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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조립하기

Assembling Relationship

관계 조립하기

Editor.Hyuna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25세, 33세, 30세 / 박수지, 해나, 엘리

디자이너 /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 프리랜스 작가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구조 셰어하우스(6개월 단위 계약, 최대 1년)
면적  약 9.3~10.6㎡(약 2.8~3.2평)
보증금 80만원
월세 42만원(관리비 포함, 공과금 별도)

Room History

박수지

21세 세종시 조치원읍 다세대빌라 원룸(보증금 380만원, 월세 20만원)

 

 

해나

20세 미국 시애틀 아파트먼트(월세 640달러, 관리비 50~60달러)
26세 미국 뉴욕 아파트먼트(월세 700달러, 관리비 40~50달러)
27세 미국 뉴욕 하이라이즈 콘도미니엄(월세 840달러)
28세 미국 뉴욕 아파트먼트 스튜디오(월세 980달러, 관리비 30~40달러)
31세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오피스텔(보증금 1500만 원, 월세 30만 원, 관리비 10만 원

 

 

 

엘리

22세 미국 기숙사(학기당 700~1000달러)
27세 호주 플랫 셰어 스리룸(보증금 700달러, 월세 350달러)
28세 호주 플랫 셰어 스리룸(보증금 500달러, 월세 300달러)

 

우리는 어쩌면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이다. 정사각형인지, 기다란 막대인지, 아니면 한쪽이 찌그러진 삼각형인지는 다른 블록과 부딪치거나 맞춰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어느 날 마포구 연남동의 ‘드림 하우스’에 22명의 사람이 모였다. 자신의 창작물을 만드는 일을 한다는 것 외에 커다란 공통점은 없다. 이들의 일상은 같이 일하고, 같이 먹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조립된다. 그중 세 사람이 만든 관계의 모양을 들여다보았다. 



세 분은 각각 어떤 일을 하나요?
(해나) 뉴욕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다행히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후 일이 많아졌어요. 평소에는 개인 작업과 함께 굿즈를 만들고, 외주 작업도 해요.
(수지) 저는 그래픽, 편집 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요.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이고, 나쁘게 말하면 구직 중인 백수랄까요?(웃음)
(엘리) 저는 작가이자 ‘북큐멘터리’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예요. 2019년 1월에 첫 에세이집이 나왔고, 며칠 뒤에 새로운 단편소설집이 나올 예정이에요.

셰어하우스에 들어오기 전에는 어떤 집을 거쳐왔나요?
(수지) 대학교 다닐 때는 3년 정도 원룸에서 자취했어요. 셰어하우스에 들어오기 전에는 부모님과 살았고요.
(해나) 한국에서는 쭉 부모님과 살았어요. 뉴욕에 가면서 처음 룸메이트가 생겼죠. 다시 귀국한 후에는 제가 살고 싶은 집도 없었고, 부모님과 사는 게 편해서 같이 살았는데요, 어느 순간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그때 인스타그램을 통해 셰어하우스 지원 공고를 보고 오게 됐어요.
(엘리) 저는 대학생 때부터 해외를 많이 돌아다니며 살았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부모님이랑 살았고요.

혼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4~5명 단위로 거실과 욕실을 공유하는 형태의 셰어하우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지) 일단 단순히 거주 공간을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가 아니라 창작자가 모이는 곳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필요했는데, 좋은 기회인 것 같더라고요. 또 연남동이라는 위치도 좋았고요.
(엘리) 저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카우치 서핑도 해봤고, 친구네 집에서 무전취식도 해보고, 셰어하우스 경험도 있죠. 그래서 셰어하우스에 거리낌이 없었죠. 또 가족은 저와 같은 배경을 갖고 있어서 비슷한 얘기를 하기 십상인데,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물론 그만큼 잡음도 많은 편이지만, 그런 게 묘미인 것 같아요. 인간 밑바닥 군상을 볼 수 있는?(웃음) 이 셰어하우스는 지하에 스튜디오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지원했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터라 그게 가장 큰 메리트였죠.

셰어하우스가 보통 ‘주거’를 공유하는데, 이곳은 개인 브랜드를 만들고 자생력을 키우는 과정도 함께 나눈다고 들었어요. 입주자들끼리 어떤 도움을 주고받나요?
(엘리) 저희 셋이 지금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우리 모두 죽어야 하는 존재들》이라는 단편소설집인데요, 제가 글을 썼고, 수지 씨가 편집 디자인을 하고, 해나 씨가 일러스트를 맡았어요.

이 공간에 총 22명이 거주하는데, 세 분이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엘리) 우선 제가 함께 작업할 분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 처음 셰어하우스에 모여서 자기소개를 할 때 굉장히 유심히 들었어요. 물색한 거죠. 그리고 한 명씩 점심을 먹으면서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대화를 나눴어요. 같이 일할 때는 그런 점이 중요하니까요.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람 구하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게시판에 글 올리고, 포트폴리오도 봐야 하고,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야 하고 할 일이 많죠. 그런데 이렇게 같은 공간이 있으니 만나기도 정말 쉽고, 미팅도 지하에 있는 작업 공간에서 하면 되니까 편해요. 코워킹 스페이스처럼요.

아무래도 나만의 개인 브랜드를 만들려는 창작자들이다 보니, 다른 창작자를 만나는 일에 갈증이 있었을 것 같아요.
(해나) 저는 한국에 돌아온 지 5년이 다 되어가요. 해외에서는 개인 창작물에 대한 존중도 있고, 작업 과정도 유심히 들어주려는 문화가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작업물에 대한 의견 교류가 창작자들 사이에서 열려 있다거나 활발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또 공산품에 대한 미의 기준은 정해져 있는데, 개인이 만든 창작물에 대한 시각은 조금 폐쇄적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부분을 극복해내는 일은 아직도 숙제인 것 같아요.
(수지)  저는 네트워킹에 대한 갈증이 굉장히 많았어요. 학교 다닐 때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서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거든요. 졸업 후에도 다른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돌아보니 혼자더라고요.(웃음) 여기 들어와서 정말 좋았던 게,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크리에이티브한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거였어요. 입주해서 새로운 기회를 얻는 느낌이라 참 좋아요.
(엘리) 그리고 저는 소설을 쓰는데, 제 옆방 친구는 웹툰을 그려요. 또 입주민 중에는 웹 소설 작가님도 계시고요. 항상 현업 종사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후에는 제가 일부러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번거로운 일을 겪지 않아도 자연스레 다른 창작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죠. 웹 소설 작가님에게는 생태계와 고료는 어떤지, 사업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런 제품 제작하면 마진은 얼마인지 묻고···.(웃음)

프리랜서와 직장인 비율이 반반 정도라고 들었어요. 세 분은 프리랜서이니 이곳이 주거와 업무가 결합된 공간일 텐데요, 혹시 힘든 점은 없나요?
(수지)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일할 때면 항상 카페에 나가서 작업한다든가, 밖으로 나가려고 애썼어요. 그런데 여기는 공간이 넓고, 루프톱과 지하 작업실이 있어서 그런지 건물 안에만 있어도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밖으로 잘 안 나가요. 근처가 굉장히 핫 플레이스인데도 불구하고요.



엘리 님은 셰어하우스 경험이 있지만, 다른 분들은 처음이잖아요. 공동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수지) 사실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도 지원한 건 내가 잠자고 생활하는 방은 1인실이라는 거였어요. 지금 살고 있는 드림 하우스에는 ‘플랫’이라고 부르는 거주 공간이 5개 있는데요, 이 공간 안에서 4~5명씩 거실과 욕실을 공유하고 있어요. 그래서 방문을 열면 쉽게 타인을 만날 수 있지만, 개인 공간은 보장되는 거죠. 같은 플랫에 사는 사람들하고도 셰어하우스를 선택한 기준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어떤 분은 혼자 살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이 살면 치안 걱정을 덜 수 있어 좋다고 하더라고요.

혼자 사는 가구와 여럿이 사는 가구에 필요한 자립의 기술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셰어하우스에서 워크숍이 열린다면 어떤 기술을 배우고 싶나요?
(엘리) 공구 다루는 방법을 배워보고 싶어요. 전등 가는 것 정도는 배워두면 좋으니까요. 셰어하우스에서 워크숍이 열리면 키트도 선물로 주면 좋겠어요.(웃음)
(수지) 아무래도 이 건물 전체를 다 쓰고 있으니, 소방 교육이나 안전 교육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플랫에 완강기가 있긴 하는데 사실 쓰는 방법은 잘 모르거든요.
(해나) 저는 소셜 개더링 모임을 꾸리는 팁이나, 창작자로서 자신을 홍보하는 방법도 알려주는 워크숍이 열리면 좋을 것 같아요.

입주자 모두 1인실을 쓰는 대신 주방을 공유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집에서 가장 내밀한 공간을 공유하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공유하는 건지 궁금해요.
(해나) 보이시겠지만 수납공간이 많고 모두 번호가 붙어 있는데요, 각자 입주한 방의 번호예요. 이 서랍에 각자 개인 식자재나 조리 도구를 보관하고요. 냉장고는 함께 쓰지만, 플랫별로 칸이 나뉘어 있어요. 다만 모두가 냄비나 팬, 밥솥 같은 살림을 소유한 건 아니어서 도구는 물어가면서 빌려 쓰기도 해요.



각자 하루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수지) 저는 항상 건물 안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편이라 최대한 해 먹으려고 해요. 또 근처 밥값이 너무 비싸서 사 먹기가 부담스럽더라고요. 사실 입주하기 전까지는 잘 해 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셰어하우스 주방 시설이 좋아서 요리하게 된 케이스예요. 혼자 살면서 이런 큰 주방을 소유하기가 사실 힘들잖아요. 요리할 맛이 나죠!
(해나) 저는 원래 잘 안 해 먹는 편이었어요. 직접 요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커피나 간단한 시리얼로 끼니를 해결하는 편이었는데요, 셰어하우스에서는 함께 요리하기도 하고, 나눠 먹기도 하면서 요리를 좀 하게 됐죠. 혼자 간단히 해결하려고 내려왔다가 같이 먹는 경우도 있고요.
(엘리) 저는 좀 다른 케이스인데, 거의 안 해 먹어요. 그런데 같은 플랫 사람들이 배달 음식을 아주 좋아해서 자주 시켜서 먹는 편이에요. 혼자 시키려면 양도 많고 비싸서 부담스러운데, N분의 1 하면 되니까 그게 장점이죠.

낯선 사람들과 같이 밥을 해 먹는다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공유 주방에 관해 세입자들끼리 만든 규칙이 있나요?
(해나) 지금까지 큰 잡음은 없었는데요, 2개월이 지나니 점점 불편한 일이 생겨서 안건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사람이 많다 보니 사소하게 주방 세제 사는 것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예요. 요리를 자주 하는 사람이 있고, 안 하는 사람이 있는데 돈을 똑같이 낼 수는 없으니까요.
(수지) 개인 음식을 공동 음식인 줄 알고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냉장고에 있던 내 소고기 누가 먹었어?” 하는 상황요! 그래서 요즘엔 식자재 주인이 불분명한 경우 먹기 전에 다들 물어보고 먹어요.

반대로 생각하면, 요리하고 밥 먹는 아주 원초적 행위를 공유하기 때문에 빨리 친해지기도 했을 것 같아요. 함께 밥 먹을 때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해나)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과는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상을 나누는 편이라면, 프리랜서 친구들과는 진행하는 작업을 어디까지 했는지 등 일에 대한 구체적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엘리) 모두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 대화하기가 좋아요. 일반 회사원이랑 인센티브, 상여금, 사수 얘기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입주자들끼리는 일하는 필드는 달라도 서로 작업하면서 공감하는 지점이 많죠.

가장 궁금했던 점은 식비예요. 같이 먹으면 입맛이 당겨서 괜히 더 먹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재룟값을 나누니 아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공유 주방을 사용하면서 식비는 늘었나요, 줄었나요?
(해나) 저는 예전에 워낙 안 해 먹은 편이라 지금 식비는 좀 늘었어요.
(수지) 저는 요리에 너무 재미를 붙여서 오히려 늘었죠.(웃음) 점점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가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시도하기 어려운 요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꿔바오러우 이런 거요.

홍대입구역 주변에서 보통 40만~50만 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원룸의 경우, 주방 구조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놓을 자리가 전부인 형태가 많잖아요. 오히려 그런 집에서 살았으면 요리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요.
(수지) 네, 맞아요. 그리고 공유 주방의 좋은 점은 바로 제집 같지가 않다는 건데요,(웃음) 환기나 청소를 덜 걱정하게 되니까 집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튀김 요리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 같아요.
(엘리) 그러면 “수지가 뭘 또 튀긴다!” 하는 얘기가 종종 들려와요.

버트런드 러셀이 이미 60년 전에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공유 주방을 언급했어요. 가사 노동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로 생각하다 보니 모든 가정마다 부엌, 세탁실 같은 공간을 갖추게 되는데, 이것이 결국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떠맡는 이유가 된다는 주장이었죠. 러셀은 공동 부엌, 공동 보육 시설을 주거 건축물마다 크게 만들어서 가사와 육아로부터 여성을 해방하고, 조금 더 전문화된 돌봄으로 나아가자는 주장을 이미 수십 년 전에 했어요. 공유 주거가 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오히려 맞는 주장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수지) 만약 혼자 살고 혼자 이 주방을 썼다면 매일의 끼니는 저라는 한 사람의 문제이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여럿이 주방을 공유하다 보니 끼니 걱정이 줄었어요. 누군가 요리를 하면 재료를 나누거나 준비를 도와서 같이 먹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끼니를 챙겨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 날은 또 제가 요리해서 나눠 먹기도 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무임승차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웃음)
(해나) 셰어하우스에서 공동 구역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해요. 거실과 화장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청소해주시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할애하는 가사 노동량은 줄었어요. 제 방만 치우면 되니까요. 공유 주방도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치워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청소와 정리해주는 관리인이 있어서 부담은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요.

저도 가사 노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꽤 받는 편이에요. 그런데 제가 혼자 살지 않았더라면 과연 빨래하고, 요리하고, 청소하는 등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수지) 관리해주시는 분이 있어서 편리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니 스스로 부담감이 줄어들고, 약간 책임감이 없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주방에 음식물 쓰레기가 꽉 차 있을 때 바로 버리지 않고, ‘곧 치워주실 텐데, 내버려둘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게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려고 노력해야겠죠.

입주자 모두 자립을 배워가는 밀레니얼 세대잖아요. 주부 9단끼리 모여서 공동 주방을 사용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일 거예요. 공동 주방이 요리와 살림에 서툰 밀레니얼 세대 구성원에게 유익한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해나) 각각 습관과 성향이 다르잖아요. 먹고 바로 치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치우는 사람이 있죠. 그게 혼자 살 때는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그런데 예를 들어 셰어하우스에서 다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었어요. 다 먹은 후에 정리해야 하는데, 나중에 하고 싶어서 내버려두면 팬을 빌려준 사람이나 다른 음식을 하기 위해 온 사람은 기분이 상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같이 살 때는 개인 성향도 중요하지만, 공동생활을 위해 새로운 습관을 들이려는 마음가짐도 필요할 것 같아요.



타인과 함께 사는 공간이 모두 그렇듯 ‘적당한’ 거리를 고민하는 시점이 있을 것 같아요. 셰어하우스 입주자로서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란 어느 정도일까요? 서로의 개인 공간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있나요?
(엘리) 옆방 친구가 저와 라이프사이클이 정반대예요. 저는 새벽에 일어나서 일하는 편이라 최대한 조용히 다니려고 해요. 몸에 뱄다고 해야 할까요? 사소하지만 문 살살 닫고, 소음을 최소화하죠. 전 이런 면에서는 불만이 없어요. 외국 셰어하우스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한국인만큼 타인을 존중하는 경우가 없다는 걸 알거든요. 같이 살기 제일 좋아요!
(수지) 저희는 플랫 사람들끼리 친한 편이고, 평소에는 방문을 열어두고 편하게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방문을 닫고 있거나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면 ‘오늘은 말하고 싶지 않구나’ 하고 그대로 두거나, ‘기분이 별로구나’ 하고 짐작해서 대하는 편이죠.

공동생활의 여러 가지 까다로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셰어하우스 경험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우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엘리) 인사 人事가 만사 萬事다!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죠.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나 혼자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혼자 일하게 되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태스크포스 팀처럼 무리 짓거나 흩어지는 일이 유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아무리 제너럴리스트라고 해도 어떤 부분에서는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거든요.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붙였다 뺐다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요즘 세상에는요. 그래서 공동체 생활이 이런 일을 한결 더 수월하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수지)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게 얼마나 큰 안정감을 주는지 배우고 있어요. 전에는 사실 무조건 혼자 집을 구해서 살아야 하고, 내 공간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소하지만 사람들과 매일 인사하고, 일상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데서 느끼는 안정감이 커요. 혼자였으면 이 시기가 굉장히 힘들지 않았을까요?
(해나) 저는 같은 플랫에 동갑인 친구가 딱 한 명 있어요. 정말 우연인데, 저와 그 친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비슷하더라고요. 그 친구와 이야기할 때 ‘내가 지금 이런 상태구나’ 하고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되게 많이 의지하게 돼요. 여기 오기 전에 혼자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있는데, 모든 걸 혼자 정리하려다 보니 끝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친구와 얘기하고 감정 정리를 하니까 프로젝트 시간이 단축됐고, 집중할 기회가 오더라고요.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곁에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법, 위로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

어떤 공간에 사느냐에 따라 주거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도 하잖아요. 이곳에 살면서 관점이나 가치관이 변하는 경험을 하고 있나요?
(엘리) 저도 무조건 인생은 혼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같이 사는 것도 괜찮고,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걸 느껴요. 우리가 매일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는 인간 군상은 회의감을 들게 하지만, 현실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더라고요. 여기서 살면서 오히려 인간에 대한 시각을 회복하게 돼요.
(수지) 저는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셰어하우스 주거 기간이 짧은 편이거든요. 6개월 단위로 계약 연장이 가능하고, 최대 1년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한 경험이 좋아서 나가더라도 다시 사람을 모으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나중에는 이런 건물을 지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웃음)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구조 셰어하우스(6개월 단위 계약, 최대 1년)
면적  약 9.3~10.6㎡(약 2.8~3.2평)
보증금 80만원
월세 42만원(관리비 포함, 공과금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