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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하고 평범한 이름으로

With the Most Ordinary and Common Name

가장 흔하고 평범한 이름으로

Editor.Hyem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철수, 손장호

31세, 29세 / 유튜브 ‘채널 김철수’ 운영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구조 다세대빌라 옥탑 분리형 원룸
면적 약 40㎡(12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35만 원

Room History

철수

25세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다세대빌라 옥탑,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5만 원
27세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다세대빌라 옥탑, 보증금 500만 원, 월세 20만 원

 

장호

27세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다세대빌라 옥탑, 보증금 500만 원, 월세 20만 원

 

유튜브에서 우연히 채널 하나를 발견했다. 그 흔한 총천연색 섬네일thumbnail이나 0.1초 단위로 숨 가쁘게 넘어가는 편집 테크닉도 없는 이 채널의 구독자는 무려 10만 명. 영상 속 두 남자는 옥탑방에서 함께 산다. 어항의 물고기에게 밥을 주고, 함께 라면을 먹고, 고양이와 산책하고, 함께 장을 본다. 누구보다 평범한, 우리 옆집 어디든 있을 법한 보통 연인의 이야기였다.


두 분이 이 옥탑으로 이사 온 지 얼마나 됐죠? 집 보러 같이 다녔겠네요.

(철수) 여기로 온 지는 이제 1년 정도 됐죠. 그 전에는 저 혼자 살던 미아동 집에 장호가 들어와서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그 집이 둘이 살기에는 많이 좁더라고요. 고양이들과도 좀 더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집으로 옮길 필요가 있었죠.
(장호) 거의 몇 달 동안 집을 보러 다닌 것 같아요. 1순위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 수 있는 곳이었는데, 찾기가 어려워서 꽤 오래 알아봤어요. 2순위는 주인이 같이 안 살고 간섭하지 않는 곳, 옥탑 마당을 우리만 쓸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했지요.

이 집이 딱 그런 곳이었군요. 

(철수) 물론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운다고 하니 부동산 중개업자가 그 말은 주인에게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저희는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다행히 주인분이 쿨하게 오케이 하셨어요. 덕분에 잘 살고 있죠. 전혀 터치도 없으시고.

가구 하나 없는 방인데, 영상 속에서 집 풍경을 자주 봐서인지 익숙하네요. 방 안에 빨래가 널린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잖아요. 저 같으면 영상이 신경 쓰여서라도 좀 꾸미거나 정돈할 법도 한데.(웃음) 

(장호) 그래도 이거 많이 정리한 건데….(웃음)

(철수) 사실 저는 집에 뭘 들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어차피 다 버리게 될 거라는 느낌이 들어서. 차라리 그냥 텅 빈 느낌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장호) 근데 들이고 싶어도 옥탑이다 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저번에 옷장을 사려고 했는데 여긴 옥탑이라 계단으로는 못 올린대요. 그래서 사다리차를 불러야 하는데, 옷장 가격보다 사다리차 부르는 비용이 더 비싼 거예요. 그래서 포기했죠.(웃음)

근데 방에 큰 수조가 3개나 있어요. 물고기를 키우는 건 알고 있었는데, 여기 물이 없는 수조에서는 뭘 키우는 거예요?

(철수) 저기서는 지렁이를 키워요. 저기 옆에 새우 수조도 있고요. 제가 어릴 때부터 자연 생물을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처음 물고기들을 데려왔는데, 수조를 정성스럽게 꾸미고 그 안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고 평화로워지더라고요.

이렇게 큰 수조는 어떻게 가져온 거예요?

(장호) 사다리차 불렀죠.(웃음)

하하, 옷장은 포기했지만 수조는 사수하다니 재밌네요. 근데 이렇게 많은 식구(?)를 돌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철수) 네, 그러잖아도 수조를 잘 관리한다고 하는데도 자꾸 녹조가 껴서 아무래도 물고기들을 당분간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야 할 것 같아요. 더 뒀다가는 물고기들이 괴로울 것 같아서요.


요즘 유튜브에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빠른 편집의 콘텐츠가 많잖아요. 그런데 채널 김철수는 퀴어를 다루지만 예능보다 다큐에 가까워요. ‘어느 게이 커플의 흔한 신혼’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함께 장을 보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러 가는 평범한 연인의 일상을 느리고 잔잔하게 보여주잖아요. 이런 식의 영상을 만드는 데에는 혹시 의도한 바가 있는 건가요?

(철수) 원래 잘 꾸미지 못하는 성격이라 있는 모습 그대로 담는 것뿐이에요. 근데 그게 어쩌면 의도가 될 수도 있겠죠. 퀴어가 아닌 사람들도 편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성소수자도 그냥 별다를 게 없는 사람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평범하게 불리고 싶어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는 얘길 들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철수) 중학교 때 처음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심리적으로 아주 괴로운 시간을 보냈죠. 저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마음먹은 게 있었어요. 나는 언젠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게이라는 걸 당당히 말하며 살고 싶다, 내가 보여줘야겠다.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오다 보니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 거 같아요. 유튜브를 하게 된 것도 그중 하나일 거고요. 이름을 바꾼 건 게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편견이 있잖아요. 그 편견을 깨고 가장 흔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에 ‘김철수’라는 이름을 떠올렸고, 개명을 했죠. 그리고 스물다섯 살 때 혼자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렇게 이름을 바꾸고 서울로 올라온 게 어쩌면 ‘지금부터는 내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처음으로 내보인 행동인 거네요? 

(철수) 그렇죠. 그 전까지는 공장 다니고, 회사 다니고, 알바도 하면서 그 나이에 겪을 만한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있었거든요. 저희 아빠는 늘 “지금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된다, 빨리 좋은 직장 들어가서 돈을 모아라, 그래야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 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저는 게이이고, 나에게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고깃집에서 10개월간 일해서 1000만 원을 모아서 올라왔어요.


혼자 올라왔지만 지금은 둘이네요. 두 분은 처음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장호) 저는 사실 채널 김철수 초창기 때부터 구독한 구독자였어요. 어느 날 구독자들 첫 정모를 한다고 해서 참석했고 거기서 처음 만났죠. 얼마 뒤에 같이 편의점 일을 했는데, 그러면서 같이 살게 된 거고요.

채널 김철수에서 두 분이 연인 관계라는 걸 공개적으로 밝혔잖아요. 이런 방법으로 공개한 이유가 있었나요?

(장호) 사실 채널 김철수는 퀴어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이지, 연애 유튜브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 채널에서 인터뷰도 하면서 점점 자주 출연하고, 어느 날은 저희 둘이 라면 먹는 영상 같은 게 올라가니까 시청해주신 분이 많이 궁금해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굳이 숨길 이유는 없었기 때문에 말한 거죠.
(철수) 만약 우리가 그 전에 사귄다고 말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면, 그건 게이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어요. 단지 그때까지는 아직 서로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것뿐이었죠. 근데 언젠가부터 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실해지면서 신뢰감이 생겼고, 이제는 말을 해도 상관없겠다는 느낌이 들어 밝힌 거죠.

그런데 지금 그 영상 조회 수가 100만 회가 넘었어요. 그 영상이 올라간 뒤로 구독자도 늘었다면서요?

(장호) 사실 그 영상을 공개하기 전까지 채널의 구독자 수가 5000~6000명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이렇게까지 많은 분이 보실 줄은 몰랐어요.(웃음) 그런데 그 영상을 올린 뒤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버린 거예요. 솔직히 처음엔 겁도 많이 난 게 사실이에요.
(철수) 저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어요. 다른 것보다도 장호가 겁을 먹으니까. 그 전까지만 해도 공개해도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하던 애가 갑자기 조회 수가 올라가는 걸 보더니 무섭다고 하는 거예요. 아, 아직 장호는 이런 관심을 받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구나, 내가 너무 내 기준으로 가볍게 생각한 것 같아 아차 싶었죠. 

(장호) 근데 지금은 괜찮아요. 철수 형이 옆에서 힘이 많이 되어줘서. 

(철수) 그럼요. 지금은 장호 개인 채널까지 열었잖아요.(웃음)

근데 연인이 되는 거랑 함께 사는 거랑은 다른 문제잖아요. 두 분은 이전에 누군가와 함께 살아본 적이 있나요?

(장호) 저는 친구들과 두 번 정도 자취도 해봤고,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 생활도 해본 적 있어요. 그리고 군대도 다녀왔으니 공동생활엔 익숙했죠. 하지만 마지막 자취를 한 친구와는 사실 조금 좋지 않게 끝난 터라 철수 형과 함께 살기로 했을 때도 살짝 걱정이 된 건 사실이에요. 근데 의외로 잘 맞아서 다행이었죠.

(철수) 저는 독립한 이후 쭉 혼자서만 살다가 누군가와 같이 살아본 게 장호가 처음이에요. 사실 저는 원래 독립적인 성향인 데다 저 스스로 절대 누구랑 같이 못 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만약 장호가 아니었다면 저는 아마 지금도 혼자 사는 게 제일 편하다고 여기면서 살았을지 몰라요. 근데 장호를 만나서 이렇게 같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죠. 장호가 정말 많이 배려해주거든요.

그렇게 잘 맞기도 쉽지 않잖아요. 언제 이 사람과 계속 같이 살아도 좋겠다는 걸 느꼈어요? 

(철수) 사실 저는 지금까지 고양이하고만 살아왔잖아요. 반대로 이 고양이들은 저랑만 살아온 거고. 근데 고양이 입장에서 장호를 혹시라도 침입자로 느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장호는 이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저와 고양이들 인생에 자연스럽게 들어와줬어요. 똑똑, 문 열고 들어와서 아빠 다리 하고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제가 장호를 네 번째 고양이라고 말할 정도로요.(웃음) 너무 고맙죠.
(장호) 다행이죠. 고양이들이 저를 침입자로 느끼지 않아서.(웃음)

그래도 같이 살다 보면 사소한 불만은 생기기 마련인데, 정말 없어요?

(장호) 정말 없는데…. 아! 제 불만은 아니고요. 왠지 철수 형이 저한테 불만일 것 같은 게 하나 생각났어요. 요즘 제가 개인 채널을 오픈해서 게임 방송을 하느라 좀 많이 늦게 자거든요. 근데 그것 때문에 철수 형도 덩달아 늦게 자는 게 좀 신경이 쓰여요. 

(철수) 근데 저는 오히려 무딘 편이라 옆에서 뭘 하고 있어도 자려면 잘 수 있거든요. 사실 그 문제라면 제 불만은 그 맥락이 아니라, 얘가 요즘 방송한다고 저녁 8시 정도에 시작해서 새벽 3시까지 반나절 동안 이 의자에서 안 일어나잖아요. 사람이 밤에 그렇게 깨어 있으면 건강에 안 좋은데. 물론 채널 초기니까 에너지를 쏟는 시기라고 이해는 하지만, 조금씩 줄였으면 좋겠죠.


결국 서로를 걱정하는 말이었네요.(웃음) 같이 살아서 제일 좋은 순간은 언제예요?

(장호) 음… 사실 잘 때 혼자면 외롭잖아요. 근데 옆에 다리 올리고 잘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요. 안정감이 들잖아요. 

(철수) 엇, 나도 그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같이 자면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좋죠. 


사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내 몸만 챙기며 살던 나의 세상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확장되는 거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게 되고. 어쩌면 그게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두 분은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나요?

(철수) 그렇죠. 가족이죠.
(장호) 고양이까지 우리 가족이에요.


만약 동성 간의 결혼이 가능해진다면 결혼할 생각도 있나요?

(철수) 그럼요. 저희도 이성혼처럼 보장되는 법적 혜택이 생긴다면 그 이점을 누리고 싶죠. 사실 결혼이 서로를 속박하는 일이라 여기기도 하지만,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이혼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것보다는 함께 살 때 잘 사는 게 중요한 거니까,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생긴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아요.

흔히 결혼하지 않은 연인 관계는 더 가벼울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하지만 한편으로 법적 장치 없이도 오롯이 둘만의 의지로 관계를 이어나가는 일이 어쩌면 더 어렵고 애틋한 일일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장호)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동성끼리의 결혼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잖아요. 그 밖에도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서로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게 확실히 있죠.

(철수) 그런 거죠. 세상이 우릴 받아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굳건히 존재하리라!(웃음)

그 애틋함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이 가네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혹시 표현해줄 수 있나요?

(철수) 전에 영상에서도 얘기했지만, 장호는 저에게 ‘환풍기’ 같은 사람이에요. 자신의 밝은 기운으로 저의 어둡고 우울한 면까지 환기해주거든요. 그래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에요.

(장호) 철수 형은 저한테 드넓은 초원에 딱 한 그루 솟아 있는 나무 같은 존재예요. 제가 철수 형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이 방황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큰 버팀목이 되어줬어요. 무엇보다 철수 형은 제가 제 자신에 대해 알게 해줬죠. 저는 26년 동안 제 자신이 게이인 걸 부정하며 살아왔거든요. 그런 제 자신을 받아들이게 도와준 사람이에요.

채널 김철수를 처음 방문하면 ‘사랑이란 뭘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메인으로 나오더라고요. 그 영상 속에서는 다양한 분이 저마다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말해요. 지금 두 사람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

(철수) 사랑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필요한 거죠. 그 영상 속에는 게이, 레즈비언, 바이, 이성애자, 무성애자, 인터섹스 등 다양한 사람이 나와요. 그리고 사랑에 대해 모두 조금씩 다른 정의를 내리지만, 영상을 보는 누구나 알죠. 사실은 그게 다 같은 말이라는 걸. 사랑은 모든 사람에게 결국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두 사람이 함께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장호) 구체적인 건 모르겠지만 그런 말은 한 적이 있어요. 우리 늙어서도 노부부처럼 오붓하게 같이 잘 살자고.(웃음) 다른 욕심은 없는데, 가족이 저희 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좀 더 구체적이 되는 것 같긴 해요. 큰 부잣집에서 살면 좋겠다 그런 거.
(철수) 왜냐하면 사실 인간인 우리는 아무 데서나 살아도 필요한 걸 스스로 조달하며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동물은 우리가 만들어준 세상에서 살잖아요. 얘네가 죽기 전에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죠. 지금 얘네가 여섯 살인데, 그럼 앞으로 함께할 날이 10년 남짓이잖아요. 그러니 10년 내에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구조 다세대빌라 옥탑 분리형 원룸
면적 약 40㎡(12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3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