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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의 둥근 궤적

The Round Traces of Share House

셰어하우스의 둥근 궤적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규진, 최사랑, 이희정, 최은선, 이채린, 우다영

셰어하우스 운영자, 셰어하우스 운영자, 취준생, 취준생, 대학생, 대학생


Conditions

지역 부산시 남구 대연동
구조 단독주택 스리룸
면적 약 106㎡(32평)
보증금 60만 원
월세 2인실 28만 원, 3인실 26만 원

Room History

대학생 때 기숙사에 사는 아이들끼리 통하는 언어가 있었다. 아무리 과제를 함께 하고 맛있는 걸 나누어 먹어도 강의가 끝나면 그들은 기숙사로 향했고, 다음날 내가 모르는 일로 한껏 상기되어 강의실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그것을 소외로 여기진 않았지만 고만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모여 사는 게 무척 부러웠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선 완전히 달라졌다. 가족이아닌 남과 함께 사는 일이 숨죽인 채 아침 드라마를 지켜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두 웃고 있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나를 모르는 누군가와 살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산의 셰어하우스에서 기숙사 아이들에게 미처 듣지 못한 ‘연대’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그들 틈에 낄 수 없었지만 공동생활이라는 둥근 원 안에 나를 쏙 넣어봤다. 생각보다 잘 굴러가는 모습이었다.




Q 셰어하우스를 만든 계기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돕고 싶었다고요.
(규진) 거창한 건 아니고요, 제가 창원 사람인데 대학 때문에 부산으로 오게 됐거든요. 미니텔에서 혼자 살아보고, 장학관에서 2~4명과 함께 살아보기도 했는데, 대학교 근처는 활발한 반면 제 방은 너무 고립된 것처럼 느껴져서 잘 안 들어갔어요. 대학생에겐 기숙사, 원룸, 고시원 이 세 가지 말고는 자취에 대한 선택 사항이 거의 없잖아요. 그 당시 부산에 셰어하우스가 별로 없었는데, 서로 얼굴 보면서 얘기하고 밥도 먹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게 됐어요.

Q 구체적인 과정을 듣고 싶어요. 남성 전용 셰어하우스를 먼저 시작하셨죠?
(규진) 스물세 살 때인가, 뉴스에서 우주 셰어하우스 1호점에 관한 기사를 봤는데, 빈집을 구해서 모르는 사람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게 가치 있게 느껴지더라고요. 몇 년 뒤 기술창업이라는 수업 시간에 셰어하우스에 관해 발표를 하니까 교수님께서도 좋은 생각이라며 발전시켜보라고 하셨어요. 팀원들과 2~3주 정도 구상하고, 5주 차 때 멘토님이 지금 사는 자취방을 빼고, 부모님께 잘 얘기한 뒤 지원을 받아서 창업을 시작해보는 게 어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집 알아보는 건 공짜니까 찾아보다가 마침 괜찮은 집이 있어서 남성 전용 셰어하우스를 만들게 됐지요. 여기는 1층 독채로 쓰지만 남성 셰어하우스는 공간이 자그마한 데다 처음 시작한 거라서 우여곡절이 많았죠.

Q 그럼 순수 셰어하우스는 어떻게 생기게 된 거예요?
(사랑) 1호점을 운영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여성분의 문의가 들어왔어요. 저희는 죄송하다고 하면서 주위에 있는 셰어하우스를 소개해줬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운영이 잘되다 보니까 여자 전용점도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요가 많다는 건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뜻이잖아요? 오히려 남성보다 여성분들이 공동생활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 같았어요. 이 집의 주인은 옆집 할머니고요, 저희는 전대차로 월세를 내고 있어요.

Q 두 분의 전공이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아요. 남편분은 건축과, 아내분은 사회복지과를 나오셨죠?
(규진) 네, 저는 건축공학과와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해서 지금은 주택관리공단에서 일하고 있어요.
(사랑) 제가 아이디어를 내면 남편이 만들고 설치하는 역할을 해요. 사람을 상대하는 건 거의 다 제가 하고요. 남편 말로는 본인이 하드웨어적인 일을 하고, 저는 소프트웨어적인 걸 한대요.

Q 직업이 따로 있는지 몰랐어요.
(사랑) 저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는데, 정규직이지만 주 3일만 일하고 나머지 요일엔 셰어하우스 관리를 하고 있어요. 남편은 주말이나 5일에 한 번 있는 야간 근무 후 아침에 집 보수를 하는 편이고요.

Q 지방에는 생각보다 셰어하우스가 없더라고요. 반면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업소는 많았는데, 이 부분을 고려해본 적은 없나요?
(사랑) 에어비앤비도 생각해봤는데 여러 가지 단점이 있더라고요. 저희가 입주자를 뽑을 때 항상 인터뷰를 하는데 여행자에겐 그럴 수 없잖아요. 그리고 보통 주말에만 여행을 오니까 수익도 불안정할 것 같았어요. 저희 명의인 집이면 모르겠는데 월세나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운영하기엔 무리가 있잖아요? 이제는 호텔을 포함해 공급도 너무 많고요.

Q 그런데 왜 아직까지 지방에 셰어하우스가 많지 않은 걸까요?
(사랑) 인지도 부족인 것 같아요.
(규진) 그리고 고정관념도 있어요. 부산 자체에 나이 드신 분이 많은데, 보통 그분들이 집을 소유한 경우가 많잖아요. 아파트라면 젊은 분이 사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할 수도 있지만, 주택이나 빌라 같은 경우는 대부분 연세가 있는 주인이다 보니까 셰어하우스를 한다고 하면, ‘집을 좀 험하게 쓸 거다’, ‘고정 수입이 없을 거다’ 하는 고정관념이 있으시더라고요.



Q 근처에 경성대가 있죠? 대학생 입주자가 있겠네요.
(채린) 네, 제가 경성대에 다녀요.
(다영) 저는 동아대 다니고요.
(사랑) 동아대는 50분 정도 걸리는데 굳이 이곳에서 산대요. 수업도 4과목밖에 없으면서.(웃음)

Q 굳이 이 먼 데까지 와서 사는 이유가 뭐예요?
(다영) 저희 학교 근처엔 셰어하우스가 딱 두 곳 있는데, 한 곳은 남성 전용이고, 한 곳은 아파트인데 너무 비싸고 학교 사람들만 모여 있어서 불편할 것 같았어요. 제가 지금 4학년이거든요. 이제 학교생활 마지막이니까 아예 나를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요. 꿈도 아직 잘 몰라서 다양한 사람과 얘기를 나누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고요. 그러다 인스타그램으로 이곳을 발견했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집에서 꼭 나가지 않아도 어딘가에 놀러 온 것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Q 채린 님은 기숙사에서 살다가 뛰쳐나왔다고요?
(채린) 저는 전라남도 광주에 살다가 연기과에 입학하면서 부산에 오게 됐는데, 부모님이 자취를 굉장히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저의 선택지는 기숙사밖에 없었죠. 그런데 기숙사는 집처럼 안정된 느낌이 없고, 또 너무 많은 사람과 마주치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셰어하우스를 찾게 됐어요.

Q 그런데 공동생활을 하는 건 셰어하우스도 마찬가지잖아요?
(채린) 맞아요. 그렇긴 한데 저는 한방에서 한두 명과 생활하는 게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물론 여기 들어오기까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기숙사에서도 이렇게 스트레스받는데 여럿이서 살면 더 심하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오히려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 1년 반 넘게 살고 있는데 언니들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있어요.



Q 희정 님은 어떤 이유로 이곳에 오게 됐나요?
(희정) 아, 저는 서울에서 일하다가 적성에 안 맞아서 고향으로 돌아와 공부를 했는데, 제가 노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엄마가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음, 엄마 나는 돈이 없는데 어떻게 나가지?” 이러니까 일단 나가라고.(웃음) 사실 서울의 셰어하우스에서 한 달 살아봤는데 하우스메이트랑 잘 안 맞아서 다시 모르는 사람이랑 사는 게 겁이 났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이 한 번쯤 더 살아보라고 하고, 저도 아직 셰어하우스의 로망을 버리지 못해 들어오게 됐어요. 무엇보다 자취, 기숙사 생활, 친구 집에서 얹혀사는 과정을 거치면서 안정된 공간을 갖지 못한 불안감이 있었죠.

Q 서울 셰어하우스와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희정) 일단 서울 사장님에 비해 여기 매니저 언니는 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그때 입주해 있던 친구들도 너무 귀여웠고요. 제가 올해 1월 1일에 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위안을 얻고 있어요. 솔직히 처음 보는 사이니까 서로를 더욱 모르잖아요. 그래서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힘들어요. 그런데 제 방이 3인실인데, 세 명이 불 끄고 누워서 얘기하다 보면 친한 친구를 만나도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풀려요. 그러면서도 매번 “아, 오늘도 일찍 자긴 글렀다” 하죠.(웃음)
(사랑) 희정 씨는 다른 입주자가 나갈 때 엄청 울었어요.

Q 아니, 올해 1월에 들어왔다고 하지 않았어요?(웃음)
(희정) 네, 그런데 잠깐 한 달 살다가 나간 동생도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는 거예요. 아, 지금도 날 것 같아. 매번 누군가 나갈 때마다 오열할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나가야 하나?’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웃음)

Q 채린 님은 이곳에서 두 번째로 오래 지내고 계시는데, 새로운 룸메이트가 생길 때마다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요.
(채린) 처음엔 제가 맺고 끊기가 잘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사람 한 사람 나갈 때마다 쓸쓸함을 느끼는 걸 보니 그것도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면 그에 따른 감정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약간 환기도 되고.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즌제 같은 느낌이에요. 드라마 한 시즌이 끝나면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또 다른 시즌이 시작된다고 하면 다시 기대가 되잖아요. 그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Q 오래 지낸 만큼 재밌는 일도 많을 테지만, 미묘한 문제로 다툰 적도 있을 것 같아요.
(채린) 저희는 정말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어요. 매니저 언니가 사람을 되게 잘 뽑으시는 것 같아요. 퍼즐 맞추듯 다 맞는 사람만 뽑아요. 원픽!
(사랑) 운영자로서 보이는 사소한 문제들이 있긴 해요. 청소나 정리는 항상 빈틈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럼 제가 사전에 “OO 씨 이 부분은 이렇게 해주세요. 조금 불편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데, 사실 생활하는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다 감수하는 것 같아요. 저한테 말할 때도 상대방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끔 예쁘게 얘기해줘서 저도 잘 전달할 수 있고요. 벽에 붙은 사진에 보다시피 사이가 워낙 좋아요. 근처 카페나 광안리에 자주 나가고, 오늘은 또 영화 보러 간다네요.
(희정) 저희끼리는 말을 많이 해서 사소한 트러블이 싸움으로까지 번지지 않는 것 같아요. 쌓아두지 않으니까 터지지도 않는 거죠.



Q 그럼 여러분은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해요?
(희정) 돼지 파티요. 언젠가 돼지 파티를 한다고 해서 뭔가 싶었는데, 그냥 돼지처럼 먹는 날이더라고요. 거실에 다 같이 모여서 피자, 햄버거, 치킨, 과자 등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금요일 밤엔 영화도 자주 봐요. 그런데 친구들은 끼리끼리 만난다고, 친구가 좋아하는 건 저도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사람들은 그런 공통점으로 만난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 취향이 아닌 영화를 볼 때도 있는데, 그러면 ‘아, 얘는 이런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보는구나’ 알 수 있어서 좋아요. 한 사람의 세계를 알아가는 그런 순간이 있더라고요.

Q 입주자끼리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두 대표님은 어떤 기분이 드나요?
(사랑) 약간 눈물 날 것 같아요.

Q 여기 다 주책 라인이네!(웃음)
(규진) 저희가 어떻게 해주는 게 아닌데 너무 잘 지내니까요.(웃음)

Q 그럼 3호점도 생각하고 계시나요?
(사랑) 네, 지금 알아보고 있어요. 제 취미가 부동산 다니기예요. 결혼 전에는 부동산 가본 적이 없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심심하면 부동산에 가요. 아주머니랑 미리 면을 터놓으면 수시로 연락을 주시거든요. 가서 보고 마음에 안 들어도 시세를 확인하거나 보완할 점을 고민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아마 이번에도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가 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한 자리 비었을 때 20명 정도가 연락이 왔어요. 그 정도로 셰어하우스에서 살아보고 싶어 하는 여성이 많은 것 같아요.

Q 결국 입주를 허락하는 건 대표님이잖아요. 이전에 거절한 사람이 있나요?
(사랑) 사실 입주 문의서만 봐도 말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너무 예민한 것 같거나 지나치게 독립적인 부탁을 하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고사하는 경우가 있어요. 한 네다섯 명 정도 있었네요. 너무 사정이 급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궁금해서 오는 경우도 있어요.


Q 보증금과 월세를 결정하는 데 어떤 기준이 있나요? 서울 셰어하우스의 평균 보증금은 138만 원, 월세는 42만 원이라고 해요.
(사랑) 저희는 보증금 60만 원, 2인실 28만 원, 3인실은 26만 원이에요. 기준이라고 하면 원룸보다 싸고 고시텔보다는 비싸게?(웃음) 친구들이 생각했을 때 부담이 많이 안 갈 것 같은 선으로 고려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너무 싸게 받다 보니까 수익이 크진 않아요. 처음엔 마음이 약해서 할인도 많이 해줬는데, 이제는 도저히 안 돼서 정가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Q 요즘엔 사용하지 않는 방(공간)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방테크’라고 하더라고요. 셰어하우스를 계획하는 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사랑) 조금 뜬구름 잡는다고 생할 수도 있는데, 돈 없는 청춘들에게서 많은 이윤을 얻으려고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돈만 생각해서 빽빽하게 가구 배치를 하면 운영자 입장에서도 관리가 잘 안 되거든요. 이 친구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불편함을 들어주고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데, ‘그냥 내 집이니까 적당히 방을 치면 되겠다’ 생각하면 운영하기 힘들 거예요.
(규진) 방테크라고 하면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셰어하우스는 개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셰어하우스 운영자는 호텔처럼 입주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를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대요. 저도 그 부분에 동의하고 있어요.
(사랑) 처음엔 입주자에게 많은 돈을 쓰는 남편의 가치관이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저도 직접 겪어보니까 이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덕분에 이전에 입주한 친구들과도 아직 연락하고 지내요.

Q 입주자분들께 묻고 싶어요. 몇몇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만든 셰어하우스의 ‘환상’이 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채린) 저는 입주하고 나서 <청춘시대>를 봤어요. 드라마는 드라마인 게 오히려 갈등을 만든다는 느낌이었어요. 저희는 무슨 일이 생기면, 지금 옆방에서 자는 최고참 언니가 잘 정리해주거든요.
(사랑) 좋은 언니 노릇을 해요. 아무리 바빠도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생활 수칙을 다시 한번 정리해요. 갈등은 그 자리에서 풀고요. 저기 붙어 있는 종이가 그 밤에 나온 거예요.
(채린) 언니 덕분에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런 걸 배워서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고요. 남을 배려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청춘시대>를 보면 남의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함부로 써서 다투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 대 사람으로 살려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해요.

Q 앞서 말한 경우처럼 각자 침범과 허용의 기준이 다르잖아요. 그럼에도 같이 살고 있고요. 이 생활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채린) 저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그 부분이 많이 무뎌졌어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배려를 배웠고요.
(희정) 이런 거예요. 아무리 같이 사는 게 좋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럴 땐 말을 해요. 그럼 친구들이 “그래, 오늘은 너 건들지 않을게”라고 해요. 그리고 저기 긴 바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알아서 조용히 해주고요. 각자 적정선을 지키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서로가 잘 말해주는 것 같아요.
(사랑) 남자 셰어하우스에선 한 친구가 참다 참다 폭발한 적이 있어요. 분명 자기는 유도부라서 학교에서 씻고 오는데 계속 샴푸가 없어지더래요.(웃음) 너무 열이 받아서 솔직히 쓰지 말라고, 아니 쓰더라도 말하고 쓰라 했다 하더라고요. 그때 저희도 남의 것을 쓰다가 걸리면 강퇴시키겠다고 단호히 말했지요.

Q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생활 이상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게 무엇인 것 같아요?
(채린) 저는 감정인 것 같아요. 누구라곤 말 못 하지만 한 언니가 방 앞에서 서럽게 운 적이 있어요. 엄청 힘든 일이 있는데 저희한테 민폐 끼칠까 봐 들어오지 못하고 혼자서 우는 거예요. 언니를 진정시키고 자초지종을 들었더니 제 일이 아님에도 너무 화가 나고 슬프더라고요. 저는 연기를 배우는 사람이니까 타인의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 편인데, 그때 ‘아, 내가 이 사람이랑 감정을 공유하고 있구나’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는 가족을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두 형태의 가족이 있다고 말해요. 고향에 내 집이 있는데 부산에도 우리 집이 있다고. 제 20대의 큰 순간을 꼽자면 지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사랑) 감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도 나가면서 똑같은 얘기를 했어요. 처음엔 부엌이나 화장실에 갈 때도 누구랑 마주칠까 봐 제대로 못 나갔는데, 계속 지내다 보니까 가족 이상으로 편해졌대요. 자신을 이렇게까지 드러낸 적이 있었나 싶으면서 자존감까지 높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뇌리에 박혀서 계속 이곳을 운영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Conditions

지역 부산시 남구 대연동
구조 단독주택 스리룸
면적 약 106㎡(32평)
보증금 60만 원
월세 2인실 28만 원, 3인실 26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