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mark wordmark

logo logo

카메라 앞의 낯설고도 다정한 응시

An Unfamiliar but Warm Glance in front of Camera

카메라 앞의 낯설고도 다정한 응시

Editor.Juhee Mun/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정이안 / 38세

시나리오 작가, 대학 겸임 교수


Conditions

지역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
구조 다세대빌라 3층 투룸
면적  52.78㎡(16평)
보증금 2억 원대(전세)

 

Room History

30세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셰어하우스
32세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다세대빌라 원룸

 

정이안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대학교수다. 코로나19로 지금은 집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고 있다. 모든 일이라고 하면 시나리오 쓰는 것을 포함해 비대면 수업을 위한 환경을 갖추고 강의까지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들여다보면 결코 쉽지 않다. 일단 그는 영상통화도 전혀 하지 않는, 그러니까 카메라 앞에 서면 굳어버리는 사람이다. 게다가 개인 공간을 학생 모두가 보게 되니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외에도 수업 중간중간 택배가 오지 않나, 어떤 학생은 한강에서 수업을 듣지 않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대면 수업. 그래도 정이안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한 발짝 낯선 곳으로 발을 내디딘다. 직접 마주할 수는 없어도 학생들의 눈빛을 믿고, 화면 너머의 연결을 믿는 것이다.


이사 오기 전에는 집과 공유 오피스를 번갈아가면서 일했다고 알고 있어요. 이제는 집에서 일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전 집이 원룸이었어요. 짐이 터질 듯이 많아서 지금처럼 쾌적하게 작업하기는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공유 오피스를 자주 이용했는데, 코로나19와 이사 두 가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완전히 집에 있게 됐어요. 더욱이 커피 머신을 선물받아서 집에 두니까 밖에 나갈 일이 정말 없더라고요.


집에서 주로 일하는 구역이 있어요?
주방 앞 테이블이나 소파 앞 좌식 테이블에서 해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편하고 안락한 느낌으로 일하고 싶어서 좌식 테이블에서 작업하는 때가 많아졌어요. 모니터를 두세 개 띄워야 할 때도 거기서 하고요. 조금 더 각 잡고 미친 듯이 달리듯 글을 써야 할 때는 주방 앞 의자에 앉아 일하곤 해요.


좀 전에 학생들과 줌 zoom으로 간략히 수업하는 모습을 봤는데요, 지금보다 말할 때 텐션이 더 올라가더라고요?
허허. 그런가요?


에너지를 상당히 쓰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처음에 어땠을지도 궁금하고요.
올 초부터 시작해 2학기째 하고 있어요. 평소에 SNS 계정도 운영하지 않고 동영상 촬영이나 영상통화조차도 별로 하지 않는 편이어서 카메라 자체가 익숙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온라인 강의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수업을 잘해야 한다는 게 컸으니까 전문 강사처럼 능숙하진 않더라도 제 선에서 학생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죠.


어떻게 다가가려고 했나요?
우리가 단지 만나거나 캠퍼스를 걸을 수 없는 상황인 거지 수업의 퀄리티가 낮아졌다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맡은 강의 수강 인원이 20명인데, 아무래도 작은 노트북 화면에 20명 얼굴이 떠 있으면 집중력이 낮아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인원을 6~7명씩 세 팀으로 나눠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저는 똑같은 말을 세 번 연속으로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럼에도 학생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그런 방법을 선택했어요. 대면 수업이 아니니까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게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화상 강의도 동영상 촬영도 집에서 하는 거죠?
지금은 그렇게 됐죠. 1학기에는 이사 전이고 집에서 뭘 할 수 없을 정도로 짐이 많았으니까 촬영할 엄두도 못 냈어요. 같은 학교 교수님이 사무실에서 녹화하신다고 해서 저도 그곳에 가서 제 것을 했죠. 근래는 이사하면서부터 집에서 촬영하고 있어요. 마이크나 카메라를 사서 제가 촬영할 수도 있겠지만, 더 잘할 수 있는 프로에게 비용을 주고 맡겨서 저희 집에 와서 촬영한 뒤 편집본을 받는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집에서 촬영하는 위치는 어디로 잡았나요? 영상 촬영을 하면 아무래도 뒷배경이 신경 쓰이잖아요.
그렇죠. 대면일 때는 내가 입은 옷이 나의 취향이나 나의 어떤 모습을 일차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었는데, 비대면을 하니까 내가 속한 공간도 그런 역할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도 나와 닮은 배경 혹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신경을 쓰게 돼요. 몇 군데 바꿔가면서 촬영했는데 거실을 등지고 테이블에 앉아서 할 때 제가 편하면서도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동영상 촬영을 하면서는 어땠나요? 어떤 교수님은 학생들 없이 집에서 혼자 찍는 과정에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하는 기사를 보기도 했거든요.
저는 자괴감까지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에게 말하기도 했어요.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양해해달라고요. 어색한 부분을 다시 찍어서 보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제 표정이 더 좋아지거나 자연스러워질 것 같지 않아서 그대로 뒀어요.(웃음) 대신, 편집할 때 자막이나 자료를 붙이는 후반 작업을 더 꼼꼼하게 공들여서 만들려고 해요.


시간이 꽤 걸리겠어요.
아무래도 대면 강의 때보다는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요. 촬영하고 1차 편집본을 받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자막을 달 부분이나 호흡을 더 좋게 했으면 하는 부분들을 촬영 기사한테 요청하거든요. 수정된 영상을 받으면 2시간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고 수정이 있으면 또 요청하죠. 그 과정이 다 완성돼야 학생들이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대면 수업을 할 때보다는 몇 배의 시간과 품이 들어가요. 많게는 네 번까지도 수정이 있었어요.


학생들이 이런 노력을 알면 감동을 받으려나요?
(웃음) 그건 학생들이 느끼는 거니까요. 어쨌든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퀄리티의 수업과 환경을 조성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집에서 화상 강의를 하다가 생긴 돌발 상황 같은 건 없었나요?
한번은 강의 중에 택배가 와서 잠깐 양해를 구하고 택배를 받았고, 음··· 학생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등장한 경우가 있어서 그때 다 같이 인사한 기억이 나네요. 한 학생은 한강에서 접속하기도 했어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서 학생이 한강 바람을 쐬면서 이동하는 모습을 다 같이 봤죠.(웃음)


같은 시간에 동시 접속해서 학생들의 다른 배경을 볼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나름 재밌는 것 같아요. 본인들의 무언가가 드러나기도 하는 거니까요. 배경이 비대면 수업으로 생긴 이야깃거리가 되긴 했어요. 수업 전에 아이스브레이킹하듯 배경에 대해 묻기도 해요. 그걸로 애들을 판단하는 건 아니고요. 교수가 묻는 걸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가벼운 장난처럼 얘기해요. 학생들이 조금씩 이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배경 화면을 바꾸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요.


생각한 것보다 비대면 수업이 삭막하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색해서 서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면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이제는 잘 떠들고 농담도 할 수 있고요. 지금은 시간 차가 없는데, 처음에는 간혹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 시간 차가 생기기도 했거든요. 제가 웃긴 얘기를 해도 잠시 1초 있다가 웃는다던가···.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과의 연대감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더욱 끈끈해졌을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의 상황은 개인에게만 해당하지 않고 모두에게 해당하는 상황이니까요.
더욱 끈끈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모든 학생과 그렇게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일대일로 느끼도록 질문하고 듣는 시간을 항상 가지려고 해요.


이렇게 노력하는 건 교수의 책임감인가요?
물론 그런 부분이 없지 않죠. 학생들에게 이 시간은 귀중하잖아요.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전해주고 강의의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등록금에 대한 불만도 많았잖아요. 사이버 대학 강의와 다를 바가 없다고 느끼는 학생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 수업에서만큼은 그런 불만이 없도록 하고 싶어요.


이제 집에서 일하는 건 완전히 적응됐나요?
집에서 화상 강의를 하고 있으니까 그 자체만으로 익숙해져서 시나리오 관련 화상 미팅도 한 방에 적응했어요. 비대면 강의를 강제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참 사람이 적응의 동물인가 봐요.


집에서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갖춰야 하는 건 무엇이라 생각나요?

아무래도 마음가짐이겠죠. 강한 의지가 있지 않으면 보통 집에서는 쉬고 마냥 늘어지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결국은 내가 내 삶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래도 잘해야 하고 멈추지 않는 것 같아요.


일하는 곳으로서 집은 어떤 것 같아요?
괜찮은 것 같아요. 만족도로는 한 80% 정도 되지 않을까요?


집중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 집에서 일하는 효율이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이건 환경의 영향이 더 클까요? 정신의 영향이 더 클까요?
사실 둘 다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도 가끔은 집에서 일이 너무 안 돼 나가기도 하잖아요. 그건 환경의 영향을 분명히 받는다는 얘기겠죠. 만약 마음가짐이 잘 잡혀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 화장실에서 일해도 될 거고요.(웃음)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점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원래도 그랬지만 집에서 안 나가도 된다는 게 진짜 좋은 점이에요. 집에선 돌발 상황이 적으니까 스스로가 안전한 게 좋아요. 거꾸로 너무 집에만 있다 보니 이제는 한번 나가는 게 큰일이 됐어요. 집에 있을 때는 필요한 게 다 있으니까 무언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나가려고 할 때 챙길 게 많아졌어요. 예를 들면 핸드크림도 있어야 하고 칫솔도 있어야 하고 이것도 있어야 하고, ‘그럼 이러다가 다 가져가겠어’ 하거든요. 왠지 다 필요하다 싶은 편집증적인 생각이 들어요.


1년간 강의실에서 수업을 못 했잖아요. 유독 그리워지는 강의실 장면이 있나요?
앞서 집에서 일하는 게 만족스럽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사실 수업할 때의 공기가 그리워요.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 농담을 주고받으며 같이 웃는 것, 함께 무언가 하고 있다는 그 공기가 그리운 것 같아요.









Conditions

지역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
구조 다세대빌라 3층 투룸
면적  52.78㎡(16평)
보증금 2억 원대(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