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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상영관의 동시 접속자들

Cocurrent users in the open-year-round theatre

연중무휴 상영관의 동시 접속자들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이미화, 안다훈 / 34세, 30세

영화 에세이 작가, 서점원 / 독립 영화 감독


Conditions

지역 서울시 광진구 중곡동
구조 다세대빌라 1.5룸
면적  49.59㎡(15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

 

Room History

32세, 28세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빌라 투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

 

커다란 건물이 한 동 있다. 그곳엔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티빙, 웨이브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상영관이 붙어 있다. 영화광 이미화와 안다훈은 각자 원하는 영화를 틀어주는 상영관을 찾아 떠도는데, 가끔은 같은 상영관에서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끝까지 다른 좌석에 앉아 다른 자세로 영화를 즐긴다. 또 어느 날엔 안다훈의 친구 4명이 동시에 몰려오기도 한다. 그중 한 명이 VIP 티켓을 끊어 마음껏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따로 또 같이 영화를 본다. 이게 요즘의 현상이다. 남녀 불문, 나이 불문 각각의 상영관을 찾는 사람이 끝도 없다. 건물의 이름은 OTT. 간단한 취향 조회와 결제를 마치면 언제든 입장 가능하다. 또 이곳의 특징이라고 하면··· 오로지 당신을 위해 영화가 멈춰 있다는 것이다.



바쁜데 시간 내줘서 감사해요. 그런데 미화 씨, 오늘 책방 여는 날 아닌가요? 다훈 씨는 한창 상업 영화 촬영 중이고요.
(다훈) 네, 요즘은 이병헌 감독님의 <드림>이라는 드라마 연출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오늘은 마침 휴차라서 이렇게 뵙고 있네요. 서점은 주로 미화가 운영하는데, 월·화요일을 제외한 날엔 2시부터 여니까 인터뷰 마치고 가면 될 것 같아요.


‘영화책방 35mm’는 두 분이 만나지 않았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테죠? 다훈 씨 영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주인공 이름도 ‘미화’던데 두 분은 어떻게 만났어요?
(미화) 파리에 사는 남자와 서울에서 편의점 야간 일을 하는 여자가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영화인데요, 저희 얘기를 바탕으로 남녀 상황만 바꿔서 만들었어요. 제가 독일에 살고 있어서 1년 동안 전화로만 대화했거든요. 만나게 된 계기도 영화 때문이었고요. 영화 촬영지에 가서 글과 사진을 남기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용자가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갈 때도 한 사람이 꾸준히 ‘좋아요’를 눌러주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영화를 전공하고 저의 프로젝트를 친구한테 태그까지 걸어 칭찬했더라고요. 내심 기분이 좋고 취향도 비슷할 것 같고 해서 SNS 메시지로 연락하다가 전화까지 주고받는 사이가 됐어요.


그 아름다운 16분짜리 독립 영화를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500원에 팔고 있어요. 그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훈) 그냥 500원··· 적절한 가격대라고 생각해요. 사실 네이버에 올라왔는지도 몰랐고 500원에 팔리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질문지에 써주셔서 알았거든요. 배급사와 계약할 때 OTT에 관해선 위임을 했어요. 해외 영화제에 출품할 때 비용이 드는데 배급사에서 그 돈을 대신 내주고 출품까지 해주거든요. 만약 영화제에서 떨어지거나 상을 못 타면 OTT에 올려서 얻은 수익으로 출품 비용을 충당하는 식이죠.


두 분 모두 다양한 OTT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4개씩이나 필요한 이유가 있나요?
(다훈) 영상을 무조건 봐야 하는 직업군에 종사하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OTT라는 개념이 없을 때도 계속 봐와서 그런지 그냥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뿐 왜 가입했는지 고민한 적은 없어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미화) 맞아요. 그리고 한 서비스만 사용하기엔 각각 담고 있는 작품이 너무 달라서 여러 플랫폼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한텐 영화를 보는 게 일이기도 하니까요.
(다훈)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고, 또 요즘 한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서 필수로 이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영화 종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에요. 특히 한국 영화는요. 왓챠플레이는 그보다 많은 편이어서 동시에 사용하죠. 티빙도 사용하는데, JTBC와 CJ 계열사의 방송을 볼 수 있어요. 그걸로 예능을 보는 편이고···.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사용하는 OTT가 더 있네요. 스포티비나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를 쉬고 있지만 NBA를 즐겨 보거든요. 중계권 독점 때문에 심지어 구독료가 비쌌는데, 왜 이제야 생각났지?


어휴, 엄청나네요. 그중에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플랫폼은 뭐예요?
(미화) 넷플릭스엔 저희가 찾는 영화가 거의 없어서 왓챠플레이를 즐겨 봐요. 왓챠플레이에 없으면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보고요. 책방에서 매달 한 명의 영화인에 대한 글을 싣는 《35mm PAPER》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유명하지 않더라도 한 배우의 여러 작품을 봐야 하는데, 그럴 때 왓챠플레이가 정말 유용해요. 배우만 검색해도 필모그래피가 쫙 나오거든요. 넷플릭스는 풀네임을 검색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고 그 양도 빈약해요. 무엇보다 검색창에 자체적으로 미는 콘텐츠를 올려놓죠.


최근 웨이브를 사용하다가 티빙으로 갈아탔다고 했어요.
(다훈) 웨이브와 벅스가 연계되어 있어 함께 이용하고 있었는데, 인도 계정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3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구글 주소를 인도 뭄바이 호텔로 해놨죠! 불법은 아닌데 암암리에 사용하는 방식 같은?(웃음) 그러니까 유튜브 뮤직을 쓰면서 벅스가 필요 없기도 하고, 웨이브가 공중파 3사의 방송을 보여주는데 점점 3사의 예능이 재미없어서 티빙으로 갈아탔어요. JTBC와 tvN을 선택한 거죠. 그리고 이번 기회에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넷플릭스 주인님께 은혜를 베풀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주인님요? 아, 결제하시는 분이군요!
(다훈) 맞아요. 그 친구가 결제하고 저희가 얹혀 있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딱 프리미엄으로 친구를 안게 된 거죠. 그렇게 공생 관계로 살다 보니 실제로 결제하는 금액은 많지 않아요.
(미화) 유튜브가 3000원, 티빙이 5000~6000원, 왓챠플레이가 7000원, 스포티비가 1만 얼마 하니까 다 해봤자 3만 원이 안 되네요. 그런데 이건 저희한테 넷플릭스 은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넷플릭스가 가장 비싸거든요.
(다훈) 걔가 또 넷플릭스 최고급 4K로 설정해서 더 비쌀 거예요. 화질과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거든요.


사실 플랫폼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일단 비교해서 더 나은 점을 발견해야 하고, 가입도 새로 해야 하고, 또 그 툴에 익숙해져야 하죠. 제게는 귀찮은 일인데 이런 과정을 즐기는 분도 많더라고요.
(다훈) 제가 온라인 플랫폼을 탐색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에 플랫폼 바꿔 탈 때 너무 즐거웠지요. 좀 까다로운 유저라서 몇 번의 클릭으로 영상을 볼 수 있는지, 추천은 몇 개가 올라가고 검색창은 어디에 있는지, 아이콘 디자인은 어떤지 세심하게 보는 편이거든요. 그런 걸 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미화) 저는 완전 슬로 어댑터. 워낙 성격이 느린 편이어서 이 친구를 통해 혜택을 얻는 편이죠. 먼저 써보고 좋은 걸 알려줘서 편해요.
(다훈)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UI가 단순해서 좋은 것 같아요. 다만 요즘은 한국의 음원 차트처럼 영상도 순위화를 시작하더라고요.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 1위!’ 이런 식으로요.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 같지 않아서 약간 거슬려요.
(미화) 근데 그마저도 굉장히 한국틱하지 않아요?


영상을 보는 자리도 나누어졌다면서요? 각자 좋아하는 영상 장르가 다르기 때문인가요? 혹은 각자 보는 게 편해서인지?
(다훈) 둘 다요. 저는 주로 책상 앞에서 보고, 미화는 침대에서 TV나 휴대폰으로 봐요. 저는 아주 컴컴하게 해놓고 이어폰을 낀 채로 보는데, 미화는 문을 다 닫으면 무서워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아주 최소한만 열어두고 각자의 자리에서 봐요.
(미화) 아주 최소한요.(웃음) 제가 조금만 소리를 내면 거슬린다는 눈치를 줘요. 그럼 저도 이어폰을 끼는 거죠.
(다훈) 제가 극장에서 볼 때는 앞자리까지 가서 휴대폰 끄라고 말하거든요. 대체로 괴로워서 잘 안 가지만요.
(미화) 근데 또 이 친구는 좋은 자리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가운데 자리를 예약한단 말이죠. 그러다 영화 상영 중에 이 친구가 자리를 비집고 나가 앞자리 사람한테 주의를 주면 저는 또 그게 싫은 거예요. 그래서 그냥 집에서 편하게 봐요.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기도 한데, 이 친구가 저와 영화를 보는 건 이미 한두 번 봤거나 <미션임파서블>이나 <마블> 같은 대중적 작품이에요. 워낙 작품 보실 때 예민하셔서!(웃음)


얘기 듣고 있으니까 정말 재밌네요. 두 분이 영화를 좋아해서 만났는데 영화로 이렇게 갈라지다뇨?(웃음)
(미화) 영화 취향이 너무 안 맞아!(웃음) 초반에는 이것 때문에 많이 싸웠는데, 이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로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소소한 스토리 위주의 영화는 이 친구한테 재미가 없나 봐요. 그래도 작업할 때 레퍼런스 필요한 경우 서로에게 작품을 추천해주면 들어맞는 편이어서 취향이 다른 게 도움이 되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OTT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어쩐지 두 분은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영화 관련 사업을 하고 계시잖아요.
(다훈)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점? 사실 OTT가 생기기 전엔 토렌트를 이용해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했거든요. 영화과 애들은 토렌트 없이 못 살아요. 극장에서 보여주는 원본에 가까운 화질과 음질의 영화를 그곳에선 구할 수 있거든요. DVD나 블루레이는 조악할 정도죠. 그런 고퀄의 영상을 구하다 보니 결국 어둠의 경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이제는 돈 주고 보니까 이 수익이 언젠가 창작자한테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요.(웃음)
(미화) 아, 그리고 왓챠플레이에서 다훈의 작품을 본 영화 제작자 대표님이 연락을 해서 다음 작품을 같이 하자고 했어요. OTT로 영화 관계자한테 연락이 닿을 기회가 생긴 거죠.
(다훈) 단편이나 독립 영화는 영화제에 가지 않는 이상 관객이 볼 일이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OTT에 올라가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보니까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선 좋은 것 같아요. 어쨌든 영화는 보라고 만드는 거잖아요.


참 세상 많이 달라지긴 했어요. 저 어릴 땐 비디오 대여해서 보고, 고등학생 땐 야후에서 영화 제목 검색해서 무료로 보곤 했거든요. 그다음 P2P 사이트를 이용하던 와중에 갑자기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가 왔어요. 그런 과정을 보면 알게 모르게 기술의 변화와 함께 성장했다는 기분이 들어요.
(미화) 저는 어릴 때 TV 만화를 주로 봤고, 중·고등학생 때는 만화책을 많이 봤어요. 20대 초반엔 위디스크, 파일구리 같은 데서 일본 드라마를 다운받아 봤고요. 그 덕분에 일본어를 ‘야메’로 배웠어요. <원피스>는 하도 많이 봐서 해적 말을 배운 정도죠.(웃음)
(다훈) 저는 비디오 가게의 엄청난 단골이었어요. 1년에 100편 정도 빌려서 봤거든요. 그래서 아예 OTT처럼 비디오 가게 아주머니랑 월 계약으로 협상했어요. 장부에 적지 않고 그냥 가서 뽑아오고 다시 제자리에 놓고 그랬지요. 어머니도 영화를 좋아해서 내용이 좋으면 19세 영화도 빌려가게끔 말씀해주시고, 고등학생 땐 극장 티켓도 대신 끊어주시곤 했어요.


사실 인터뷰에 앞서 두 분이 사용하는 플랫폼 중 하나라도 가입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왠지 그 영상을 다 봐야만 제대로 사용하는 것 같고, 같은 맥락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길까 걱정되었어요. 두 분이 생각하는 OTT 사용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미화) ‘넛지’라고,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단어가 있어요. 구글에 접속하면 검색창 하나가 뜨지만, 네이버엔 그들이 미는 광고나 기사 등도 있죠. 저는 넷플릭스가 그렇게 느껴져요. 내가 원해서 누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이 정해놓은 틀에서 결정하는 거예요.
(다훈) 토렌트를 이용하던 때와 비교하면 영화를 보는 폭이 좁아졌어요. 일단 OTT엔 제삼세계 영화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검색하는 태도도 달라졌죠. 어릴 땐 도서관 검색대에 앉아 무엇을 검색할지 능동적으로 고민한 것 같은데 지금은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앉아 있는 기분? 이 안에서 뭐가 잘나가나 생각하는 아주 수동적 태도라고 할 수 있어요.


넷플릭스가 쏘아 올린 공이 정말 많은 걸 변화시킨 것 같아요. 《넷플릭스의 시대》라는 책엔 “넷플릭스의 시대는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창출해낸 넷플릭스의 ‘시대’는 그보다 오래갈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와요. 작가가 점쳐본 미래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는지요?
(다훈) 네, 영화가 존재하는 한 계속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무인 자동차 시대가 오면 비행할 때처럼 자동차 안에서 계속 그것만 보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제 생각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가 오늘날 오페라를 보는 것처럼 고급 취향으로 둔갑할 것 같아요. 여전히 연극과 오페라가 존재하기에 영화도 사라지진 않겠지만, 극장 수는 확연히 줄지 않을까 싶어요.


다훈 씨에겐 넷플릭스 제작이라는 또 하나의 판이 생겼잖아요. 누군가는 넷플릭스를 하나의 방송국이라 여길 정도인데, 업계에선 OTT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해요.
(다훈) 현재로는 긍정적인 것 같아요. 우선 넷플릭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한국을 위해서라기보다 아시아권을 점령하기 위함이긴 하지만 어쨌든. 영화를 안 보던 사람도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게 되니까 영화인에게 좋은 변화죠. 사실 이 얘기는 친구들끼리 15~16년도부터 했어요. 그때 미국 내에서도 극장파 감독과 OTT파 감독으로 나누어졌거든요. 영화관은 없어져야 한다, 그래도 있어야 한다 말이 참 많았죠.


4월 한국인의 넷플릭스 결제 금액은 439억 원, 유료 이용자는 328만 명 정도라고 해요. 대한민국 인구수를 5100만 명이라고 했을 때 약 6.4%의 국민이 사용한다는 추계가 나오는데,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거든요. 저는 또 이럴 때 도태되는 사람이 생각나요. 여건상 기술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잖아요. 만약 나중에 EBS 교육방송처럼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OTT 서비스로 방영된다면, 새로운 빈부 격차가 생기지 않을까요?
(미화) 제가 수어를 배우고 있는데 처음엔 거창한 목표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지만, 배우다 보니까 확실히 정보 불균형이 있는 것 같아요. 청인들은 농인들에게 “영화 자막을 보면 되잖아”라고 하지만 수어 자체가 한국어 문법과 어순이 달라서, 대화가 많은 영화인 경우 자막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요. 저희가 영어 자막을 읽는 것처럼 그들에겐 자막이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꼭 수어 통역이 함께해야 하죠. 이걸 배우면서 생각했어요. 영화뿐만 아니라 여러 서비스에도 수어 통역이 붙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요.


예전엔 식구들이 다 같이 모여서 TV를 봤잖아요. 리모컨 가지고 싸우기도 하고, 조용히 해라 집중 안 된다, 얘가 범인이다 아니다 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각자의 휴대폰으로 보고 싶은 걸 봐요. 두 분은 그런 모습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요?
(다훈) 사실 우리가 지금 말씀하신 그런 세대는 아니잖아요.(웃음) 부자가 아니더라도 각 방에 TV가 한 대씩 있던 세대였던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이 거실에서 TV 보실 때 컴퓨터로 본걸요. 채널 하나 가지고 싸운 건 진짜 옛날인 것 같아요.
(미화) 맞아요. 저희도 평범한 집안인데 TV가 두 대 있었어요. 어차피 아빠는 리모컨을 안 놓잖아요. 부모님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달라서 각자 따로 봤기에 그립진 않은 것 같아요.


뭐예요, 저도 비슷한 세대거든요?(웃음) 그럼 TV로 쌓이는 친밀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OTT 세계의 새로운 소속감을 말할 수 있겠죠?
(다훈) 아, 그런 관계가 있죠. 넷플릭스 주인님과 4명의 가족요. 이게 또 하나의 공동체인 것 같아요. 가끔 볼 영상이 없으면 다른 친구들 피드를 살펴봐요. 얘는 무얼 봤고, 뭐가 재밌나 하고요. 그러다가 저번에 본인이 안 봤는데 본 흔적이 있으니까 누구냐고 연락이 왔어요.(웃음) 넷플릭스에 대해선 하루도 빠짐없이 얘기하는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보고 싶은 영상을 어렵지 않게 제때 볼 수 있어요. 아침 7시 55분에 벌떡 일어나서 디즈니 만화를 볼 일도, 졸린 눈을 비벼가며 토요 명화를 볼 일도 없는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기다림이 더 좋았던 것 같거든요. 원하는 것을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이 얻지 못하는 게 있다면, 또는 잃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훈) 이건 무한이 반복되는 인간의 굴레라고, 저한텐 <씨네21> 같은 데서 활동한 어르신들이 있어요. 그분들에겐 저희 때보다 영화가 더 고귀한 거예요. 왜냐면 극장에서만 영화를 보던 세대니까 “비디오로 보면서 어떻게 너네가 영화의 감성을 느껴?” 이런 거죠. 그럼 그전에는 이랬겠죠. “너희가 무성영화도 안 보고 영화를 말해?”(웃음) 그냥 무한 굴레인 거지 무엇을 잃었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대신 제가 학원에서 애들을 3년 정도 가르친 적이 있는데, 요즘 고등학생 친구들이 영상을 대하는 태도는 저희와 확실히 다른 것 같긴 해요. 훨씬 가볍고 언제나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찾아보지 않죠. 그리고 그들은 꼭 영화가 아니어도 돼요. 왜냐면 유튜브를 하면 되니까. 영화라는 두 글자에 목매지 않는 세대가 된 것 같아요.


OTT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하는 영상이 정말 많아요. 알고리즘에 발을 잘못 들이면 하루가 금방인데, 문제는 그것을 재미있게 즐기고 나서 허탈감을 느끼는 거예요. 웃을 거 다 웃어놓고도 화면을 끄면 하루를 낭비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다훈) 한국 사람은 마음속에 채찍이 있어서 생산적이고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제 더 이상 영상은 취미 활동이 아니라, 정보 공유와 시대를 읽는 창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루를 낭비했다고 여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미화) 쉬면서도 의미를 찾으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닌지···. 해야 할 일을 다 미루고 OTT에만 빠져 있는 건 지양해야 하지만, 한국 사람은 보통 쉬는 시간에 보거나 보다 보니 잠을 줄이면서까지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영화를 보려고 잠을 줄였고, 그 피곤한 상태로 출근도 하고 야근도 하는데, 문제 될 게 전혀 없지요. 그분들은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쪼개서 사는 사람들이에요.


하루키가 젊었을 때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때는 정말 할 게 없어서 “심심한데 책이라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까?” 하는 식이었대요. 그런 것처럼 인간이 휴식하는 방식 혹은 휴식이라고 인지하는 감정도 점차 달라지겠죠? 앞으로 또 어떤 세상이 올까요?
(다훈) (미화) 아, 어려운 질문이네요. 여기 질문지 왜 이렇게 심도가 높아요? 미래학자 정도 돼야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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