세 3억 원대)

 

영국의 세계적 영어사전 출판사 콜린스는 2020년을 대표하는 단어 열 가지를 꼽았다. 록다운 lock down, 코로나바이러스 Corona virus, 일시 해고(furlough), 필수 인력(key worker), 자가 격리(self-isolate),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 등 그 절반 이상이 팬데믹 시대와 관련한 것이었다. 읽는 것만으로도 암울하고 무거운 단어들이 올해를 가득 채울 때, 모바일 메신저 주식회사 라인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집콕 생활에 지쳐가는 직원들을 위해 꽃과 과일 바구니를 선물하고, 무력감을 이기지 못할 땐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고. 여느 로맨스처럼 들리는 선물들의 정체를 헤아리고 싶어 나는 김유리를 찾아갔다. 회사로부터 보호받는 기분이 좋다는 그의 말에 문득 든든한 울타리 하나가 그려졌다. 이 울타리에도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뉴 노멀이 스며들고 있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어요. 낯설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일하는 기분이 어때요?
기분 너무 좋아요. 예전에는 교대 쪽에서 살았던 터라 상업 지구와 뒤섞여 있었어요. 빌라촌 사이로 술집도 있었고요. 그땐 동네가 복잡했죠. 이곳은 확실히 주거 단지가 주는 안정감이 있어요. 그리고 비슷한 예산에도 지금 동네로 오니까 더 넓은 공간으로 올 수 있었고요. 창문으로 하늘도 작게 보이고 건물로만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지금은 넓은 창밖 풍경으로 계절이 바뀌는 걸 명확하게 알 수 있어요. 일하기에도 훨씬 좋은 환경이에요.

원래 지금 재택근무 중인데, 새로 입사한 신입의 온보딩을 위해 출근 중이라고요. 재택으로도 안 되는 게 있네요?
맞아요. 신입 사원이 회사의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서 일상 대화로 친밀감과 유대감을 먼저 쌓아야겠더라고요. 업무 얘기만으로는 거리를 허무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또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나 팀 내 분위기는 카메라 너머로 전달되지 않잖아요. 화상으로 아무리 가까이하려고 해도 무리가 있다는 팀장님 판단 아래 일시적으로 일부 BX 팀원들이 출근하고 있어요.

커뮤니케이션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대면이 훨씬 효율적이죠. 그렇다면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문제가 없나요? 피드백도 정확성이 중요한데요.
정확성에는 문제가 없는데 생각보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게 힘들더라고요. 피드백 내용이 좋지 않더라도 얼굴을 마주 보는 상황이면 화기애애하게 독려하면서 말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텍스트에는 그런 게 담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용한 방법은 서체를 바꾸는 거였어요. 오이체같이 동글동글하거나 옆에 하트 무늬가 뿅뿅 달린 폰트로 바꾸면 ‘네’처럼 딱딱한 답변도 엄청나게 부드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대안을 찾은 거네요. 재택근무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회사가 많은 것을 도와주었다고 들었어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일단 회사에 있는 기기를 외부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어요. 보안 면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을 감수해야 하는데도 빠르게 결정을 내린 게 가장 컸죠. 이 이동 과정에서 맥 컴퓨터가 워낙 무거우니까 택시비나 퀵 비용을 지원해줬어요. 그리고 코로나19 초반에 마스크 대란이 있었잖아요. 그때 마스크를 넉넉히 공수해주었고요. 또 허먼 밀러 사무 의자나 스탠딩 책상도 직원가에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연계해, 필요하면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그 밖에 사람들이 집에만 있으니까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도록 꽃이나 과일 바구니를 보내주기도 하고요.

꽃이랑 과일 바구니는 너무 로맨틱한 선물인데요?
재택근무가 워낙 갑자기 시작됐으니까 직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즐거운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기 충전의 의미로요.



이런 사내 복지가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그럼요. 회사에 애사심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헉! 나를 이렇게 챙겨주다니!’ 하면서 마음에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좀 쉽나요?(웃음) 특히 마스크 대란 때 한 박스당 5만 원까지 올라갔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마스크를 구해주니까 회사가 나를 보호해준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내가 이곳에 소속되어 케어를 받는다는 느낌이었어요. 울타리 안에 있는 것처럼요. 이런 안정감이 점점 커지면 내가 맡은 일을 잘 끝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돼요. 이게 어느 부분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니 도움이 크게 되었죠.

한국 기업 문화는 오랫동안 “공과 사를 구분해라”는 말을 철칙처럼 강조해왔어요. 그런데 라인은 오히려 기분 전환을 위한 선물을 보냈거든요. 마치 내 기분이 좋아야 일이 더 잘된다며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 같기도 해요.
올해 상반기에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일할 땐 그 부분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업무에 몰두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이 손에 하나도 안 잡히더라고요. 가화만사성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부적으로 안정감이 있어야 외부 일도 차분히 처리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 공과 사를 무 자르듯 완벽하게 나누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확실히 기분이나 일에 따라 능률과 역량도 같이 영향을 받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회사에서 제공하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받으면서 중심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아 참, 라인은 직원들에게 ‘심리 응급 키트’를 제공하고 있죠? 저도 들어봤어요. 팬데믹 시대에 빛을 발하는 복지라고요.
심리 응급 키트는 직장 스트레스나 개인사 등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회사가 전문 상담가와 연결해주는 복지 서비스예요. 상담 5회 차까지는 상담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고, 더 상담받고 싶으면 그때부턴 개인이 부담해요. 보통 부정적 생각은 내 선에서 정리가 안 된 채로 마음속에서 어지럽게 산발하잖아요. 그런데 제삼자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명확하게 정리해주니까 저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내가 나를 몰아세운 감정들을 좀 걷어낼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1년 가까이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됐잖아요. 그때부터 무력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저희 회사에서 BX 디자이너는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까 같은 공간에 없으면 의사소통할 일이 크게 없는 편이에요. 그렇다 보니 교류도 줄어들고, 내가 잘한 건지 못했는지 모르는 답답함도 커진 거죠.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하는 날도 많고요. 그때 저희 팀장님이 공지를 하더라고요. 심리 응급 키트가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이용해보라고요.

스위스는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에게 월세 일부를 지원하라는 법적 판례가 나오면서 화제가 됐어요. 재택근무가 보편적 근무 방식이 된다고 상상하면, 회사는 어느 범위까지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월세 너무 좋은데요? 월세나 전세금 이자를 지원해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상상은 자유니까요.(웃음) 재택근무가 기본이 되면 오피스 사용 비중이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공동 공간은 필요하니까 거점 오피스나 공유 오피스같이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면 그 비용도 같이 줄어들잖아요. 그럼 정말 지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공간에 직접 지원하는 게 힘들면 집을 오피스처럼 꾸밀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의자만 바뀌어도 업무 능률이 다르거든요. 사무 가구나 사무 도구 같은 근무 환경을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라인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월 1회 재택 찬스가 있었다고요. 그 경험이 현재 재택근무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근무자가 업무를 다른 곳에서 보더라도 일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한 것 같아요. 특히 라인은 일본, 태국, 대만같이 동남아권에 활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워낙 출장이 잦아서 현실적인 근무 형태에 맞춰 변화가 자연스럽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확실히 재택근무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고요.

라인이라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라인 메신저만 이용할 줄 알았는데, 라인과 줌을 상황에 따라 번갈아 쓴다고 해서 의외였어요.
업무에서 기본적으로 라인을 많이 써요. 일상적인 내용 전달이나 전화 통화가 필요하면 라인 콜을 쓰기도 하고요. 동료들이 서로의 번호를 모르거든요.(웃음) 다만 외국인 담당자가 참여하는, 통역이 필요한 미팅에는 줌을 써요. 라인이 외국과 소통하는 일이 많다는 특성 때문이에요. 통역사까지 들어와서 같이 회의를 하는데, 줌은 통역만 들을 수 있도록 조절도 할 수 있어서 편리하거든요.

현재 회사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기업 문화로 유명해요. 이런 분위기가 재택근무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수직적 분위기라면 재택근무 중 놀지는 않을까 의심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저희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 데일리 업무 내용을 올리라는 공지가 있긴 하지만, 일일이 보고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원할 때 자유롭게 하고 있어요. 약간 그런 스타일이에요.

온라인 회의를 할 때 생각보다 뒷배경이 신경 쓰인다는 사람이 많아요. 유리 씨는 화상 카메라의 배경을 어떻게 하나요?
저는 뒷배경이 막 신경 쓰이는 편은 아닌데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보통 하얀 벽면을 등지는 편이에요. 근데 회의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갑자기 그날 기분에 따라 배경을 막 바꾸곤 하더라고요. 하와이 배경, 우주 배경 등 다양해요. 어떤 분은 회사 사무실 사진을 배경으로 해놔서 처음에는 회사에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또 책상 양옆으로 돈 쌓인 배경도 하고요. 이런 거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사무실에서 내내 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집에 있는 동안 꼼수로 쉬기도 하겠죠?
컨펌받을 때 피드백이 워낙 빨리 와서 쉴 틈이 별로 없긴 하지만, 종종 짬을 내서 누워 있기도 해요. 집이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넷플릭스를 보는 게 가장 큰 변화이지 않을까 해요. 점심시간에는 꼭 넷플릭스를 켜고 밥을 먹거든요. 그 전에는 사람들과 밥 먹으면서 내내 이야기를 해야 했다면,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휴식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부터 재택근무까지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어요. 이러한 변화에 따라 집에서 달라진 풍경도 있겠지요?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모습요.
먼저 집에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게 됐어요. 저는 삼시 세끼 중 아침을 가장 잘 차려 먹고 싶어 하는 편이거든요.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서 접시도 많이 사고 꼬꼬떼 냄비도 새롭게 구입했어요. 그 전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던 것의 소비가 늘어났다는 게 달라진 점이죠. 그리고 코로나19와 재택근무는 전에 살던 교대에서 분당으로 이사 오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해요. 마침 계약이 만료된 시점이기도 했지만, 집에 더 오래 머물기 위해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되짚어보게 됐거든요. 제가 서울을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분당으로 오기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회사가 가깝다는 장점이 있더라도 재택근무를 계속한다면 굳이 회사 근처에 살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결단을 내려야 했죠.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집에 오래 있어야 한다면 바깥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곳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요리하는 공간도 좀 더 넓으면 좋겠고요. 리프레시가 절실해져서 더 넓은 공간을 찾기 위해 이사를 하게 된 거예요.

집에 오래 머물면서 갖게 된 새로운 취미도 있나요?
계속해서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찾고 있어요. 원래 그 전에는 집에 누워 있기만 했어요. 회사에서 일하면 모든 게 방전돼서 주말 내내 뒹굴뒹굴했거든요. 그런데 집에 오래 있으면서 요가도 해보고 요리도 하고, 브이로그도 한번 찍어보고 해요. 제가 몰입하고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면서 저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보고 있어요.

회사의 지원을 받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의 일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요?
회사가 적극적으로 제공해준 복지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져요. 전에는 ‘내가 일하는 데 당연히 줘야지’하며 받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재난 앞에서 회사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이 드니까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알잖아요, 우리. 항상 마음에 퇴사를 품고 있는 거.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습관처럼 기계적으로 반복됐는데 이젠 그런 게 없죠. 수치로 표현해보자면 퇴사 욕구가 80%에서 50%로 확 줄어든 것 같아요. 일을 계속할 지속성이 늘어난 거죠. 만약 재택근무가 앞으로 사회 전반에 정착된다면 일주일에 두어 번 출근하는 게 적당할 것 같아요. 그 정도면 아무리 멀어도 출근할 만하잖아요. 그럼 사람들이 회사를 선택하고 지원하는 기준도 훨씬 넓어지지 않을까요?





Conditions

지역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조 아파트
면적  89.2㎡(27평)
보증금 4억 원대(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