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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책비 적은 집의 사뿐한 움직임

A Lighthearted Movement of Guilty-costless

가책비 적은 집의 사뿐한 움직임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허유정 / 32세

크리에이터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성동구
구조 아파트
면적  79㎡(24평)
매매 8억 원대

 

Room History

24세 서울시 구로구 오피스텔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8만 원)
26세 서울시 영등포구 오피스텔 (전세 1억 원대)
28세 경기도 분당구 오피스텔 (전세 1억 원대)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허유정은 그 운동에 동참하는 1인으로 어떻게 하면 양심의 가책 비용을 줄이고, 더 간소하고 나은 살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느 환경 운동가처럼 치열하게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아마 그녀 자신은 환경 운동가라고도 부르지 않겠지만).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해서만큼은 스스로가 만만해 보였으면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활동을 보고 ‘저런 사람도 하는데 왜 나는 못 해?’ 하는 마음이 생기길 바란다고. 허유정은 유쾌하고 가볍게 환경 운동을 하며, 그것을 SNS를 통해 사뿐히 전파한다. 그런 그녀를 보면 반드시 깊이와 무게가 비례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깊은 마음도 가벼운 무게를 지닌다면 더 많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녀를 지켜보는 팔로어들은 이미 많은 실천을 하고 있다.


유정 씨는 참 유쾌한 것 같아요. SNS에 올라오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에피소드를 보고 몇 번이나 웃었는지 몰라요.
그냥 좀 재밌게 살려고 하는 편이에요. 환경문제를 조금 재밌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나서 일상이 좀 재밌어지기도 했어요. 보신 것처럼 재밌는 에피소드도 생기고요. 일상이 간편해지다 보니 컨디션도 좋아지고, 그러면서 더욱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게 된 것 같아요. 일부러 과장해서 하는 건 없고요. 지금 하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이 약간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아 진짜 재미있거든요.


지금은 어떤 일 하세요? 예전엔 백화점에서 일했다고 들었어요.
네, 백화점에서도 일했고, 뷰티 회사 마케터로도 잠깐 일했어요. 지금은 굳이 따지자면 프로 주부 크리에이터? 사실 주부도 직업이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크리에이터라 지칭하니까 그런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럼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제가 블로그를 하면서 시작했으니까 1년 반 조금 넘은 것 같아요. 처음엔 블로그에 인테리어와 친환경 살림 이야기를 썼는데, 출판사에서 제로 웨이스트 책을 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진짜 책 한 권만 내고 취업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런데 책을 내니 강연 같은 일이 계속 생기는 거예요. 다행히 그 일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제로 웨이스트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있어요. 옛날처럼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일로 경제활동을 하는 거니까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책은 어떤 마음으로 쓴 거예요? 이 책에서만큼은 유정 씨 본인이 만만해 보였으면 한다고 했어요.
진짜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환경 이야기를 하고 실천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도 처음에 환경이라는 주제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거든요. 관련 대학원도 나와야 할 것 같고, 환경 단체에 가입해서 열심히 활동해야 할 것 같고··· 그런 사람들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해외에 나가보니 아닌 거예요. 저같이 소소하게 움직이는 사람도 환경에 대한 슬로건을 내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만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문구는 진심이에요.


함부르크에 다녀온 뒤에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죠?
함부르크는 친구가 초대해서 가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저를 처음 데려간 곳이 제로 웨이스트 카페와 숍이었어요. 그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할머니들도 용기를 들고 와서 제품을 담아 가시더라고요. 그런 걸 보니까 정말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구나, 바꾸려면 이렇게도 바뀌는구나, 생각했지요. 그런데 제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게도 그 활동들이 멋있기 때문이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멋있었나요?
일상에서 공동체를 생각한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너무 인위적인 현수막을 내걸잖아요. 재개발 찬성한다, 왜 재개발 안 해주냐, 이런 것들. 그런데 함부르크에선 개인이 집 앞에 그린피스 현수막을 내걸더라고요. 그런 게 참 이타적으로 느껴졌어요. 선의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저는 저만 생각하고 사는데 그 사람들은 먼 미래를 생각하고 아이들이 살 세상까지 고민하는 거잖아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때문에 집을 선택한 기준도 달랐을까요?
전혀요.(웃음) 이건 과감하게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집은 그냥 예산 맞춰서 들어온 거고요. 되게 모순적인 게 사실 그때도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결국 인테리어를 새로 했어요. 오래된 아파트가 불편하니까. 남들이 욕할 수도 있지만 그게 딱 저인걸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이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저는 저와 타협하면서 쓰레기를 줄이고 있죠.


지금의 집은 유정 씨 콘텐츠의 주된 배경이잖아요. 처음엔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진 않았나요?
강박보다는 걱정이 있었죠. 나의 사생활이 너무 노출되는 게 아닌가? 그런데 홈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얼굴을 노출 안 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가끔 제 얼굴 사진도 올려요. 얼굴을 봐야 정이 드는 것 같아서요. 딱히 숨기는 부분은 없어요.


그럼 촬영할 때 있는 모습 그대로의 집을 보여주는 편인가요?
그것도 딱 중간이에요. 인테리어나 살림 콘텐츠를 제대로 올려야겠다 싶으면 정리를 하고, 완전 제 일상 이야기를 할 땐 정리하지 않고 그냥 사진을 찍어요.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요. 냉장고 열었는데 반찬통이 줄 세워져 있고, 식자재들이 칼같이 정리되어 있고···. 그런 인스타그램을 보면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포기했어요. 저는 귀차니즘도 강하거든요.


솔직해서 좋네요.(웃음)
그게 제 현실이에요. 어쩔 수 없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이런 질문도 많이 해요. “화장품 많이 안 바르시죠?” 그러면 솔직하게 말해요. “죄송하지만, 화장품 다 발라요. 심지어 아끼지 않고 듬뿍듬뿍 바른답니다” 하고요.(웃음)


그런 고정관념이 부담스러울 땐 없어요?
많죠. 요즘엔 더 그렇고요. 그런데 그런 때일수록 더 솔직해져야 하는 것 같아요. 하루는 포장 없이 두부를 사는 것을 콘텐츠로 담으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저씨가 억지로 비닐에 담아주시는 바람에 거부를 못 했어요. 그때 고민이 됐어요. ‘아, 비닐을 빼고 성공했다고 말할까?’ 이게 오늘의 목표였는데 무너지는 게 싫어서요. 그런데 거짓말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비닐에 담긴 두부까지 다 보여줘서 이것도 일상이고 실패라는 것을 공유했죠. 분명 이 과정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저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거든요. 그런데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 간혹 작은 베이컨들이 들어갈 때가 있어요. 대부분 빼고 먹지만 미처 건지지 못한 베이컨이 입에 딸려올 때는 모른 척 먹어요. 저처럼 집이니까, 보는 눈이 없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넘어간 적은 없나요?
집이라고 해서 넘어가는 건 없어요. 왜냐하면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공간에 따라 제 행동이 달라지는 건 아닌데, 컨디션에 따라서는 너무나 달라져요. 정말 피곤하면 행주고 나발이고 빨고 싶지가 않잖아요. 밥도 하기 싫으니 배달 음식 시켜 먹고. 제로 웨이스트도 건강해야지 하는 것 같아요. 채식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책비라고 들어보셨나요? 가성비, 가심비에 이어 새로운 용어인데, 말 그대로 가책을 느끼는 비용을 뜻해요. 그 의미로 유정 씨의 집은 가책비가 적은 집 같아요.
그렇죠. 남들보다는 일회용품을 덜 쓰긴 하니까요. 그럼에도 양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드는 건 아니에요. 제가 엉망으로 살면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그 부피가 작진 않아요. 아무리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저도 택배는 종종 이용하거든요. 오프라인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직접 사려고 노력하지만, 온라인 구매도 어쩔 수 없는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시대가 변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남들보다 일회용품을 적게 쓰지만, 정말 적은 가책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는 말 못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가책비 적은 제품을 사려고 노력하잖아요. 소개할 만한 제품이 있나요?
요즘 아로마티카라는 브랜드에 빠져 있는데, 최근 신사동 리필 스테이션에서 크림과 샴푸를 덜어서 샀어요. 액체를 샀는데도 쓰레기 하나 없으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비건 성분에다가 지난해부터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새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보다 사용한 플라스틱을 재가공하는 것이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기업에서 큰 결심을 한 것이죠.


가책비가 적은 생활용품은 유기농 제품처럼 비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어떤가요?
앞서 말한 브랜드 같은 경우는 오프라인에서 사면 할인을 많이 해줘요. 그래서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죠. 전체 소비로 따져봤을 땐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절약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일단 기성 생리대·물티슈·지퍼백 등의 일회용품을 사는 비용이 적고, 또 집에서 먹는 버릇을 들이다 보니 외식비를 아끼게 됐어요. 거기서 절약되는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샴푸 바는 되게 빨리 쓰거든요. 그래서 좋은 샴푸 바를 쓰시는 분은 비용이 좀 더 들 거예요. 이런 식으로 어떤 건 비용이 줄고 또 어떤 건 많아져서 비등비등하게 쓰게 되더라고요.


요즘 밀레니얼 세대가 자주 이용하는 앱은 마켓컬리나 배달의민족일 텐데, 그 두 곳 모두 쓰레기가 엄청 많이 나오죠. 편리함을 얻고 무언가를 잃은 기분인데요, 유정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는 건 맞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과 같은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 중심의 생활을 포기하라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 어차피 안고 가야 할 추세이기에 여기서 어떻게 하면 이롭게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하고 소비자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할 때 일회용품을 받을 건지 아닌지 체크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것도 사실 소비자가 계속 이야기하는 거니까 바뀐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세대가 환경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가 쉽게 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이 있을까요?
작은 것부터 시도하다 보면 큰 것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늘 나무 칫솔부터 쓰라고 말해요. 원래 있던 플라스틱 칫솔과 교체하는 것이니 어려울 것도 없고, 예쁘고 저렴하거든요. 만약 대체품을 처음 써보는 것이라면, ‘어, 플라스틱이 아닌 것도 찾을 수 있네?’, ‘성능도 괜찮네? 다음엔 뭘 바꿔볼까?’ 하고 생각이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이건 좀 어려운 미션이지만 막상 해보면 뿌듯한 일은 용기를 가져가서 음식을 담아오는 것이에요. 떡볶이라도 한번 받아오는 경험을 한다면 더 편리하다고 느낄 거예요. 비닐에 묻은 국물을 짜내어 치울 필요 없이 용기만 닦으면 되니까요.


유튜브에서 ‘집’을 검색하면 부동산, 인테리어, 집 구하기 등등이 나와요. 그런 틈에서 제로 웨이스트라는 주제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는 건 대단한 것 같아요.
뿌듯하죠. 저를 따라서 용기를 들고 음식을 담아와 쓰레기를 줄였다, 일회용 장갑을 안 써봤는데 꽤 괜찮더라, 이런 식의 댓글을 보면 힘이 나죠. 예전엔 내가 너무 무거운 주제를 선택했나 싶어서 고민도 많았는데, 이제는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생각해요. 자신을 속이지 않으면 된다고요.


가끔은 그 영향력이 무겁게 느껴질 땐 없나요?
부담이 있죠. 양날의 검 같아요. 옛날에는 제품이 좋으면 단순히 좋다고 올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성분을 공부하고 있으니 제 기준에서 별로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뭐 하나를 추천하더라도 꼼꼼하게 공부한 뒤에 말하려고 하죠. 어쨌든 제 말을 믿고 물건을 사는 분들이 계시니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말해요. “이 제품은 다 좋은데 한 성분이 마음에 걸린다, 찾아보니 이러한 영향을 미치더라.” 조심스레 말하는 편이죠.


그렇다면 SNS는 유정 씨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업이 되게 하는 도구? 그리고 정보를 얻는 곳? 저도 정말 많은 정보를 얻고 있거든요. 제 생활을 바꾼 게 SNS예요.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너무 좋은 게 많지 않나요. 예를 들면,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쌀 씻는 사진을 올리잖아요? 그럼 댓글로 주부들이 쌀은 이렇게 씻는 게 좋다고 알려주세요. 이런 식으로 정보가 계속 순환되는 거죠.


홈 크리에이터의 자질은 무엇이려나요? 성실함? 브랜딩화? 집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
무조건 SNS를 꾸준하게 운영하는 것이죠. 사실 그게 진짜 어렵거든요. 제가 처음에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로 블로그를 시작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하다 보니 너무 잘하시는 분이 많아서 깔끔하게 포기했어요. 그러고 나서 제 관심사 중 하나인 살림에 대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거죠. 좋아하는 것을 계속 찾아내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앞으로 홈 크리에이터로서 집을 어떻게 가꾸고 탐구할 예정이에요?
원래도 관심이 있었지만 요즘 더 심화된 것은 살림이에요. 어떻게 하면 좀 더 간결하고 안전한 살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계속해서 즐겁고 무해한 살림법을 개발하고 싶어요. 올해는 콘텐츠를 영상으로 풀어 유튜브도 해보려고 해요. 아울러 올해가 가기 전에 두 번째 책도 써볼까 합니다.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성동구
구조 아파트
면적  79㎡(24평)
매매 8억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