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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도 결혼이 되나요?

Can We Also Marry Tastes?

취향도 결혼이 되나요?

Editor.Juhee Mun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지수연, 최우진 / 31세, 35세

디자이너, 디자이너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양천구 목동
구조 다세대주택 1층
면적  56.19m²(17평)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50만 원

 

Room History

마음 맞는 상대를 만나 결혼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취향은 예상치 못한 것으로 튀어나온다. 그것은 치약을 짜는 방향이 되기도 하고, 화분에 물 주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모로 가도 이 잘 닦고, 적당량의 물을 주면 되는 것인데, 기어코 핏대를 세우며 내 방법대로 상대를 끌어오기 위한 신경전을 벌인다. 그러나 지수연과 최우진은 애초에 그 팽팽한 줄을 놔버리고 한 쪽을 확실하게 밀어주는 방향을 택했다. 덕분에 그들은 취향의 지름길을 찾아 완만히 달리는 중이다.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릴지라도 두 손 꼭 붙잡은 채 한쪽 방향으로 향한다. 한 사람의 포기나 단념이 아닌, 완전한 믿음과 신뢰로 결속된 취향의 결혼이다.



10년 연애를 끝으로 신혼집이 생겼어요. 이 집은 두 사람이 꿈꾸던 대로인가요?
(우진) 아파트보다는 이런 안락한 주택을 선호하긴 했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선망하는 집의 모습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이렇게 애정을 주고 꾸미니까 제게도 최고의 집이 되더라고요.
(수연) 따져봐야 할 현실의 벽이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예쁘게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벽지도 붙이고 부엌 싱크대 페인트칠도 하고, 가구 위치나 커튼도 여러 번 바꾸어가면서요. 오빠가 퇴근하고 오면 뭘 그리하냐고 물을 만큼 공을 들였죠. 그만큼 제 취향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두 사람은 결혼하면서 무엇이 가장 잘 맞았나요?
(수연) 결혼관이 잘 맞았어요. 간소한 결혼을 원해서 식을 안 했거든요. 연애를 오래 하면서 큰 결정을 내릴 때 서로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저희 결혼을 기록한 건 사진 한 컷 찍어서 남겨둔 게 전부예요.
(우진) 부모님도 “너희 결혼이니까 편하게 해라” 하셔서 양가 부모님 모시고 밥 먹으며 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어요. 결론만 생각하면 저희 둘이 잘 살면 되는 일이잖아요. 주변에서 결혼식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았지만 결국 그때뿐이지 다들 사느라 바빠서 또 잊고 마는 것 같아요.


이 집을 보면 소녀풍의 취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이잖아요. 어떤 남성은 이런 분위기를 간지러워하기도 하는데, 우진 씨는 어땠나요?
(우진) 인테리어에 대해 잘 몰랐어요. 둥글게 생긴 테이블 램프를 산다고 하길래 길가에 가로등 전구처럼 생긴 걸 왜 사나 싶었죠. 실제로 집에 둔 걸 보니까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수연) 어느 정도는 본인도 취향에 맞아서 따라준다고 생각해요. 전혀 맞지 않았다면 말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거의 집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수연 씨의 취향이 많이 반영됐지만, 우진 씨 취향이 반영된 곳이라 할 만한 곳은 없어요?
(우진) 제가 밥하는 걸 좋아해서, 끼니 챙기는 건 제 몫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냉장고는 제 구역으로 두고 싶어요. 되도록 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위 칸은 양파와 대파, 아래 칸은 콩나물‧‧‧. 이렇게 나름대로 규칙이 있거든요.
(수연) 오빠가 주방에 대한 로망이 커요.


주방을 포함해서 내 취향대로 집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우진) 그런 걸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어요. 이전엔 일반 가정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거든요. 그래서 취향대로 집을 꾸밀 수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만약 아내가 인테리어를 못 했다면 말해서 바꿨을지도 모르지만, 워낙 잘하고 있으니까 할 말이 없죠. 아내가 좋은 게 제가 좋은 거라 이대로 만족하기도 하고요. 지금 제 상태는 아내의 도움으로 집에 대해 알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언제부터 이 사람이 좋은 게 나도 좋은 게 됐나요?
(우진)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만날 때부터 그랬어요. 지금은 이 친구가 집 꾸미는 걸 옆에서 볼 수 있잖아요.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또 좋더라고요.


사랑꾼이에요?
(우진) 연출하는 거죠. 인터뷰에 실리니까요.(웃음)


엄청난 사랑으로 취향을 존중받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내 취향을 완전히 믿어주는 거잖아요.
(수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요. 가끔은 제가 원하는 걸 위해 강요 아닌 강요를 하기도 해요. 제가 보기에 예쁜 걸 남편이 아니라고 하면 미안해도 무시하고 사거든요.(웃음)


그럼 수연 씨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집이라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해요?
(수연) 네, 저는 남편이 제게 맞춰주는 게 솔직히 정말 고마워요.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성격에 자기 취향을 고집하는 남편을 만났다면 많이 다투기도 했겠죠. 같이 사니까 맞추려고 노력했겠지만 속으로는 ‘나한테 조금만 더 맞춰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취향은 확실한 의견에서 출발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취향이란 게 내 멘털 상태에 따라 자신 있기도 하고 구리다고 느끼기도 하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요?
(수연) 잠시 하던 걸 멈추고 집중을 안 하려고 해요. 시간이 지나면 또 새로 보이기도 하고요.


전 때때로 구리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제 취향을 파악하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구려도 끌리는 건 내 취향의 일부인 거야 하면서요.
(수연) 저도 그런 게 있어요. 패턴에 무지 약해요. 특히 꽃무늬요. 어떻게 보면 촌스러워 보이는데도 꽃무늬만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가요. 옷을 보러 가면 남편이 골라준 꽃무늬는 항상 성공해요. 두 가지 꽃무늬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남편이 오히려 제 취향을 더 알아줄 때가 있다니까요!


꽃무늬 취향이 확실하네요.
(수연) 그런 것 같아요. 한번은 빈티지 숍에서 꽃무늬 옷을 고르는데, 남편에게 보여주니까 너무 할머니 같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대체 그 할머니 같은 기준이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꽃무늬나 패턴에선 과감하게 저를 믿는 편이에요. 봤을 때 왠지 후회하지 않을 거란 느낌이 들거든요.


분명한 취향을 지녀서 좋은 건 뭐라고 생각해요?
(수연) ‘꽃무늬 하면 수연’ 이렇게 분명하게 인식되는 게 좋아요. 남편이 꽃무늬를 보고 저를 떠올리듯, 분명한 취향은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 같아요.


남편이 수연 씨처럼 자기 취향을 완전히 드러내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있나요?
(수연) 집 부분에선 현재까지 없는 것 같아요. 제 만족이 크긴 한가 봐요.


누군가 우진 씨의 취향도 소녀풍일 거라 보는 시선이 있다면 어떨 것 같아요?
(우진) 어떻게 보든 상관없어요. 부부는 일심동체니까요. 제가 보기와 달리 잔잔하고 부드러운 것을 좋아해요. 액션이나 공포 영화는 싫고 로맨스 영화나 따뜻한 이야기가 좋거든요. 제 입장에선 나름 제가 섬세한 사람이라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래요? 어떤 부분에서 섬세해요?
(우진) 연애할 때 느낀 건데요, 염색한 것도 알아보고요, 볼 터치를 했는지 안 했는지, 네일 아트가 바뀌었는지, 마스카라를 했는지, 아이라인을 그렸는지 그런 게 바로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집이 제집 같다고도 말해요.



두 분은 문구와 소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잖아요. 요즘 여러 취향의 디자인 문구가 많이 보여서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요. 그중에서 선택받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 있나요?
(수연) 시작했을 땐 비슷한 느낌의 디자인이 없었는데, 2년 정도 지나고 보니 주변에 많아졌더라고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만의 특별함을 찾는 과정을 겪고 있어요. 브랜드로서 유명해지는 게 필요하다고도 느끼는데, 비슷한 톤이 많아서 자칫하면 우리가 따라 한 것처럼 보이겠더라고요.
(우진) 디자인할 때 말장난을 좋아해요. 예를 들면 시리얼스 스티커가 있는데, 제품명에 약간의 위트를 더하려고 영화 <다크 나이트>에 나온 “Why so serious?” 대사를 “Why so cereals?”로 변경했어요. 시리얼 모양 스티커에 그려진 입 모양도 조커처럼 크게 하고요. 이런 변주를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누구나 좋아하는 느낌을 내려 한다고 했잖아요.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 남들이 갖지 않은 희소성 있는 것에 더 눈길이 가거든요. 이런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우진) 일본에서도 활동하는데 주로 한정판으로 제품 판매를 하거든요. 확실히 그 희소성 때문인지 구매율이 달라요. 한국에서도 한정 판매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쓸지, 천천히 가더라도 스테디셀러를 위한 제품을 꾸준히 낼지 고민해요.


이전에 스파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소식에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 서서 한정판을 싹쓸이해가고 그랬잖아요. 그게 리미티드 에디션을 소유함으로써 내가 다른 이들보다 더 있어 보이고 싶은 욕구의 반영인 것 같더라고요.
(우진) 최근에 지드래곤 나이키 운동화가 발매된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 운동화가 제 취향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리셀가가 몇백만 원까지 올라가는 걸 보면서, 있어 보이고 싶은 그들만의 취향처럼 보이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그걸 가짐으로써 자기만의 행복을 채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요.


남들이 잘 모르는 희귀한 걸 좋아할수록 있어 보인다는 것이 취향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 같기도 해요. 멜론 top100을 듣기를 좋아하는 취향과 유명하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좋아하는 취향을 비교해보면 후자를 더 쳐주는(?) 문화가 있잖아요. 이런 경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수연) 대중적 취향을 지녔다고 해서 취향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거든요. 대중적인 것도 하나의 취향이라 이해해줘야 해요.
(우진) 어떤 취향이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때문에 희소성 있는 제품이나 문화 콘텐츠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남들은 뭘 좋아하나 부지런히 태그 검색도 하고 남들이 좋다는 걸 누리고 싶어 하잖아요. 이런 모순된 마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우진) 인간은 다 모순적이라 그런 것 같아요. 단적으로 카드값에 허덕이면서도 희소하다는 이유로 사는 사람, 매번 돈 없다고 밥 한 끼 안 사면서 어느 날 값비싼 차를 뽑아서 나타나는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우리에겐 모두 그런 면이 있을 것 같아요.
(수연)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 같기도 해요. 남들은 뭘 좋아하나 열심히 보면서도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죠.



개인 취향을 존중해달라는 뜻의 ‘개취 존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수연) 음‧‧‧ 어려운 문제네요.
(우진) 과하지 않을 정도면 좋지 않을까요?


‘개취 존중’을 강조하다 보면 사실 반박하기가 어려운 게 많아져요. 건강한 대화나 토론까지도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되고요. 그런데 예를 들어 문제가 되는 ‘n번방 사건’의 경우, 그걸 나의 성적 취향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존중할 게 아니잖아요. 엄연한 범죄행위인데요.
(우진) 갑자기 엄청 화가 나요.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다수에게 떳떳하지 못한 건 취향이 아닌 것 같아요. 뭔가 숨기는 게 없어야 할 것 같고요. 도덕적 구분도 없이 무턱대고 취향을 들이밀면 그건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예시를 너무 세게 들었죠. 더 화가 나기 전에 다르게 물을게요. ‘개취 존중’ 하면 생각나는 두 분의 경험담도 있나요?
(우진) 예전에 매장에 온 손님이 화장을 독특하게 하고 왔어요. 무서울 정도로 눈을 까맣게 칠했더라고요.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처음엔 많이 놀랐어요. 자칫하면 오해를 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화장이란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분의 취향이니까 그것대로 존중하려고 했어요.


두 분은 취향을 결합하면서 이렇다 할 분쟁이 없었지만, 누구는 빨랫감 분류 기준이나 집 안의 실내 온도로도 싸운다잖아요. 전 그것도 생활을 가꾸는 또 다른 취향이라고 보거든요. 두 분이 맞춘 생활 속 취향도 있나요?
(우진) 화장실에 걸린 두루마리 화장지 푸는 방향으로 얘기한 적이 있긴 해요. 앞으로 푸냐 뒤로 푸냐로 취향이 달랐는데, 저는 풀리는 방향이 저한테 더 가까웠으면 했거든요. 근데 아내는 반대이길 원해서 제가 바꿨어요.


서로 말하고 나면 바로 움직이는 편이에요?
(우진) 네, 그다음부터는 바로 행동으로 옮겨요. 제 얘길 믿을지 모르겠지만 연애할 때 아내가 샤워하고서 슬리퍼를 항상 세워둔다고 하길래 그 뒤로 저도 그렇게 습관을 바꿨어요.



우진 씨는 수연 씨가 말하는 건 다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에요?
(우진) 죽는 거 빼곤 다 할 수 있어요. 아내가 저한테 잘하거든요. 같이 사는 게 한 명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빨리 결혼 안 하고 어떻게 10년을 참고 기다렸어요?
(우진) 제가 이 사람 만나려고 한 30년을 기다린 것 같아요.
(수연) 우리 인터뷰 너무 재미없게 나올 것 같아.(웃음)


두 분은 취향의 결혼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수연) 취향을 다 알아서 결혼하는 건 아니잖아요. 살면서 변하는 게 취향이고, 또 서로 반대라서 끌리기도 하고요.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살다 보면 두 사람이 합의하는 기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집에서 얼마나 살고 싶어요?
(우진) 이곳이 저희의 첫 집이기도 하고, 여기 와서 저희 일이 잘 풀리기도 해서 애착이 많이 가요. 그동안 물 흐르듯 살아서 또 다른 기회가 생기면 이사할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오래 살고 싶어요.
(수연)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고 한 번씩 집을 뒤집어엎어요. 그렇게 하면서 제 취향을 더 알아간다고 생각하거든요. 몇 달 뒤면 지금과 다른 분위기일지도 모르고요. 전 제 취향을 조금 더 확실히 찾을 때까지 이 집에 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양천구 목동
구조 다세대주택 1층
면적  56.19m²(17평)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5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