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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전부를 품는 앞으로의 집

A House That Embraces the Whole of Life

생활 전부를 품는 앞으로의 집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임현정, 공덕배 / 39세, 42세

UI·UX 디자이너, 모션·영상 디자이너


Conditions

지역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구조 단독주택
면적  142㎡(43평)

 

Room History

28세, 31세 일본 기치조지 다세대주택(월세 12만 엔)
31세, 34세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오피스텔(보증금 3000만 원, 월세 80만 원)
33세, 36세 경기도 분당구 구미동 아파트(전세 2억 원대)
35세, 38세 경기도 광주시 오포 빌라(매매가 2억 원대)

두 부부에게 집의 가치는 경험을 통해 길러졌다. 아파트에서의 다사다난한 생활을 겪고, 가족과 본인에게 집중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문화를 본 후 그들이 그리는 집은 한층 더 명확해졌다. 작지만 정겨운 정원이 있고, 공간의 목적이 층으로 분리되고, 볕 좋은 곳에 식물을 가까이 두고자 하여 지금의 집이 완성됐다. 나는 이 3층짜리 하얀 집이 마치 회복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전문가들이 말하는 집의 중요한 요소가 이미 부부의 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9개월 동안 유동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부부는 별달리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집에서 경험하지 못한 ‘안전함’이 느껴졌다. 이는 집의 견고함으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경외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나도 그 안전함을 지닐 수 있는 것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집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다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재미있으면서도 험난한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현정 저희 둘 다 디자이너이다 보니 살고 싶은 그림이 명확했어요. 그래서 건축가분을 되게 많이 괴롭혔어요.(웃음) 외적인 면은 거의 저희가 원하는 대로 다 그렸고, 툴도 사용할 줄 아니까 프로그램까지 써가면서 같이 설계했지요.
덕배 그 부분은 되게 정중하게 얘기했어요. 저희가 알기도 많이 알고 또 많이 보기도 했기 때문에 의견을 제시해도 괜찮은지 물으니 흔쾌히 승낙해주시더라고요. 건축하는 분들은 캐드를 쓰시는데, 저희도 비율이나 그리드를 계산해서 뽑아드리곤 했어요. 사실 일반 구조는 아니잖아요. 삶의 공간을 전형적인 아파트처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이것저것 많이 참여했죠.


어떤 집을 원한 거예요?
현정 편안하고 따뜻한 집요. 해가 많이 들어오게 하려고 전반적으로 창을 크게 또 많이 낸 편이에요.
덕배 저는 다른 것보다 공간의 분리를 원했어요. 1층은 음식해 먹고 차를 마시는 카페 같은 공간, 침실과 식물이 있는 2층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3층은 작업하거나 운동할 때 쓰는 공간요. 이렇게 공간을 분리해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자 했죠. 저희는 옷장도 따로 사용하고 있어요. 아주 넓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경계만 나뉘어 있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좋은 집은 처음 와보거든요. 사실 가장 궁금한 건 이 집을 짓기 위해 돈이 얼마 들었는지예요.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모았는지도 궁금하고요.
현정 돈이 얼마 들었는지는 말씀드리기가 어렵고요, 저희 둘이 열심히 모으고 은행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집을 마련했어요. 물론 부모님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았고요.


동네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주택의 생김새가 다양하고 앞마당도 개성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이 동네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어떤 점에 매료된 건가요?
덕배 아파트에서 안 좋은 일이 많았어요. 주차해놓은 차를 찌그러질 정도로 사고를 내놓고 연락이 없다든지(한두 번이 아니에요), 윗집에서 드럼을 친다든지, 개가 종일 짖는다든지 등등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한적한 동네의 구석진 빌라로 이사했는데, 사람만 좀 줄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택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다닥다닥 붙은 주택이 아니라 마당이 있는 좀 독립된 곳을 찾아봤죠. 오래전부터 생활권이 판교·분당이어서 그곳과 너무 멀지 않고 비싸지 않은 곳을 찾다가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주택 단지를 분양받았어요.


이전에 두 분은 어떤 집을 거쳐왔나요? 일본에서도 살았다고 했는데, 어떤 집이었나요? 그 경험이 지금의 집을 짓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현정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희는 늘 외곽을 좋아한 것 같아요. 일본에서도 회사와는 많이 떨어진 기치조지에 살았거든요. 기치조지는 울창한 나무들과 아기자기한 주택들 그리고 정말 멋진 공원이 있는 동네라 저희가 많이 사랑했죠.
덕배 기치조지에 산 이후로 집 근처의 녹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꼭 공원이나 천이 보이는 곳에 살았죠. 다시 생각해봐도 숨 막히고 답답한 아파트에선 살고 싶지 않네요.


서울 외곽이지만 회사와는 가깝죠? 네이버는 재택근무를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났어요?
현정 차 타고 10분 정도 걸려요. 엄청 가깝죠. 재택근무는 2월 말에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상황이 좋지 않을 땐 5일 모두 재택근무했다가 지금은 주 2회씩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제 뉴스 보니까 확진자 수가 늘어서 재택근무는 계속할 것 같더라고요.
덕배 저희 회사는 출근하다가 재택근무하다가 또다시 출근하고 탄력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집중은 잘돼요? 현정 씨 유튜브를 보니 어떤 날은 3층, 어떤 날엔 1층에서 일하던데요.
현정 집중은 회사보다 훨씬 잘되어 재택근무 체질인가 싶어요. 3층에서 하다가 1층 부엌에서 일하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남편과 동시에 재택근무를 시작했는데 서로 분리해 일할 필요가 있어서 제가 1층으로 내려온 거예요.
덕배 전에는 이 친구가 3층에 있고 제가 1층에 있다가 바꿔본 거예요. 아무래도 저는 주방에 있으면 좀 산만해지더라고요. 제가 더 공간에 민감한 편인가 봐요.
현정 저는 일할 때 공간보다는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재택근무하면서 스스로 룰을 정했어요. 한번 늘어지면 끝없이 늘어지는 스타일이거든요. 회사 다닐 때랑 똑같이 출퇴근하고, 같은 시간에 점심을 먹어요.


워낙 집이 잘되어 있긴 하지만, 집중을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누구는 의자를 바꾸라 하고, 누구는 대형 모니터를 사용하라 하고···. 집을 일터로 사용하려니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덕배 저는 회사에서 의자를 가져왔어요. 오래 앉아 있으니까 의자가 굉장히 중요한데, 의자에 따라 자세도 달라지잖아요. 디자이너 직업병이 거북목 아니면 디스크이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해요. 그 밖에 제가 하는 일은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 거예요.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게끔 알람을 맞춰놓죠. 계속 물 마시고, 물 마시면 또 화장실 가야 하니까 또 일어나고.(웃음) 흐름은 좀 끊기긴 하는데 그래도 1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야죠.


재택근무를 한 이후로 두 분이 생각하는 집의 의미가 달라졌나요?
현정 좀 더 제 것이 된 것 같아요. 이전 집에선 늦게 퇴근하고 와서 씻고 쓰러져 자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종일 생활하게 되니까 삶이 된 것 같은 느낌? 좀 더 집에 깊이 들어온 느낌?
덕배 저희는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가족이라든지 혹은 본인에게 좀 더 집중하는 문화를 많이 접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 집중하게 되었죠. 지금은 저희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집에 대해 생각하고 또 집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그게 되게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경영하시는 분들의 마인드가 조금만 열려 있으면 회사 차원에서도 굉장한 이익이거든요. 관리 비용이 거의 안 나가잖아요. 대신 직원들 집 전기 요금이 엄청 많이 나오겠죠.(웃음)


구체적으로 어떤 문화를 경험했기에 지금 집의 밑바탕이 된 걸까요?
덕배 정확하게 말하면 북유럽 문화였어요. 여행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부분만 봤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문화권의 삶은 많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요즘엔 우리나라도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생겼지만, 10년 전만 해도 열정 페이다 뭐다 해서 청년들이 온종일 일만 하고 집에 가선 잠만 자는 삶을 살았잖아요. 성공하기 위해 내가 없는 일상을 반복했죠. 나이가 들면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온 뒤, 가족과 함께할 공간이 더욱 중요해졌어요. 치유할 수 있는 그런 집을 원하게 되었죠. 창밖으로 다른 집 베란다만 보면서, 기껏해야 2m 조금 넘는 층고의 아파트에 살면서 치유가 될 것 같진 않았거든요.


저도 여행을 다니면서 유럽의 넓고 층고가 높은 집을 보면서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옆집과 똑같이 생긴 신축 빌라에 살고 있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현정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믿음과 행동력도 꼭 필요하죠. 저는 생각은 많이 하는데 행동력이 없는 편이어서 항상 고민만 하죠. 다행히 남편은 추진력이 있어서, 그럴 때 먼저 알아채고 앞에서 당겨주죠. 남편이 아니었음 이 집도 안 짓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아직도 고민만 하고 있었을지도.(웃음)
덕배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부모를 포함한 누군가가 정해놓은 패턴에 맞춰 살다 보면 자존감도 낮아지고 판단력도 흐려지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생각에 맞추는 것도 내가 없어지지 않을 정도만 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대로 경험치를 쌓아가다 보면 조금씩 길이 열리거든요.


전문가들은 재택근무가 일상 근무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측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현정 음, 저희는 IT업계라서 이미 재택근무가 너무 익숙해서···.


왜 IT 쪽은 재택근무가 잘 맞는다고 하는 거죠?
덕배 본인한테 특화된 업무를 혼자 집중해서 하는 분이 많아요. 일이 세분화되어 있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어떤 앱을 만든다고 하면 같이 모여 회의는 하겠지만, 설계하는 사람이 설계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하고, 그다음 개발하는 사람이 붙어서 개발하고, 스태프가 명확히 정해져 있으니까 자기 차례가 되면 알아서 하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집에서 하든 회사에서 하든 크게 상관이 없죠. 그런데 생산 라인이라든지, 오프라인에서 대면하며 일하시는 분들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고 막 말하고 다녀요. 대표님한테도 되게 좋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대표님의 반응은요?
덕배 수긍하면서도 약간 걱정하는 것 같더라고요. 본인의 커리어를 잘 관리하는 직급이면 괜찮겠지만 주니어들은 어떻게 하느냐면서요. 생각해보면 그렇긴 해요. 모니터 뒤에서 얘기해주는 것과 메신저로 알려주는 것은 다르잖아요. 그래도 욕심 있는 친구들은 전화까지 해서 물어보곤 해요. 반면 욕심 없는 친구들은 일이 진행되어도 모르는 척하고 있죠. 거기서 티가 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더 어필하죠. 자연스럽게 일 잘하는 사람과 의욕 없는 사람이 갈라지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일단 재택근무 계속 시켜보라고.(웃음)


현정 씨의 유튜브 영상 대부분이 음식과 관련한 것 같아요. 원래도 요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현정 네, 관심이 많아요. 원래 혼자 자취할 때는 요리하기 싫어서 밥을 거의 안 먹었어요. 주말엔 한 끼도 안 먹은 적이 있죠. 정말 배가 고프다 싶으면 라면 하나 끓여 먹고요. 그래서 결혼했을 때 칼질도 못 하고 밥도 못 하니까 남편이 되게 놀란 거예요. 여자라서 이걸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아무것도 모르니까. 근데 언제부터인지는 기억 안 나는데 그릇이 너무 예쁘게 보이는 거예요. 그렇게 하나둘 샀는데, 모으기만 하면 뭐 해요. 쓰질 않으니까 소용이 없는 거죠. 그래서 그릇을 써야겠다 싶어 요리를 조금씩 하게 됐는데, 의외로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집을 지으면서도 까탈스럽게 군 것은 주방밖에 없어요. 아예 주방 중심으로 설계했죠.


주말이 아닌 평범한 날에도 정갈하게 요리해 먹는 게 저한텐 좀 신기해요. 재택근무할 때도 여느 때와 같이 잘 차려 먹던데 어떤 이유가 있나요?
현정 요리하면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느낌이잖아요. 자존감도 올라가는 것 같고. 또 음식을 내놓았을 때 상대방의 표정과 싹싹 비워지는 그릇을 보면 기분이 좋아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남편도 요리를 잘 도와주는 편이고요.
덕배 요즘 와이프가 요리를 많이 해주는데, 이 친구가 요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본인의 즐거움을 찾으니까 저도 좋더라고요.


코로나19로 음식 문화도 참 많이 바뀌었어요. 일단 음식 배달 거래액이 83.7%(5755억 원) 늘었다고 해요. 그래서 재택근무한 뒤로 건강이 더 안 좋아진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현정 저희도 종종 시켜 먹어요. 제가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내리 먹거든요. 저번에는 짜장면과 떡볶이를 끊었는데 죽을 뻔했어요. 요즘 밀가루와 가공육을 안 먹으려 해요. 배달 음식 대부분이 자극적이기도 하고, 재택근무하면서 살이 좀 많이 찌기도 했어요. 출퇴근 시간에 그렇게 칼로리 소비가 되는지 몰랐어요. 요즘엔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죠.
덕배 저는 오히려 건강해졌어요. 출퇴근 스트레스와 외식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몸이 좋아지더라고요. 채식으로 인한 체중 감량 효과도 엄청나고요.


많은 사람의 일상이 흔들렸잖아요. 그럼에도 얻은 게 있을까요?
덕배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하면 피곤해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잖아요. 그런데 계속 집에 있으니까 말도 더 조심하게 되고,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 뭔가 서로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엔 더 짜증 나고 화날 것도 조금 더 누그러지더라고요. 말씀대로 많은 이의 일상은 흔들렸지만, 나와 가족에 대해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소소한 위로도 있겠죠?
현정 점심시간이 되면 2층 식물이 있는 곳에 가서 조용히 햇볕을 쬐어요.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잘 자라는 식물과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죠.


덕배 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 결과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나요?
덕배 네. 저는 원래 가만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라 항상 움직이고 뭔가를 하면서 바쁘게 살았는데, 이번에 긴 시간을 집에서 보내면서 의외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나태함이 기분 좋다는 걸 알았어요. 그냥 널브러져 있다가 TV 보는 주말도 나쁘지 않다는 걸 최근에 안 거예요. 너무 늦었지만 괜찮은 수확 아닌가 싶어요.








Conditions

지역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구조 단독주택
면적  142㎡(43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