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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한, 레이어드 홈

A layered home: Possible whatever it is

무엇이든 가능한, 레이어드 홈

Editor.Bom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류지수 / 30세

크리에이터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구조 다세대빌라 1.5룸
면적  43.86㎡(13평)
전세 1억7000만 원

 

Room History

28세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다세대빌라 원룸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30만 원)

레이어드 홈은 레이어처럼 여러 기능이 겹친 집을 말한다. 그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내 몸 하나 눕기도 좁은 집인데, 취미 공간은 무슨···. 그런 건 집이 넓은 사람에게나 한정된 이야기겠거니 했다. 하지만 1.5평짜리 원룸 거실을 홈바로 만든 류지수는 말했다. “레이어드 홈이라고 해서 꼭 거창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약 집을 홈트레이닝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면 매트 하나, 아령 2개만 갖다 놓아도 나만의 홈짐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녀의 말은 내 생각의 관점을 바꿔주었다. 류지수에게 집은 단순히 주거 기능을 떠나 다양하게 확장된다. 때로는 홈바로, 홈짐으로, 홈스튜디오로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꼭 집이 넓고 좋아야만 레이어드 홈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기능이 다양할수록 집의 확장 가능성도 커진다.


현재 인스타그램을 통해 ‘홈칵테일연구소’라는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홈술을 즐기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교 다닐 때 수화 동아리를 했는데, 회원을 모아도 원룸 자취방에 다 들어갈 정도로 소수 정예였어요. 밖에서 소주를 마시는 돈과 좋은 술을 구입해 집에서 마시는 돈이 엇비슷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마트에서 술을 구입해 집에서 친구들과 마시기 시작했어요. 홈술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거죠.(웃음) 그러면서 집에서 술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저 혼자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홈술을 즐기게 되었어요.


단순한 관심이 취미로 이어지고, 그게 일로 이어지는 건 쉽지 않잖아요. 홈술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해요.
치위생사로 일하다가 그만둔 후 내가 좋아하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도 영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콘텐츠 PD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학원에 다니면서 편집을 배웠죠. 원래는 여행 콘텐츠 관련 회사에 가고 싶었는데, 자리가 안 나서 차선으로 푸드를 해야겠다 싶어 브런치 요리 카페 창업 수업을 들었어요. 학원에서 배운 걸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홈카페라는 카테고리가 있더라고요. 그때 당시 홈술 콘텐츠는 별로 없었고, 나는 커피보다 술을 좋아하니 홈카페스러운 홈술을 해보자 싶었죠. 처음에는 맥주와 소주로 시작했어요. 호가든 맥주에다 레몬즙을 넣어서 레몬호가든, 소주에다 홍초를 섞어서 홍초소주. 이런 식으로 하다가 칼루아, 보드카, 위스키 등으로 점점 술의 영역을 넓혀갔죠.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만들면서 술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나요?
사실 제가 만드는 대부분의 홈술 콘텐츠는 모두 경험에서 나온 거예요.(웃음) 대학생 때부터 홈술을 한 경험이 많고, 치위생사로 일하면서 맥주 펍이랑 이자카야에서 투 잡을 뛰었거든요. 그러면서 세계 맥주와 일본 술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죠. 맥주 펍에서 간단한 이지 칵테일을 만들어 팔기도 해서 라거 밤 같은 재료 2~3개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을 처음으로 배우기도 했어요.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 느끼는 한 줄 평. 저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을 때 그걸 만드는 사람 역시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지 방향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단순히 만드는 과정만 보여주는 건 1차원적인 거죠. 여기서 발전해 사람들이 제 영상을 좋아하게끔 만들려면 어떤 편집 기술을 넣는다든지, 특이한 그릇을 쓴다든지 하는 하나의 포인트를 잡아야 해요. 단순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땐 1차원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도 재미있고 영상의 의미도 함께 전달하고 싶으면 그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죠.


영상에서 늘 보이는 홈바가 궁금했어요. 셀프 인테리어로 꾸몄다고 들었는데, 홈바를 만든 이유가 있나요?
홈술 콘텐츠를 만들면서 술이 점점 늘어나고 잔이나 도구 등 잡동사니가 많아지다 보니 이런 것들을 넣어둘 진열장이 필요했어요. 전에 살던 집이 원룸이었는데, 워낙 좁아서 누울 자리가 빠듯할 정도로 물건이 빽빽했거든요. 또 원룸이라 누구를 초대하기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다음에 이사를 하게 되면 이런 것들을 고려해야겠다 싶었지요. 주변 친구나 구독자분들도 초대할 수 있는 분리형 원룸을 찾게 되었고, 거실을 홈바로 꾸몄어요. 이 집이 한 달 동안 비어 있었거든요. 수시로 이곳에 와서 치수를 재면서 그 넓이에 맞는 제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죠. 사실 바 테이블은 기성 제품 3개로 ㄱ자 바를 만들고 같은 브랜드의 진열장을 사서 바 뒤에 놓은 거예요. 바 테이블부터 진열장까지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라 그런지 다들 맞춤 제작인 줄 아시더라고요.


홈바를 만들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나요?
바 테이블이 아일랜드 테이블이에요. 테이블에 서 있을 때 상반신만 보일 수 있는 높이를 찾는 게 중요했어요. 손을 자유자재로 써야 하기 때문에 허리보다 높으면 안 됐죠. 작업대가 될 수 있는 테이블과 이 높이에 맞는 바 의자를 찾는 게 관건이었어요. 원래는 우드가 아닌 화이트로 할까도 싶었어요. 화이트로 하면 음료의 색감이나 음식 같은 게 돋보이거든요. 그런데 화이트의 단점이 핀트가 잘 나간다는 거예요. 그리고 사실 바는 은은한 조명이 돋보여야 하거든요.(웃음) 진짜 고재는 아니지만 고재 느낌이 나면서도 튼튼하고, 마감이 잘된 이 제품을 보자마자 구입했지요. 가격도 테이블 하나당 15만 원 정도로 저렴했고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지만 최근 들어 집이 카페나 바, 스튜디오 등 다양한 기능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집을 ‘레이어드 홈’이라 부르더라고요. 이런 다기능화한 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최근 기사를 봤는데, 2019년 대비 2020년 가구 소비량이 엄청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재택근무 영향도 있겠지만, 이제는 집이 단순히 쉬는 곳이 아닌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는 걸 체감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전부터 그걸 좀 미리 실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한 것도 분명 있지만, 저처럼 집을 다양한 기능으로 확장해온 분도 꽤 많았거든요. 저는 원래부터 집이 단순히 쉬는 공간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레이어드 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거네요. 지수 씨가 홈바를 만든 것도 뚜렷한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지수 씨의 홈바처럼, 레이어드 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실천인 것 같아요. 생각은 있는데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거든요. 어떻게 꾸미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꾸미면 돼요. 1평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라 해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충분히 실현할 수 있어요. 집에 홈트레이닝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매트 하나, 아령 2개만 갖다 놓아도 나만의 홈짐이 될 수 있는 거예요. 레이어드 홈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생각의 전환이네요. 그렇다면 지수 씨는 홈바 말고도 추가하고 싶은 레이어가 있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댄스 동아리를 해서 음악과 춤에 대한 열정이 있어요.(웃음) 홍대나 합정 쪽에 연습실을 빌려서 종종 가기도 하거든요. 그런 식으로 뭔가 다른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더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집의 70%가 홈바 기능을 한다면, 그 퍼센티지를 나눠서 다른 취미 생활 공간을 늘리고 싶은 거죠.


레이어도 홈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고가 명품 가구 같은 것을 구입해서 공간을 프리미엄하게 꾸미는 사례도 많이 늘었다고 해요. 그런데 사실 밀레니얼 세대 중엔 그렇게 풍족하게 사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 이들을 위해 경험자로서 해줄 말이 있을 것 같아요.
집을 구할 때도 발품을 팔면 팔수록 좋다고 하잖아요. 집을 꾸미는 것도 발품을 팔수록 잘 꾸밀 수 있어요. 정보는 많이 얻을수록 도움이 되거든요. 내가 만약에 이런 걸 꾸미고 싶은데 정말 모르겠고,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봐야겠죠. ‘아, 이렇게 꾸민 사람도 있고 저렇게 꾸민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요. 만약 공간이 안 나온다고 하면 침대를 접이식으로 바꾼다든가 하는 식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춰 거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도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지수 씨처럼 홈바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한테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우선 조명등을 사세요. 조명만으로도 홈바 분위기를 충분히 낼 수 있거든요. 저희 집에 미러볼 조명등이 있어요. 그걸 켜고 유튜브로 옛날 노래를 틀어놓으면 여기가 토토가예요.(웃음) 약간 오붓한 분위기를 내고 싶으면 주황빛이 도는 간접조명을 켜거나 초를 이용해도 되고요. 거기에 남들한테 뭔가를 더 보여주고 싶다면 진열장을 사는 게 가장 좋기는 하죠. 술을 진열해놓는 것 자체가 ‘여기는 술 마시는 공간’이라는 걸 직설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평범한 직장인일 때와는 달리, 홈술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홈 인플루언서로 지내고 있어요. 가장 많이 바뀐 건 뭐예요?
최근에 네이버에 인물 등록을 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사실 이게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네이버에서 저를 공인으로 인정해주는 거라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오늘은 홈술》이라는 홈술 레시피 책을 낸 경험이 있어서 그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사실 인플루언서라고 해서 제가 엄청난 돈을 벌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은데, 콘텐츠를 위해 계속 투자하는 편이라 남는 게 거의 없어요.(웃음)


지수 씨에게 ‘집’은 쉬는 곳이자 취미 공간, 그리고 경제적 기반 등 다양한 의미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수 씨가 생각하는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치위생사 때 기숙사에서 살았어요. 투룸에 화장실 하나 있는 곳에서 5명이 지내다 보니, 방 한가운데 압축봉으로 커튼을 달고 살았죠. 그때부터 저만의 공간을 갖는 게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다음엔 기숙사를 나와서 고시원에 들어갔어요. 고시원에서 처음 홈술 영상을 찍었어요. 얼음 넣는 소리를 담아야 하는데 방음이 전혀 안 되다 보니 밖에서 사람 지나가는 소리, 문 닫는 소리까지 다 들렸죠. 당시 그런 스트레스가 항상 누적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처음으로 원룸을 얻었을 때 너무 행복했어요. 드디어 저만의 공간에, 저만 쓸 수 있는 냉장고가 생겼으니까요. 그러면서 집의 중요성을 점차 알게 되었어요. 집은 사람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요소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집에 대해 갖는 의미는 각각 다르겠지만, 제게는 안정감이 가장 커요. 그다음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죠.


얼마 전 퇴사했다고 들었어요. 이직 대신 전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생각이라고요?
그동안 직업을 선택할 때 항상 돈을 중심에 두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어요. 안정적 기반을 버리고 제가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죠. 전세 보증금이나 고정 지출이 계속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 경험으로 보았을 때, 제가 열심히 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고요. 이제는 좀 더 저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어요. 정말 좋아하는 걸 미친 듯이 해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거든요. 저는 항상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생각해왔는데, 지금은 저 자신이 온전히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거죠. 저라는 사람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을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구조 다세대빌라 1.5룸
면적  43.86㎡(13평)
전세 1억70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