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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동네에 이사 왔습니다

I Moved Into a Place I Didn’t Know

모르는 동네에 이사 왔습니다

Editor.Hyuna Lee / Illustrator.Jiin Chung Article / clinic

동네 생활에 윤기를 더하는 실전 노하우 


이현아 / 내담자


• 직업: 에디터

• 거주지: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 성격: 벌레보다 올 화이트로 도배된 신축 건물을 더 못 견뎌 하는 타입. 좋은 동네의 조건은 단연코 치안과 동네 친구라고 생각한다.






정현정 / 상담자


• 직업: 브랜드 마케터, 《혼자 살기 시작했습니다》의 저자

• 거주지: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 성격: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많은 편이지만, 집을 좋아하고 동네를 좋아하려고 노력한다. 일정 시간 집에 꽂아둬야 충전이 된다.






• 새로운 동네,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


옛 동네에 정이 많이 들어서 아직 새로운 동네가 낯설어요.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아요. 동네와 친해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동네의 관광 코스를 직접 발굴하는 편이에요. 친구들이 오면 데려갈 곳을 미리 정해두는 거죠. 동네에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가보고, 이곳저곳을 탐험하려고 해요. 스스로 동네의 홍보 대사가 되는 거죠. 카페, 서점, 산책길 등 소중한 사람이 내가 사는 동네에 오면 어디로 데려갈까 생각해보는 거예요. 이렇게 직접 코스를 발굴하다 보면 주인하고 친해진 적은 없어도 내적 친밀감이 느껴지는 단골집도 생기고요. 저는 궁극의 카페를 찾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편이에요. 여러 카페를 다니다 보면 몸으로 기억할 수 있는 동네의 범위를 넓혀나가는 기분이 들어요. 100%의 동네 카페, 음식점, 빵집 등을 찾아 나서는 기분으로 동네를 둘러보세요.

동네 상권 안에서 가까이해야 하는, 원주민의 꿀팁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다른 구에 사는 제 친구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못 받는 각종 주민 할인 혜택 같은 걸 꿰고 있더라고요.

동네 지인 없이 처음 살게 된 동네에서 아는 사람은 사실 부동산뿐이죠. 싫든 좋든 부동산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얻는 게 좋아요. 저는 부동산에 물어서 중고 에어컨 판매나 설치를 하는 기사님을 소개받기도 했고, 지인은 이사 갈 집을 자연스럽게 소개받기도 했지요. 또 서울시에서는 각 구별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어요. 우편함에 수북이 쌓여서 버려지는데, 얼마 전부터 찬찬히 하나씩 읽어보고 있어요.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구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자전거 교실이 있다는 거예요. 그 외에도 주민센터에서 하는 바리스타 수업 등 여러 정보가 담겨 있더라고요. ‘서울시 청년 허브’ 등 다양한 지역 모임 단체들을 살펴보면 동네별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이사 온 지 석 달이 넘었는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내 동네라는 느낌이 안 들어요. 문화센터에도 몇 번 가봤는데, 관심 있는 강좌가 없거나 모두 마감되었더라고요. 알아두면 생활에 도움이 되는 동네 커뮤니티가 있을까요?

커뮤니티를 새로 만드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동네의 작은 서점을 거점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서점을 잘 살펴보면 책 모임, 저자와의 대화 등 일주일에 하나 이상 모임이 있어요. 이를 활용해 취향에 맞는 사람을 만나보는 방법도 있어요. 제 주변에도 동네 서점을 거점으로 삼아 동네 친구를 만든 사람이 있는데요, 서로 친해진 후에는 서점뿐만 아니라 동네 곳곳에서 모인다고 하더라고요. 동네 서점이 많이 생기는 요즘, 저는 이런 곳이 동네의 거점으로 괜찮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집에 이사 온 터라 수리하거나 설치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멀리 사는 집주인은 동네 철물점이나 수리점이 싸니 그곳에 맡기라고 하는데, 무조건 동네 상권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요? 바가지 쓸까 봐 살짝 무서워요.

동네 상권이 무조건 좋다, 안 좋다 말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가까운 곳에 수리점이 있다면 무작정 부탁하기보다는 견적이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하고 인터넷과 비교해보세요. 또한 준비해야 하는 도구가 있는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물어보세요. 때로는 도구만 잘 갖추면 쉽게 고칠 수 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제가 용산구에 살 때는 ‘수리수리집수리’라는 업체의 도움을 받곤 했는데요, 요즘은 유튜브로 혼자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 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합니다. 《안 부르고 혼자 고침》이라는 생활 기술서도 추천해드려요!



• 스스로 만드는 안전한 동네 •

작가님 책에서 어두운 가로등을 바꿔 달라는 민원을 넣어 실제로 개선된 내용을 인상 깊게 읽었어요. 프로 이사러로서 동네 치안을 살피는 노하우가 있나요?

보통 집을 구할 때 시간대마다 그 집에 가서 해가 잘 드는지 살펴보라고들 말하지요.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밤에 집 근처 골목길을 꼭 돌아보기를 권합니다. 가로등 같은 시설의 경우에는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분위기는 바꿀 수 없거든요.

사실 경비실, 대로변 등 안전한 집의 요건을 갖추면 금액이 올라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도 이번만은 언덕이 아니라 평지에 살고 싶었거든요. 대신 경찰서가 가깝다는 점에 위안받고 있어요.

보통 여성들이 치안과 안전을 고려해 반지하나 1층을 피하잖아요. 그런데 모든 걸 다 갖추려다 보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결국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에요. 이런 경우를 대비해 본인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중요해요. ‘층수가 낮아도 대로변이 좋다’, ‘1층이라도 근처에 24시간 편의점 등이 가깝게 있는 게 중요하다’ 등등.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하면 “전에도 이 집에 여자가 살았다”라는 말로 퉁치려는 공인중개사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죠. 또한 사회 초년생은 꼭 회사 주변에서 집을 찾는 경향이 있는데요,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만 멀어져도 가격 대비 안전한 집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답니다.

혼자 살다 보니 음식을 배달시키기도 꺼려지고, 꼭 필요한 설치·수리 기사를 부르는 데도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어쩔 수 없이 제 개인 정보를 노출하는 거잖아요. 이런 일에 예민해지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때때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혼자 거주하는 여성이라면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 SNS에 거주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사진은 절대 올리지 않아요. 집 사진을 올리는 경우는 그 집을 떠날 때뿐이죠. 배달 음식을 시킬 때도 문밖에 놔달라고 하고, 직접 나가지 않아요. 또한 집으로 오는 모든 택배는 남자 이름으로 시키고, 결제할 때도 남자 이름으로 해요. 택배 송장이나 각종 고지서는 꼭 찢어서 버립니다. 유난스러운 게 아니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집에 설치 및 수리가 필요할 때는 지인을 부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 혼자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뭐 어쨌다고요 •

직업 특성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잦아요. 그런데 혼자 살고 있다고 하면 아직도 “남자 친구가 좋아하겠네”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있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화를 내기 뭣해서 참다가 매번 돌아서서 후회해요. 이런 질문에 잘 대처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도 아직 매번 당황하고 또 황당해하는 질문입니다. “아직도, 지금 이 시대에?”라는 말이 절로 나오죠. 혼자 살 때의 장점을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는 제 인스타그램에 한 여성분이 “자취해? 잘 취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일일이 대꾸하기보다 예의로라도 같이 웃어주지 않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상대방에게 ‘스페이스 바’를 뜨게 하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도 모르게 예의 바른 자아가 튀어나오는 분이 많은데요, 그 순간을 꾹 참고 상대방을 응시해보세요. 아주 조금의 무안함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최근에 새로 이사한 집에 친구가 자주 놀러 오면서 밥도 같이 먹곤 하는데, 어느 순간 불편해질 때가 있더라고요. 언제 가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책을 내고 북 토크를 할 때 어떤 분이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동네 친구 사이의 적정 거리를 물었는데, 저는 아파트 한 동에 같이 사는 정도라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다른 분은 화들짝 놀라며 아파트 두 동은 떨어져야 한다고 하더군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싶진 않다고요. ‘적당한 거리’는 모두에게 다른 것 같아요. 친구를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체력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고요. 저는 평소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개인의 성향을 많이 어필하는 편이에요. 더불어 친구의 성향도 살피는 게 좋겠죠. 또 집에서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도 다들 달라요. 침실에 들어오는 것도 꺼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침대에 누워도 개의치 않는 사람이 있죠. 최선은 타인의 집에 갔을 때는 모든 것을 물어보고 행동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