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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동물과 사람과 추억의 집

Cactus apartment

식물과 동물과 사람과 추억의 집

Editor. Hanbitnuri Park / Photographer. Juyeon Lee Knock, Please

이호연 / 33세

주부


Conditions

지역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구조 아파트 9층 포룸
면적  162.95m2 (약 50평)
매매 전세 8억 원

Room History

23세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오피스텔 투룸 30평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160만 원)
31세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쓰리룸 30평
(전세 5억 2000만 원)

심리상담사를 하던 이호연은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작은 식물 카페를 열고 백여 가지의 식물을 접하자 복잡했던 마음이 풀어져 갔다. 그 뒤로도 꾸준히 식물을 키우다 리모델링을 하며 큰 결정을 내렸다. 초·중·고·대학교까지 함께한 집을 신혼집으로 리모델링하며 베란다에 화단을 만든 것이었다. 햇빛이 잘 드는 베란다에 화단을 만들어 수십 년 된 선인장을 심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벌레가 생기면 안 되었기에 배수시설을 만들고 600kg의 흙을 손수 채웠다. 완성된 모습은 묘하게도 옛날 어머니의 화단과 비슷했다. 서재 창문에 보이는 풍경이 어린 시절과 같았으니까. 반려견, 식물, 사람이 공존하려면 유난스럽고 부지런해야 한다. 매일 아침 환기를 시키고 잎에 내려앉은 털을 닦아내야 한다. 그래도 그녀는 그 일상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초·중·고·대학교까지, 학창 시절을 이 집에서 보내셨다고요? 옛날에 살던 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시다니, 부러운 일이에요.
원래는 신혼집으로 전원주택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근데 전원주택이 생각보다 관리 비용이 많이 들더라고요. 이미 집은 내놨고, 이사는 가야 하고, 어중간한 시기였어요. 여긴 옛날에 저희 가족이 살던 집이에요. 마침 세입자분이 나가는 시기가 맞아서 새로 인테리어를 하고 다시 들어오게 됐어요. 20년이 넘은 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살던 추억이 있어서인지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아요.


이 집에 오래 살았으니 여러 추억이 있겠네요.
지금 서재방은 원래 공부방이었어요. 언니랑 같이 책상 두 개를 나란히 붙여두고 같이 공부를 했어요. 지금 드레스룸이 저랑 언니가 같이 자던 침실, 작업실로 쓰는 방은 화장실이 가까워서 할머니가 쓰시던 방, 저희 부부의 안방은 이전에는 부모님이 쓰셨어요. 집 구석구석 어릴 적 추억이 남아 있어요. 친구들도 여전히 근처에 살고 있어서 아지트처럼 자주 놀러 와요. 회사 점심시간에 나와서 저희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갈 때도 있어요.


리모델링을 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짐이 많아서 수납 공간을 많이 만들었어요. 다 안 보이게 넣어두려고요. 강아지들을 위해서 거실 바닥은 포세린 타일을 깔았어요. 안 미끄럽고 애들이 배변 실수를 했을 때도 깨끗하게 닦이거든요. 청소도 쉽고요. 아무래도 구옥이다 보니 천장 높이가 낮았어요. 천장을 트고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했어요. 반려견, 식물, 그리고 저희 가족이 쾌적하게 공존하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선인장이 있는 화단이 눈에 띄어요. 많은 화분을 양적으로 보유한 이들은 많지만 집에 화단을 만들고 흙을 넣어 심는 경우는 드물어서요.
제가 식물 카페를 했었거든요. 언젠가는 저렇게 선인장 화단을 만들고 싶었어요. 생각보다 베란다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캠핑 의자를 둔다던가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을 두는 게 전부죠. 게다가 이 집이 남향이라 햇빛이 굉장히 세요. 사람이 앉아서 즐기기에는 뜨겁고 덥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화단을 만들기로 했어요. 서재의 큰 창문으로 선인장 화단이 보여요. 바깥 풍경을 보면서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하기도 좋고요.


화단은 전문가에게 맡겨서 만든 것인가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했나요?
리모델링을 하면서 타일 벽돌로 화단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어요. 이후에는 제가 따로 농장에서 흙과 선인장을 구해서 하나하나 채웠어요. 식물 카페를 하면서 가드닝 수업도 들었거든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됐죠. 직접 수레에 흙을 싣고 옮기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그래도 신랑이 많이 도와줬어요.


화단에 흙이 얼마나 들어간 거예요?
보통 흙이 한 포대에 10kg 정도 하거든요. 먼저 배수가 잘 되게 하는 흙을 바닥에 20포대 정도 깔았어요. 그리고 선인장 전용 흙 40포대. 그 위에 마감 흙을 또 3포대 정도 덮었어요. 총 600kg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죠. 화단에 벌레가 생겨서 다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곤란해요. 관리를 꼼꼼하게 하고 있어요. 흙이 다 젖지 않을 만큼만 물을 줘요. 선인장은 물이 별로 필요 없는 식물이기도 하고요.


많은 식물들 중에 왜 하필 선인장인가요?
남향이라 베란다가 뜨거워요. 일반적인 식물은 직사광선을 받았을 때 잎이 탄다든지 물이 너무 빨리 빠져서 물을 자주 줘야 해요. 그럼 배수 장치를 아무리 잘해놔도 벌레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선인장은 두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돼요. 평소 선인장처럼 정형화된 모양의 식물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다른 이들에게 아파트에 화단을 만드는 것을 추천하세요? 경험해보니 어때요?
저는 선인장 종류는 추천하고 싶어요. 집 방향에 따라서 식물을 잘 골라야 해요. 남향이 아니라면 벌레가 생기기 쉽거든요. 확실히 화분을 여러 개 두는 것보다는 보기도 좋고 뿌듯함이 있어요. 저는 서재를 지나가면서 창문을 바라볼 때 항상 기분이 좋아요.


식물 카페는 어떻게 하시게 됐어요?
그 전에는 심리상담사 일을 했어요. 상담을 하다 보면 에너지 소비가 상당하거든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꽃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한 4년 정도 배우다가 플라워 카페를 열었는데 혼자서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꽃다발을 만들다가 커피를 내리는 것도 쉽지 않고 새벽에 꽃 시장을 다니는 일도 버거웠어요. 결국에는 식물 카페로 전향했죠. 지금은 잠시 쉬고 있어요.


식물로 집을 꾸미면서 가장 큰 돈이 들었던 건 뭔가요?
아무래도 선인장이겠죠. 선인장은 비싼 식물이에요. 국민 선인장이라고 불리는 용심목 같은 것도 30cm 정도 하는 게 10만 원이 넘어요. 저기 베란다에 있는 건 1.5m 이상이니까 꽤나 가격이 나가죠. 사람들이 선인장이 비싼 건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 있는 선인장 중 큰 것들이 잘 없어요. 2~30년은 자라야 하는데 그만큼 키우기가 쉬운 건 아니니까요.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은 식물이기도 하고요.

식물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정서에 도움이 되었나요?
꽃을 만지는 단순노동이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더라고요. 막연하게 돈이 나가는 취미가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을 어딘가에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좋았어요. 보기에도 예쁘잖아요. 꽃은 선물로 받아도 좋지만 내가 직접 바구니를 만든다던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걸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 등이 생각 정리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고 계신 것처럼 보여요. 집 안을 가득 채우지 않아서인지 여유가 느껴지네요.
정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을 뿐이지 미니멀하지는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미니멀리스트 과도기에 있는 사람이랄까요.(웃음) 전에 살던 집에는 딱 세 가지 식물만 있었어요. 식물 카페에서 100여 종이 넘는 식물을 관리하다 보니 집에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더라고요.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는 정말 미니멀했죠. 삭막하다고까지 느껴질 정도였어요. 식물을 하나 둘 들이다 보니 공간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근데 여기서 더 이상 늘리지는 않으려고요.

이전 집에선 세 개의 식물만 돌보다가 점점 늘리게 된 이유가 있어요?
집에서 할 취미 활동이 필요했어요. 전에는 주말까지 식물 카페를 운영하느라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잤거든요. 지금은 잠시 일을 쉬면서 여유가 생겼어요. 그리고 봄이잖아요. 주변을 보니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식물을 키우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식물 고르는 법, 키우는 법, 집에 들이는 기준이 있나요?
식물마다 각자의 자리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소품처럼 생각해요. ‘TV 옆이 허전한데 식물 하나 둬야겠다’, ‘현관에 잎이 큰 식물이 있으면 좋겠다’ 하시는데 말리고 싶어요. 웬만하면 식물의 특성에 맞는 위치에 두거나 그 조건을 충족시켜줘야 해요. 아침 햇살을 받는 게 좋은 식물,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안 되는 식물 등 필요조건이 다 달라요. 이 부분은 저도 공부했지만 어려워요. 그래서 베란다 가득 식물을 키우시는 분들을 보면 신기해요. ‘어떻게 관리를 다 하나’ 싶기도 하고요.


식물 카페에 있던 100여 가지의 식물 중 집에 데려온 식물이 있나요? 집 환경에 맞는 식물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밖에도 보는 관점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어느 손님이 구해달라고 했던 ‘철화’라는 돌연변이 선인장이 있어요. 보자마자 ‘집에 데려가야겠다’ 싶었어요. 집에 있는 식물들 옆에 두면 조화롭게 잘 어울릴 거 같았거든요. 식물이 집 분위기와 어울리는 지도 보고요. ‘이 식물을 어떤 화분에 심어서 어디에 놓았을 때 좋을까?’ 이런 것까지 충족이 되어야 데려와요. 길가다가 예쁜 식물이라고 막 사는 편은 아니에요.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식물을 늘리기가 쉽잖아요. 어떻게 단출하게 식물을 놓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개수 제한이 있나요?
저도 계속 늘고 있어요. 근데 ‘엄청 많다’는 느낌은 아니죠? 방법이 있다면 선반이나 트레이를 이용해서 높낮이를 다르게 두거나 큰 것 옆에 작은 걸 배치하는 등 공간을 활용하는 거예요. 식물을 봐도 잎이 무성한 면이 있고 그렇지 않은 면이 있어요. 그럼 그 방향을 조금만 틀면 좁은 공간에 2개, 3개의 식물을 옹기종기 둘 수 있어요.


호연 님은 식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요.
통풍이 중요해요. 식물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아지 털 때문에 자주 환기를 해주고 있어요. 환기와 통풍은 달라요. 환기는 냄새를 빼거나 나쁜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걸 말하고요. 통풍은 공기를 순환시키면서 바람이 불게 해주는 거예요.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서큘레이터라던가 실링팬을 이용해서라도 집 안의 공기를 순환시켜요.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귀찮으니까 하루 날 잡고 모든 식물에 물을 주곤 하는데 저는 각각의 식물마다 물 주는 날이 달라요.


식물, 반려견과 함께하기에 꼭 지키는 철칙이 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창문을 열어요. 청소를 매일 해요. 로리, 마리가 털이 많이 빠져서 그게 다 식물에 앉거든요. 그럼 잎의 숨구멍이 막혀요. 그래서 자주 잎을 닦아줘야 해요. 분무기도 뿌려주고요.


반려견 때문에 식물을 들이는데 주저한 점은 없어요?
덩어리가 큰 식물을 밑에 두고 작은 건 다 선반이나 테이블 위로 올려놨어요. 다행히 저희 애들은 식물을 물어뜯거나 하지는 않아요. 간혹 식물에 독성이 있는 것들이 있어요. 아이나 반려견이 있는 경우 그걸 꼭 확인하고 식물을 들이시는 게 좋아요.


식물을 키우려면 공부가 많이 필요하네요. 호연 님은 식물을 키우면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저는 화가 많은 편이었어요. 욱하는 성격에 완벽주의자였죠. 그런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집도 따뜻해지고 생기가 생겼고요. 초록색이 주는 편안하고 탁 트인 느낌이 좋아요. 도심의 삭막함을 식물이 채워준다고 해야 할까요?


식물과 무지하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뭐예요?
엄마와 대화가 많아졌어요. 우리 가족이 여기 살 때도 저 베란다에는 늘 화분이 가득 있었어요. 저희가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엄마가 샤워기로 화분에 물을 뿌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그때는 엄마가 “호연아, 이거 봐. 여기 꽃 폈다” 할 때 아무 감흥이 없었는데 지금은 아침에 식물 사진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워졌어요. 저도 아는 범위가 넓어지니까 수목원을 가도 할 말이 많고요. 그건 정말 좋아요.


호연 님처럼 식물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손이 덜 가는 식물을 추천해 준다면?
보기에 진한 초록색이고 잎이 두꺼운 친구들은 키우기 쉬워요. 고무나무류나 아레카야자. 이 친구들은 크기도 큰 데다 풍성하게 잘 자라서 성취감도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꽃을 공부하고 식물 카페까지 운영하신 분이니까 도리어 묻고 싶어요. 기르기 어렵지만 그만큼 뿌듯함이 느껴지는 식물이 있을까요?
‘클라리네 비움’이라는 잎이 하트 모양의 열대 식물이 있어요. 워낙 성장이 더디고 열대식물이다보니 습도가 높아야 잘 자라요. 조금만 과습해도 해충이 생겨요. 참 키우기 까다로운 친구인데 새순이 나온 걸 보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리고 야생화 계열의 식물도 비슷해요. 한철만 지나도 나뭇잎이 다 떨어지는데, 관리를 잘하면 다음 해에 또 새로 잎이 나는 걸 볼 수 있어요.


집, 여건, 돈에 한계가 없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어요?
제가 동남아 열대 식물을 좋아하거든요. 근데 열대 식물은 키우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정말 비싸요. 한 줄기당 몇 백만 원까지도 해요. 근데 또 그 친구들은 엄청 크게 자라거든요. 그런 부피가 큰, 덩어리가 있는 식물들을 집안 곳곳에 둬서 풀숲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전원주택으로 가야겠죠.(웃음)


궁금해요. 탁 트인 자연을 볼 수 있는, 산이나 바다가 있는 지방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있나요? 식물을 가꾸다 보면 채워지지 않는 갈증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전에 살던 집에서는 윗집의 층간 소음이 심했어요. 집에서 온전히 쉬고 싶은데 생각보다 아파트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거든요. 창문으로 산이 보이는 전원주택을 알아본 적도 있어요.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큰 마당, 거기서 원하는 식물을 마음껏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만약 다시 식물 카페를 한다면 식물을 위한 온실을 따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Conditions

지역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구조 아파트 9층 포룸
면적  162.95m2 (약 50평)
매매 전세 8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