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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가 왜 식물 킬러가 된 거죠?

A secret guide from the gardner

선생님, 제가 왜 식물 킬러가 된 거죠?

Editor.Juhee Mun / Adviser.Leafy Garderners Article / skill

누구도 식물 킬러를 자처하지 않는다. 분명 내 손으로 떠나보냈는데 무엇 때문에 떠났는지 영문을 모른다. 그저 허망하게 시든 식물을 마주할 뿐이다. 너무 정성을 쏟아도 죽고, 무관심해도 떠나는 어려운 존재를 경험한 식물 킬러 여섯 명에게 사연을 듣고 전문가에게 원인을 물었다.






“꼭 바람이 필요한가요?”



김부희(28세, 디지털 마케터)
키우던 식물
몬스테라
Plant Killer’s Talk 분명 몬스테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는 관엽식물이라고 했다. 그 말만 믿고 초보 집사인데도 다소 덩치가 큰 몬스테라를 들였다. 처음엔 좋았다. 두 달간 새잎을 내고 풍성하게 자라는 녀석을 보면서 사실 내게 그린 핑거의 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 싶어 내심 뿌듯했다. 그런데 웬걸! 다섯 달쯤 됐을까? 잎 안쪽에 자그마한 벌레들이 보이더니 데친 나물처럼 시들시들해졌다. 영문을 알 수 없어서 일단 젖은 수건으로 잎을 하나씩 닦아 벌레들을 제거하고, 틈틈이 분무도 했다. 그러나 몬스테라는 다시 건강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 TV 프로그램 <생생정보통>에서 한겨울에도 베란다 정원을 열성적으로 가꾸는 한 아주머니를 보고 깨달았다. ‘아, 식물은 물만큼 바람도 중요하구나!’ 그러나 너무 늦은 뒤였다.
Leafy Gardener Advice 진딧물, 응애, 깍지벌레 같은 해충은 대체로 지나치게 다습하거나 건조한 환경에서 왕성히 발생한다. 식물체 내·외부로 공기를 통하게 하는 순환이 필요하다. 식물이 밀식해서 자라고 있다면 간격을 넓혀주고 줄기나 잎을 가지치기로 솎아주어야 한다. 통풍이 잘 안 되는 환경이라면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바람을 만들어주는 것도 식물 생장에 도움이 된다.







“꽃집에서 알려준 대로 물을 줬을 뿐인데요!”



이찬모(32세, BX 디자이너)
키우던 식물
레몬나무
Plant Killer’s Talk 길을 가다가 열매가 달린 레몬나무를 보고 홀린 듯 꽃집으로 들어가 들여오고 말았다. 꽃집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화분 받침에 흐를 정도로 물을 흠뻑 주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교칙을 지키는 모범생처럼 꽃집 사장님 말을 잘 지켰다. 2~3일에 한 번씩 물을 가득 주면서 잠깐이나마 물을 너무 많이 주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전문가의 말이 맞다는 생각으로 물 주기를 성실히 했다. 그런데 흙 위에 하얀 곰팡이 같은 것이 점점 생기는 걸 보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급히 분갈이를 해주려고 화분을 엎어서 보았더니 레몬나무의 뿌리가 이미 썩어서 물렁해져 있었다.
Leafy Gardener Advice 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게 바로 물 주기다.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세요”, “물을 좋아하니 이틀에 한 번 주세요” 같은 잘못된 정보로 생긴 일이니 자책할 필요는 없다. 식물이 물을 흡수하고 흙이 마르는 때는 식물의 건강 상태나 빛, 바람, 습도, 온도, 토양의 성질, 화분의 종류 등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매번 변화한다. 따라서 며칠에 한 번이 아닌 흙을 직접 만져보면서 마른 상태를 확인하고 물을 주는 게 중요하다.





“식물이 아플 때 영양제를 주는 거 아니에요?” 



김난새(29세, 캐릭터 저작권 담당자)
키우던 식물
아스파라거스
Plant Killer’s Talk 아스파라거스를 키운 지 1년이 지났을 무렵, 무기질 비료라는 노란 알맹이의 영양제를 구매했다. 매일 손마디만큼 쑥쑥 자라서 “우리 집이 그렇게 좋냐?” 하고 물을 정도로 내게 즐거움을 주던 애였는데, 언젠가부터 성장을 멈추어 슬슬 걱정이 되었다. 흙에 영양이 없는 걸까 하고 영양제를 한 움큼 뿌려 주고 그 위에 물을 주었다. 기력이 약할 때 보약을 먹으면 체력이 살아나는 것처럼 식물에게도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아스파라거스는 좋아지기는커녕 마치 선탠을 한 것처럼 온몸이 갈색으로 변하더니 영영 살아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준 영양제가 사약이 아니었나 싶다.
Leafy Gardener Advice 흔히 식물이 건강하지 않을 때 영양제를 주곤 한다. 영양제 또한 비료를 달리 부르는 말로서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식물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 비료를 줄 때는 몇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비료는 꼭 식물이 건강한 상태에서 줄 것. 둘째 장마철, 한여름, 겨울철을 제외한 생육기에 줄 것. 셋째 구매한 비료의 설명서에 따라 적절한 시비량을 확인한 후 줄 것. 이 세 가지를 지키며 비료를 줄 경우, 비료는 본 목적에 맞게 식물의 생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직사광선이 드는 곳이 식물 두는 자리 아닌가요?” 



박주영(24세, 미대 학생)
키우던 식물
아레카야자
Plant Killer’s Talk
아레카야자! 이름만 들어도 볕을 좋아할 것 같지 않은가? 대형 화훼 시장에서 아레카야자를 데려와서 로즈메리가 차지하던 명당자리를 내주었다. 스포트라이트처럼 쨍한 빛이 들어오는 자리였다. 한여름이긴 하지만 로즈메리도 잘 자랐으니 아레카야자도 폭풍 성장을 보여주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아레카야자는 잎이 누렇게 변해갔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여 간접광이 드는 반양지 쪽으로 요양을 보냈는데, 그날의 타격이 컸는지 결국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Leafy Gardener Advice 아레카야자의 잎끝 마름이 노란색과 갈색이 섞여 발생했다면, 지나치게 강한 빛 아래에서 잎이 손상되었을 수 있다. 식물은 이전에 자라던 환경에 맞추어 광포화점을 정한다. 따라서 급작스럽게 강한 빛을 쬐면 광합성과 모든 생육을 멈춘다. 처음 식물을 들일 때는 적절한 빛이 어디에 드는지 확인하고 식물 자리를 점진적으로 이동해주어야 피해를 덜 수 있다.





“너무 바빠서 그랬어요.”



오세희(34세, 인테리어 디자이너)
키우던 식물
휘커스 움베르타
Plant Killer’s Talk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은 편이다. 주말이면 늘 지쳐서 침대에만 누워 있는데, 어느 날엔가 삶이 너무 퍽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 생기를 (억지로라도) 불어넣기 위해 큰맘 먹고 움베르타라는 식물을 집에 데려왔다. 효과는 좋았다. 주인을 따라 반쯤 죽어 있던 집이 되살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좋은 건 그때뿐, 평일이 되면 다시 정신없이 일하느라 식물은 안중에도 없게 되었다. 아니, 일말의 양심으로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사람처럼) 주말에 바짝 돌보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는지 움베르타는 시름시름 앓았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식물 하나 못 기르는 생활이 못내 부끄러웠다. 역시 나에게 식물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Leafy Gardener Advice 식물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면 건조하고 과한 습도의 환경에서 잘 자라는 스킨답서스나 몬스테라를 수경 재배로 키우길 추천한다. 일반 상토보다는 성장 속도와 생육이 더딜 수 있지만, 매번 물 주기를 맞춰주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부담은 한결 덜할 것이다. 물만 잘 갈아준다면 새 뿌리와 잎을 제대로 보여줄 든든한 식물이다.






“저는 분갈이가 늘 고비예요.”



남서영(27세, 바리스타)
키우던 식물
올리브나무
Plant Killer’s Talk 나에겐 늘 분갈이가 고비다. 더 나은 집으로 이사시켜주기 위해 분갈이를 하는 것인데, 이상하게 그 뒤로 식물 상태는 악화되었다. 어떤 식물은 초록 별 다리를 건너기도 했는데, 그게 마지막으로 키우던 올리브나무이다. 사실 그 나무가 죽은 이유는 얼핏 알 것 같았다. 뿌리를 잘못 자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저분하게 엉켜 있는 뿌리를 정리하려던 것인데, 왠지 모르게 핵심적으로 보이는 두툼한 뿌리가 그만 잘려 나가고 말았다. 그래도 뿌리라면 다시 자라나지 않을까 하고 모른 척 흙으로 덮었다. 그러나 기적이란 없었다. 돌봄을 게을리해서 죽었다면 이보다 덜 억울하려나? 내가 쏟은 정성을 알아주지 않는 식물이 얄밉고 밉기까지 했다.
Leafy Gardener Advice 식물이 아프지 않게 분갈이를 하기 위해서는 식물 특성에 맞는 토양, 적당한 크기의 화분, 적절한 환경, 이후 관리까지 네 박자가 맞아야 한다. 건강한 뿌리, 나쁜 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초보 집사는 최대한 뿌리를 정리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비 오는 날이나 그늘에서 분갈이를 하면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분갈이하기 좋은 날씨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분갈이 직후에는 뿌리의 활착을 위해 물을 충분히 주고, 그늘에서 1~2주 정도 휴식할 수 있게 한다.







전제일 & 한성애

 

식물 집사 ‘리피’(www.leafy.kr)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드너이다. 식물 키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을 상담하고, SNS를 통해 식물 관련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