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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와 무탈하게 항해하는 법

How to Sail Peacefully with My Roommate

룸메이트와 무탈하게 항해하는 법

Editor.Hyein Lee / Illustrator.Jiin Chung Article / clinic

동거를 고민하거나 앞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박다솜 / 내담자


• 직업: 가구회사 마케터

• 거주지: 경기도 남양주시, 곧 룸메이트를 구해 독립할 생각이다.

• 성격: 워낙 직관적 성격이어서 불평불만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편이다. 하지만 늘 ‘조금만 참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유정 / 상담자


• 직업: 프리랜서 작가, 여자 3명의 동거기 《우리 같이 살래?》의 저자

• 거주지: 서울 마포구 창전동, 분리형 원룸 1인 가구.

• 성격: 기본적으로 직관적이고 솔직한 성격이지만, 나이의 세례를 받아 ‘조금만 참을 걸….’ 하는 후회의 순간이 줄어든 편이다.






세상에 완벽한 룸메이트가 있을까? •


저는 지금 가족과 함께 남양주에 살고 있는데, 회사까지 출퇴근하기가 힘들어 독립할 예정이에요. 혼자 살기는 무섭고, 서울 월세도 만만치 않아 대학 친구와 함께 살 건데, 아직 확신이 안 들어서요. 룸메이트를 고를 때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할까요? ‘이런 룸메이트만큼은 피해라’ 같은 조언을 부탁드려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맞아야겠죠. 예를 들면 나는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데, 룸메이트는 담배를 자주 피운다든가, 나에겐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데 룸메이트가 반려견을 데리고 온다면 같이 살기 힘들겠죠. 그다음 살펴봐야 할 것은 ‘돈 쓰는 습관’입니다. 남의 돈 빌리고 갚지 않는 사람, 밥값이나 술값 낼 때 꽁무니 빼는 사람, 빚이 있거나 낭비벽이 있는 사람은 룸메이트로 부적격입니다. 왜냐하면 동거의 기본이 월세와 생활비를 나눠 내는 것인데, 그런 사람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때가 많거든요. 생활비 내는 날짜를 미룬다든지, 이번 달만 봐달라느니 하면서요. 매달 돈 문제로 속 끓이고 싶지 않다면 피해야 할 유형입니다.

제가 성격이 좀 솔직한지라 뭐든 꺼내놓고 말하기를 좋아하는데, 같이 살 친구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거든요. 우리 같이 잘 살 수 있을까요?

같이 살기 전에는 성격 차이가 힘들 것 같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성격보다는 생활 습관 차이가 더 견디기 힘들어요. 나는 불을 켜놓고 자는데 상대는 불을 꺼야만 잠들 수 있다거나, 나는 추위를 타는데 상대는 더위를 탄다거나. 그러니까 집 안에서도 각자의 공간이 있는 편이 좋아요. 원룸보다는 투룸을 추천합니다. 아무리 성격이 맞는 사람이라도 같이 살다 보면 감정이 쌓이기 마련입니다. 둘이 친한 사이라면 관계에 금이 갈까 참게 되는데, 감정을 꾹꾹 눌러 참다 보면 언젠가 폭발합니다.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적절하게 해소해주는 것이 필요하지요. 두 사람의 문제를 꼭 두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세요. 그럴 때는 룸메이트가 아닌 다른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주말 동안 가족이 있는 본가에서 쉬다 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서로 불만 사항이 있거나 말로 하기 힘들 때는 신문고처럼 작은 상자를 2개 만들어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적어 넣어두는 방법은 어떨까요? 너무 유치한가요?

놉! 단호하게 말리고 싶네요.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 같이 살래?》에도 나와 있지만, 저도 수건 빨래라는 사소한 문제로 동거인과 갈등하다 장문의 편지를 쓴 적이 있고, 예전에 친척 집에 얹혀살 때 친척 언니가 쪽지로 설거지와 문 닫는 소리에 대해 주의를 준 적이 있는데, 둘 다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사실 좋은 일로 쪽지를 쓰지는 않잖아요? 대면하기 껄끄러워 글을 쓰는데, 그러다 보면 아무리 돌려 말하더라도 상대방은 그 쪽지를 읽는 순간 마음이 상하기 마련이에요. 게다가 글자는 말과 달리 날아가지 않고 남잖아요. 감정을 속으로 끌어안고 끙끙대는 것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낫지만, 그렇다고 모든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가족끼리도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잖아요. 꼭 할 말이 있다면 쪽지 대신 집에서 캔맥주 한잔하면서 말하도록 해요. 그게 부담스럽다면 같이 산책하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요. 마주 앉아 대화하면 주제에 집중해야 해서 부담스럽지만, 걸으면서 이야기하면 풍경을 보고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리기도 해서 훨씬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으며, 상대방도 오해 없이 부드럽게 받아들입니다.

가장 예민한 돈 문제 •

독립하면 아마 부모님이 보증금을 내주실 것 같아요. 그럼 친구와 저는 월세를 반반씩 부담할 계획인데,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구가 좀 더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런 말을 하면 친구가 갑질이라고 기분 나빠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증금을 다솜 님 쪽에서 부담한다면 월세를 반반 부담할 게 아니라 친구가 더 많이 내야 합니다. 그게 공평합니다. 만약 보증금이 없다면 그 친구는 훨씬 더 안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월세를 내며 살아야 하잖아요. 친구 둘과 동거할 때 제가 보증금(4000만 원)을 부담하는 대신, 월세를 친구들보다 10만 원 덜 냈어요. 방도 제일 큰 방을 썼고요. 그건 갑질이 아니라 서로 흔쾌히 합의한 사항입니다. 그리고 생활비는 1/n로 부담했죠.
이러한 사항을 시작할 때부터 명확히 해야 말썽이 없습니다. 월세를 반반 낸다면 다솜 님 쪽에선 ‘내가 보증금을 냈는데 월세도 똑같이 내는 건 불공평하지 않아?’ 싶을 것이고, 생활비를 더 많이 부담하는 친구 입장에선 ‘컴퓨터도 쟤가 더 많이 쓰고, 밥도 더 많이 먹는데, 생활비는 왜 내가 더 많이 내야 해?’ 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은혜를 베풀고, 다른 쪽이 받는 입장으로 시작한다면 그 관계야말로 갑을 관계가 될 수밖에 없어요. 서로가 억울하지 않게,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에서 시작해야 동거가 순항합니다.

저나 친구나 돈 관리를 진짜 못 하거든요. 소비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어서 돈을 정말 많이 써요. 작가님의 책을 보고 반성했습니다. 정말 가계부를 꼼꼼히 쓰셨더군요. 저희도 앞으로 월세 내고, 함께 생활비를 관리해야 하는데, 동거 생활에서 돈을 아끼는 팁이 있을까요? 정신 차리게 해주세요.

동거 생활의 시작은 가계부입니다. 저희는 중고생용 노트를 구입해 수입, 지출, 내역, 잔액을 심플하게 썼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돈을 쓸 때 귀찮아하지 않고 그 순간 기록하는 습관입니다. 저희는 생활비 지갑과 가계부를 싱크대 서랍에 넣어놓고, 돈을 꺼내 쓸 때마다 그 즉시 기록했어요. 잔액은 자기 돈을 채워 넣더라도 꼭 맞춰놨고요. 이렇게 하면 생활비가 투명하게 관리되니 서로 오해할 일이 없고,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더 아낄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요. 요즘은 가계부가 스마트폰 앱으로도 잘 나와 있지만, 둘이 함께 보고 함께 써야 하니까 앱보다는 아날로그형 가계부를 추천합니다.
식자재는 대형 마트보다는 재래시장에서 사는 게 훨씬 쌉니다. 재래시장이 없다면 퇴근할 때 근처 슈퍼에서 필요한 걸 소량 구입하세요. 상품 한 개의 가격은 대형 마트보다 비쌀지 몰라도 낭비 없이 쓰니까 오히려 절약됩니다. 싸다고 대용량으로 샀다가 결국 썩어서 버리는 일도 많으니까요.
계절마다 냉난방비가 생활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죠. 여름에 에어컨 틀 땐 냉방보다는 송풍으로 켜고, 선풍기를 함께 틀면 전기세도 절약되고 냉방병에도 걸리지 않아요. 겨울엔 2~3시간에 한 번씩 보일러가 작동하도록 타이머를 맞추면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어요. 인터넷, TV, 모바일폰은 결합해서 요금을 할인받는 것도 추천합니다!



공평하고 지혜로운 역할 분담 •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회사에 다녔는데, 이제는 친구와 둘이 밥을 해 먹고 청소와 빨래도 해야 하잖아요. 집안일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눈다고 제대로 할지도 의문이고요. 이 부분에서 친구와 부딪친다면 어떻게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자취 생활을 처음 하면 집안일이 이렇게 많았던가 새삼 깨달을 겁니다. 집안일을 가장 크게 나누자면 요리, 청소, 빨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3종은 반복적으로 해야 하고, 안 하면 티가 확 나는 공통점이 있죠.
저희도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삼시 세끼를 나누어 아침은 누가 하고, 저녁은 누가 하고, 청소는 요일별로 돌아가며 하기로 했죠.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요일마다 내 당번인가 아닌가 확인하기도 힘들고, 모임 약속이나 회사 회식이라도 있으면 다음 날 일어나기도 힘드니까요. 그래서 결국 요리를 좋아하는 언니가 밥을 하고, 깔끔한 후배가 청소를 하고, 제가 빨래를 하게 되었습니다. 밥은 매일 해야 하니까 청소나 빨래보다 훨씬 힘들겠죠? 그래서 설거지는 제가 담당하고, 파와 마늘 등 재료를 손질해 얼려놓는 건 후배가 담당했어요. 후배는 직장인이어서 평일엔 바쁘니까 주말에 할 수 있는 집안일을 담당했죠.
집안일을 나눌 때는 ‘스트레스’를 기준으로 나누면 쉽습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 정도는 방 청소를 안 해도 괜찮은 사람과 하루만 방 청소를 안 해도 찝찝한 사람이 같이 살면 청소는 후자의 몫입니다. 아침밥 꼭 먹어야 하는 사람과 먹지 않는 사람이 같이 살면 전자가 아침밥을 해야 하고요. 이렇게 나누다 보면 부지런한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되죠. 게으른 사람은 깨끗하지 않아도, 한 끼쯤 굶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까요. 그럴 때 부지런한 사람이 스트레스받는 집안일을 게으른 사람이 몇 가지 맡아주면 균형이 맞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라든가 걸레 빨기, 변기 청소 같은 거요. 혼자 산다면 이 일을 나 혼자 다 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일을 나눠 해주는 친구의 존재가 새삼 고마워집니다.

꽤 괜찮은 이별 •

너무 앞서나가는 질문일 수 있지만, 만약 룸메이트와 살다가 헤어질 땐 어떻게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좋으면 계속 같이 살 텐데 헤어진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끝내야 좋을까요?

연애에서도 이별을 잘하는 게 중요하듯 동거에서도 이별은 중요합니다. 저희는 6년 동안 잘 살다가 제가 남자 친구가 생기는 바람에 독립한 케이스인데, 당연히 같이 산다고 생각한 친구들에게 이제 따로 살자고 말하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미룰 수만은 없는 일. 결국 이야기를 했고, 하루 이틀은 친구들이 충격을 받은 상태였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다는 사실에 동의해줬어요. 이후 각자의 방을 알아보러 다닐 때 같이 가서 보고, 부동산 관련 서류도 체크해주고, 이사할 때는 짐도 날라주고 했지요. 지금도 생일이나 휴가 때는 만나서 같이 밥을 먹어요.
그러나 더 많은 경우, 갈등으로 좋지 않게 끝나는 일이 빈번하죠. 그럴 때도 밑바닥을 드러내지만 않으면(돌이킬 수 없는 말만 하지 않으면) 그 관계를 구제할 수 있어요. 사이가 좋지 않았더라도 헤어질 때 악수하고 “그동안 고마웠다”는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