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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

Interest in The Unseen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

Editor.Hyein Lee / Photographer.Juyeon Lee Knock, Please

김성윤

36세, 카페 '콜마인' 대표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구조 오피스텔
면적 약 39.6㎡ (12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70만 원

Room History

32세 서교동 반전세 1층 투룸(전세 자금 대출), 보증금 7000만 원, 월세 35만 원
34세 서교동 반전세 3층 투룸(전세 자금 대출), 보증금 6000만 원, 월세 40만 원
34세 서교동 반전세 2층 스리룸(전세 자금 대출),  보증금 6000만 원, 월세 40만 원
35세 당산동 원룸 오피스텔,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70만 원

친구가 ‘콜마인’이라는 카페의 쿠폰을 주었다. 자신은 쓸 일이 없으니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내가 대신 쓰라고 말이다. 다음 날 동료와 함께 카페에 갔는데, 세련된 분위기와 시부야의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일할 것 같은 사장님을 보고 왠지 쿠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이후로도 쿠폰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미팅을 하고, 때론 원고를 쓰다가 짜증이 나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이상한 곳이었다. 딱딱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편안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발견했다. 그의 잘 정리된 집에서도 안정감을 느꼈다고. 디퓨저 향이 좋고, 춥지도 덥지도 않으며 쾌적하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의 공간은 그 안에 머무를 때 비로소 진가를 알게 된다.


카페에 로망이 있어서인지 카페 오너의 일과가 궁금해요.

음, 일과라고 할 만한 게 없을 정도로 단순해요. 루틴에 갇혀 사는 스타일이거든요. 일단 일어나면 아침을 먹고 가게에 잠깐 가요. 소화도 시킬 겸 커피를 한잔 마시고 1시간 정도 머물다가 집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요.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출근하면 하루가 끝.(웃음) 퇴근하면 거의 밤 11시이거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해서 퇴근하고 1시간 정도 영화를 보고 바로 잘 준비를 해요. 매일 그런 생활이에요.

그런 반복되는 생활에 안정을 느끼나요?

애매한 것 같아요. 그게 잘 지켜졌을 때 행복하긴 한데, 계속 그렇게 사는 게 힘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루틴이 한번 흔들리면 스트레스받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그 영화 이름이 뭐였죠? 짐 자무시 감독 영화인데, 주인공이 같은 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복적인 삶을 살잖아요.

<패터슨>요? 비슷하긴 하지만 그렇게 무미건조하진 않아요.(웃음) 사람 만나고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되게 좋아해요.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그걸 다 채울 수 없어서 힘들기도 해요.


집 또한 운영하는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모노톤이고, 가구나 소품도 간결하다고 할까요?

확실히 집은 제 취향인데, 콜마인은 2년 전에 리모델링하면서 다른 팀원의 의견도 더해졌어요.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같은 느낌으로 유지될 수 있는 공간을 원했고, 그래서 이미지를 찾을 때 퍼블릭한 공간 위주로 찾아봤고요. 도서관, 공항 라운지, 호텔 로비 같은 곳요. 사실 맨 처음 인테리어를 보면 분명 제 취향이 맞는데, 제 취향 같지 않아요. 어쨌든 취향이라는 게 한결같지 않잖아요. 변한다기보다 계속 발전하는 것 같아요.

콜마인이 첫 가게인 거예요? 이전엔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20대 초반에 남성 의류 쇼핑몰을 3년 정도 운영했어요. 그 후엔 서교동의 ‘커피 랩’이라는 카페에서 2년 반 정도 일했고요. 그다음에 콜마인을 오픈한 거예요.

집을 구할 때 무엇을 염두에 두었나요?
스튜디오 형식의 넓은 원룸에서 살고 싶었어요. 계속 투룸, 스리룸에서 살았는데 보여야 할 것이 다 분산되어 있으니까 관리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저는 한곳에 제가 원하는 뷰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넓은 박스형 공간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 집에서 산 지는 10개월 정도 됐는데, 이전엔 사람들이 시쳇말로 정신병이 있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로 이사를 자주 했어요. 1년에 세 번요.

아니, 어떻게 하면 1년에 세 번씩이나 이사를 가요?
첫 집은 주차와 에어컨 설치 문제로, 두 번째 집은 이상하게 저랑 안 맞았어요. 잠을 자도 푹 잔 것 같지 않고 몸이 자주 아팠거든요. 근처에 있던 어머니 집에 가면 괜찮아지다가 집에 가면 다시 아프고…. 인터넷으로 수맥도 찾아보고 이상한 짓도 많이 했어요. 원래라면 무시했을 텐데 절박한 상황에서 그런 글들을 보니까 빠져들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다음 집은 집주인 아주머니가 위층에 사셨는데 하루에 세 번씩 찾아오실 정도로 간섭이 심한 편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의 집으로 오게 된 거죠.

그럼 지금이 네 번째 집인데 어때요, 현재까지 만족스러운가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로 가기엔 아직 능력이 부족하고, 주차 문제가 없고 집주인이 없는 곳으로 가야겠다 싶어 오피스텔을 찾았는데 아직까진 만족스러워요. 동네의 아담한 매력은 없지만 제 공간 안에선 편안한 것 같아요.




이사 올 때 이 집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랐나요?
크게 고집한 건 없고, 아까 들어오셨을 때 되게 깨끗하다고 하셨잖아요. 집 가꾸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이면 항상 하는 말이 “못생긴 물건들이 안 보일 수 있는 집을 만들자”예요. 이전에 투룸에 살았던 것도 필요는 하지만 굳이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한 방에 몰아넣기 위해서였어요. 창고처럼요.

저 옷장 열면 물건들 후드득 나오는 거 아니에요?(웃음)
아뇨, 정리 정돈은 잘돼 있어요.(웃음)

처음 독립했을 때 막연하게나마 꿈꾸던 생활이 있었을 것 같아요.
서울에 와서 처음 독립할 땐 부모님만 없었지 거의 친누나랑 같이 산 거나 다름없었어요. 부산에서 부모님이 아예 올라오시면서 가족이 다 같이 살았는데, 그때도 2층 다락방을 혼자 쓰긴 했지만 어쨌든 부모님에게 보호를 받은 상황이잖아요. 집에 있기 싫어서 항상 밖에 나가 있었어요.

뭐가 그렇게 싫었어요?(웃음)
모르겠어요. 그냥 보이는 것도 죄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고 사실 부모님 공간이잖아요. 다시 독립하면 진짜 원하는 모습으로 공간을 꾸며놓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자유롭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집돌이라고 그러죠? 집돌이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잘 안 되더라고요. 제 성향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쉬는 날 집에 붙어 있었던 적이 거의 없어요. 무조건 나가야 해요. 어디 갈 데 없으면 콜마인에라도 가요.

서울에서, 그것도 합정에서 한 공간을 유지한다는 건 대단한 일 같아요. 무리하게 세를 올리는 건물주의 욕심으로 사라지거나 이전하는 곳이 많잖아요.
콜마인이 들어서기 전엔 골목 자체가 좀 죽어 있는 편이어서 월세 자체가 낮았는데, 2년을 운영하다 보니 손님이 들락날락하고 유동 인구도 많아지니까 재계약 때 훅 올리더라고요. 기본 베이스가 낮기도 하고 그때 수익률이면 이 공간을 포기하는 것보다 한번 맞춰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건대로 계약했어요. 두 번째 계약 때는 리모델링하면서 공간이 넓어졌기에 당연히 올리겠지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세 배를 올리더라고요. 그래서 건물주 할머니의 아들을 공략했어요. 아들보고 어머니 좀 설득시켜달라고 해서 잘 해결했지요. 다행히 아들이 깨어 있는 분이더라고요.


어느 책에서 “카페는 혼자 있고 싶지만, 자신을 이해해줄 동지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장소”라는 문장을 봤어요. 저도 카페에서 작업을 많이 하는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일하다가도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있으면 무언가 안정된 기분이 들거든요.
저도 그런 게 좋아요. 아침에 한산할 때 4인석에 앉아 넓게 작업하시던 분이 금방 만석이 되면 눈치를 많이 봐요. 그러면 작업 마칠 때까지 편하게 있어도 되니까 절대 불편해하지 말라고 말해줘요. 손님은 다음에 또 받으면 되니까 현재 공간에 있는 사람이 각자의 방식대로 만족하고 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분명 카페가 주는 ‘쉼’이 있는 것 같은데, 대표님은 어느 곳에서 휴식을 얻는지요?
되게 복합적인 것 같아요.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핫 플레이스에 가면 좋다고 느끼긴 하는데, 제가 추구하는 좋음과 달라요. 제가 생각하는 공간은 감각적인 부분을 떠나서 사람이 주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도치 않은 공간에서 좋음을 느꼈다면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메모를 하거나 생각해뒀다가 내 공간 안에 그런 좋음이 있나 없나 체크해서 없다면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그럼 최근에 좋았던 곳은 어디예요?
포시즌스 호텔 로비요. 광화문 거리를 걷다가 ‘여기 30분 앉아서 공간이 어떤지 체험만 해보자’ 해서 들어갔는데 느낌이 좋더라고요. 문을 열고 딱 들어가자마자 외부와 단절되는 느낌. 카펫의 촉감, 디퓨저 향, 음악, 직원들의 포멀한 복장 등 완전히 그 공간에 이입된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상점은 잘 안 들어가는데 이상하게 호텔은 잘 들어가게 돼요.

콜마인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더라고요. 자리가 없을 때도 있고요. 집에 돌아오면 불쑥 찾아오는 정적이 낯설지 않나요? 아, 오히려 반가우려나….
일하고 돌아왔을 땐 그 정적이 되게 반갑고 안도감을 느끼는데, 퇴근 후 저녁 시간 말고는 대부분 외로워요. 저는 사람이 없는 걸 별로 안 좋아하나 봐요.

집에서 유독 좋아하는 공간이 있나요?
침대에 앉아 있는 거 좋아해요. 날씨 좋을 때 창을 열어놓으면 침대 쪽에 기분 좋은 바람이 들어오거든요. 되게 궁상맞아 보이긴 하는데, 새 나는 거 보면서 행복해하고 그래요.


집에 대한 애착이 있는 편이에요? 보통 장사하는 분은 가게에 신경 쓰느라 집은 뒷전이라 하더라고요.
저는 반대예요. 가게는 분명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고집을 부릴 수 없는데, 집은 온전히 저만의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집에 더 애착을 가지는 편이에요.

어떤 곳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나요?
카페라고 하면 한마디로 배려가 엿보이는 공간요. 습도, 온도, 조도, 음악 등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을 고민하고 배려했을 때 좋은 공간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집이라고 하면 제가 너무 거슬리는 곳만 다녀서….(웃음) 그냥 불편함 없는 집이 아닐까요?


Conditions

지역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구조 오피스텔
면적 약 39.6㎡ (12평)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70만 원