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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이 있는 집

A home with a greenhouse

온실이 있는 집

Editor. Sun Hwangbo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민주 / 31세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영상 감독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서대문구
구조 빌라 스리룸, 다용도실 1
면적  56.19m2(17평)
매매 3억 원대

 

Room History

27세 서울시 마포구 성수동 원룸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60만 원)
29세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복층 1.5룸
(전세 2억 원)

김민주가 사진가로 일하며 지하 스튜디오에서 하루를 보낼 때는 늘 바깥 세상과 연결 고리가 없는 듯했다. 그는 독립 후 해가 아주 잘 드는 사무실을 얻었고, 박쥐란을 시작으로 점점 늘어난 식물로 사무실 공간이 가득 찼다. 집 안에 작은 온실이 생긴 지금은 대부분의 식물을 집으로 옮겨와 정성스레 돌본다. 온실 문을 열고 나가면 그가 가꾸는 작은 텃밭도 만날 수 있다. 이곳으로 찾아오는 새들과 어항 속 구피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봄에는 벚꽃 잎을, 가을에는 낙엽을 쓸고, 텃밭의 작물을 수확해야 할 계절이 되면 더욱 바빠진다. 첫눈에 반해 계약한 이곳은 날마다 그를 더 부지런하게 만들지만, 그는 작은 변화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매일 날씨와 습도를 체크하다 보면 내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게 온몸으로 와 닿아요.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랄까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이 확신에 차 있었다.


빌라에 온실이 있다니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구조가 무척 궁금했어요.
부엌에서 밖으로 연결된 문부터 외부 공간이 시작돼요. 사실 이 집을 구할 때 밖은 서비스 면적이라고 했는데, 내부 실평수가 17평이고 온실과 텃밭이 있는 외부 공간이 12평이니 결코 작지 않은 공간이죠. 원래는 초록색 방수 페인트로 마감한 주차장이었다고 해요. 집주인이 퍼걸러 pergola와 덱을 설치하고 직접 화단도 가꿔서 지금의 모습이 됐죠. 1년 전에 이사 왔는데, 첫 번째로 본 집이었고 가장 작았는데도 이후 다른 집은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웃음)

빌라인데도 개인 정원이 있는 셈이네요. 온실을 완성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퍼걸러 위의 우거진 등나무를 전부 걷어내고 식물들이 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유리를 직접 끼웠어요. 온실 내부는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헤이 HAY의 팰리세이드 의자를 중심으로 꾸몄고요. 제가 스트링 선반을 좋아해서 집 안 곳곳에 설치했는데, 온실 안에도 있어요. 벽돌 벽에 스트링 선반을 달고 그 앞을 가드닝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죠. 영국 가드너들처럼 야외 정원에 시크하게 걸어두고 싶었는데,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꽤 비싼 선반이거든요.(웃음) 선반에 구멍이 있어서 밑으로 물이 빠지는 형태라 식물을 키우기 정말 편리해요.

온실에서 어떤 식물들을 키우나요?
온실은 습도 조절이 잘되기 때문에 영국의 기후 환경과 비슷해요. 그래서 영국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을 키우고 있어요. 주로 고사리, 안스리움, 베고니아류죠. 고사리도 종류가 정말 다양한데요, 동그랗게 생긴 단추고사리와 파란 빛깔이 나는 블루스타펀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이에요. 천장에 달려 있는 행잉 식물은 좁은 집에서 키우기에 좋아요. 고양이들이 채식을 즐겨서 전부 위로 올렸는데, 물을 줄 때 내렸다가 다시 올리려면 조금 힘들긴 하죠. 그래서 저는 무겁지 않은 슬릿 화분을 사용하고 있어요. 보통 좁은 공간의 플랜테리어는 바닥에서 선반까지만 차는 느낌인데, 위에서 내려오는 느낌까지 더하면 전체가 꽉 차는 느낌이라 더 좋더라고요.

텃밭에는 어떤 작물들이 있나요?
먹을 수 있는 것 위주로 키워요. 허브, 고수, 딜, 타임 같은 것들요. 제가 술을 좋아해서 모히토 만들어 먹으려고 민트도 많이 키우고요.(웃음) 쌈 채소류도 다양하게 있어요.

‘팜투테이블’을 실현하고 있네요.
기르는 재미도 있지만 요리할 때 정말 편해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텃밭에서 잘라 먹을 수 있으니까요. 겨울에는 채소를 키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마트에서 사서 먹는데, 그럼 또 남아서 썩어버리거든요. 블루베리와 토마토 같은 열매 식물은 보통 여름에 수확하고, 쌈 채소는 3월 초에 심어서 4월부터 가을까지 먹는 것 같아요. 지금이 무척 풍성한 계절이죠.

이전에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나요?
네. 부천에 있는 본가는 주택인데 아버지가 직접 지으셨어요. 식물이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베란다 공간을 깊이 파서 흙으로 다 채우셨죠. 그곳에서 다양한 식물을 접했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는 일 같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서울에 와서는 삶이 너무 팍팍하고 괴로웠어요. 영등포 번화가에서 살 때는 더 심했죠. 도저히 높은 곳에서는 못 살겠더라고요.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건조하고 붕 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지금은 집도 사무실도 모두 1층이에요. 벌레가 정말 많긴 한데요, 그건 익숙해서 괜찮아요.

온실과 텃밭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요?
온실의 유리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술 한잔 즐기는 게 가장 좋아요.(웃음) 그리고 여름이 되면 꼭 아침에 이곳으로 와서 온실 깊숙이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을 만끽하죠. 오전 7~10시에 정말 아름답거든요. 겨울에는 난로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고 커피도 내려 먹어요. 온실 안은 따뜻한데 밖은 휑하니 마치 숲속 산장에 있는 기분이 들죠.


이 집의 텃밭에 찾아오는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즐거운 일과 중 하나라고요.
제 친구들이 유명한 새 동아리 회원이었거든요. 먹이가 없는 겨울에는 새들이 쉬이 얼어 죽는다고 해서 말린 벌레를 놓아뒀더니 신기하게도 잘 먹고 가더라고요. 최근에는 여름이 되면 목욕을 즐기는 새들을 위해 버드 배스도 설치했어요. 이건 ‘모여 봐요, 동물의 숲’ 게임을 하다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인데,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아마존에서 직구를 했죠. 제가 원래 먹이를 주던 자리에 설치했더니 목욕 맛집이 됐어요.(웃음) 아무래도 동네 새들한테 입소문이 난 것 같아요.

새들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물고기도 기르고 있는데요, 많은 식물까지 동시에 관리하려면 부지런할 뿐 아니라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아요.
식물을 기를 때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바로 습도와 바람이에요. 통풍이 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생기죠. 벌레가 생기고 뿌리가 잘 썩어요. 그래서 제 온실에도 실링 팬을 설치했어요. 공간 안에서 바람을 순환해줄 장비가 꼭 필요해요.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겠죠?
맞아요. 제가 키우는 것들은 대부분 열대식물인데, 겨울 난방을 고려하지 않고 온실을 만들어서 조금 후회하고 있어요. 난방 기구를 어디에 놓을지 미리 자리를 만들어두어야 하고, 난방 비용도 고려해봐야 하죠. 저는 겨울에 캠핑 난로를 쓰고 있는데, 등유값이 한 달에 30만 원 정도 들어요. 일반 히터로 난방했을 경우는 50만 원씩 나왔어요. 보통 온실이 있는 사람들은 연탄 난로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경우는 연탄을 넣어둘 수 있는 창고 같은 게 있어야 하고요. 뒤틀리고 변형되는 나무 틀도 관리해줘야 하고, 나무 색이 점점 빠지니 매년 페인트칠도 새로 해야 해요.

할 일이 정말 많네요. 미리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온실 제작을 추천하나요?
식물이 많고 부지런히 온실 관리를 할 수 있다면 추천해요. 하지만 저는 남향 아파트 베란다가 식물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아파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빌라에 베란다 같은 공간을 만든 거고, 집에서 충분히 키울 수 있다면 굳이 온실을 만들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비용도 고려해봐야 할 점이고요.

내추럴한 온실 인테리어와는 달리 내부는 굉장히 모던한 느낌이에요. 식물도 적고요.
집이 옆으로 긴 구조라 인테리어가 어려웠어요. 소파가 있는 거실은 가장 모던하고, 온실 쪽으로 갈수록 빈티지한 느낌이죠. 취미 방은 벽지 톤도 내추럴하게 꾸몄어요. 원래 빈티지한 무드를 좋아하는데, 집이 워낙 작다 보니 한쪽은 최대한 심플하게 뒀어요. 야자나무는 고양이들이 먹어도 괜찮은데, 스킨답서스는 독이 있어서 고양이들과 떨어진 곳에 두었어요.

플랜테리어로 유명한 트위터리언 ‘목수언니’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식물이 건강한 집을 생각해요”라는 자기소개 문장이었어요.
식물을 인테리어용 오브제로 생각하지 말고, 말 그대로 식물 입장에서 좋은 집을 고민한다는 뜻이에요. 보통은 어떤 자리에 식물을 놓으면 예쁘겠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 자리는 식물이 잘 자랄 수 없는 공간일 수 있어요. 식물을 놓아둘 자리를 정했다면 그 자리에서 살 수 있는 식물이 무엇일지 알아보고 고민해야 해요. 통풍이 얼마나 잘되는지, 습도는 얼마나 되는지, 해는 얼마나 잘 드는지 같은 것들을 미리 조사해야 하는 거죠.

트위터에서 쓰는 ‘식덕’들만의 언어가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예를 들어, 식물이 죽으면 “초록별로 갔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좀 흔한 식물은 ‘흔둥이’라고 해요. 가격이 저렴하고 번식을 잘하는 애들요. 반대로 ‘알보 몬스테라’ 같은 경우는 꿈의 식물이죠. 너무 비싸니까요. 비싼 식물이 자랐을 때 잘라서 파는 걸 ‘식테크’라고 표현하고요.

식테크요?
저희 집에 코로나19 이전에 30만 원 정도에 샀는데 지금은 몇백만 원의 가치가 된 식물이 있어요. 수입이 되지 않으니 희귀해진 거죠. 이걸 잘라서 팔면 한 가지에 50만 원씩 해요. 물론 저는 아직까지 잘라서 팔아본 적은 없어요.

스스로를 ‘관엽러버’라고 칭했지만, 요즘 새롭게 관심이 가는 식물이 있다면요?
잎이 넓은 몬스테라 같은 관엽식물이 자라날 때 “내가 바로 새순이다” 하듯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취향이 좀 바뀌었어요. 집에 외부 공간이 생기니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최근에 상록 으아리가 꽃을 피웠는데 정말 아름다워요. 한국 식물은 추운 겨울을 버텨야 해서 잎이 넓게 자랄 수 없는데, 그래도 한국 토종 다람쥐처럼 조그맣고 단단한 나름의 매력이 있죠. 기회가 된다면 꼭 이 식물을 화분에서 길러보길 바라요. 영하 20℃에서도 겨울을 나고, 어떤 기후에서도 순하게 잘 자라며, 밖에서 키워도 끄떡없고요. 게다가 겨울을 춥고 힘들게 날수록 봄에 더 큰 꽃을 피워요. 그 점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성숙한 느낌이랄까요?(웃음) 이렇게 계속 변화하고 자라는 생명력이 식물이 지닌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아름다움을 집에서 즐긴다는 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내 삶에 여유가 생겼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대개 나를 돌볼 여유가 없으면 식물도 돌보지 못하고 죽이거든요. 물을 주고 가지를 잘라주며 식물을 돌본다는 건 곧 나를 돌본다는 행위와 같아요.

식물을 더 들인다면 어떤 걸 선택할 것 같아요?
화단에서 무화과나무를 길러보고 싶어요. 그런데 벌레에 무척 취약하다고 해서 아직 도전은 못 하고 있지요.


다음에는 어떤 집에 살고 싶어요? 여전히 온실을 둘 생각인가요?
예전에는 협소 주택을 짓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복층에 살아보니 계단 있는 집은 불편하더라고요. 일단 사무실과 통합할 수 있는 넓은 집으로 가고 싶어요. 방 하나는 아예 온실처럼 쓰면 참 좋겠네요.

방도 온실로 만들 수 있어요?
네, 어느 정도 해가 잘 들면 온실처럼 활용할 수 있어요. 아예 식물을 꽉 채워놓고 습도 관리를 하는 거죠. 작은 온실을 따로 두면 좋겠지만요. 모든 식덕들이 온실로 사용하는 이케아 유리장이 있는데, 식물을 칸마다 설치해서 정말 비닐하우스처럼 써요. 유리온실을 모아놓은 이케아 그린하우스 캐비넷(@ikeagreenhousecabinet)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면 인테리어 힌트를 얻을 수 있죠. 일단 철제니까 안이 습해도 썩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아요. 저는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앞으로 가드닝용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꿈도 있다고요.
네, 대표적 가드닝용품은 일본, 영국, 미국의 것과 한국의 호미예요. 미국 제품은 대형 정원용이라 작은 정원에서는 활용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키즈용 제품을 쓰고 있죠. 영국 가드닝용품은 예쁘지만 실용적인 편은 아니고요, 분재를 하는 일본은 섬세한 도구라 가격이 비싼 편이에요. 각각의 장점만을 모아서 제가 딱 원하는 가드닝용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예쁘면서도 실용적이라면 딱 좋을 것 같아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서대문구
구조 빌라 스리룸, 다용도실 1
면적  56.19m2(17평)
매매 3억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